비녀, 아주 유용하더라니까~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때 가장 방해받는 것이 뭐냐고 내게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면 웃으며 대답할 것이다.
“내 머리카락이야.” 라고.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아침에 눈을 뜨면 허둥지둥 대며 고무줄을 찾아다니던 나는,
최근 인터넷을 통해 비녀 꽂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그 후로는 절대 머리를 풀어헤치고서 핀이나 고무줄을
찾아 헤매지 않는다. 그저 책상 위에 있는 볼펜을 집어 우아하게 머리를 틀어 올릴 뿐이다. 일이 이렇다 보니
쇼핑목록 1호에 비녀가 올라가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길을 가다보면 비녀를 이용해 멋을 낸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아, 우리의 전통 장신구 괜찮은데? 이것 말고 또 없을까? 생각
에서만 멈출 수가 없었던 울림은 짐을 꾸리고 찾아 나서기로 했다. 우리 조상들의 아름다운 장신구, 또 뭐가
있나하고.

▲ 인터넷에서 발견한 비녀 꽂는 법
꽃의 아름다움이 변하지 않듯이..
우리나라 장신구를 찾아서 어디로 가야합니까? 대답 없는 외침 가운데에서 떠돌아다니기를 며칠. 그러던
중 한 줄기 오아시스처럼 우리 앞에 나타난 곳이 바로 숙명여자대학교 박물관이었다. 박물관을 찾아간 날,
뜻밖에 전통 장신구를 연구해 오신 김태자 선생님을 뵙게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전통 장신구에 대한
인터뷰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 ‘미(美)’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넘나드는 힘을 갖고 있어요. 원시인들이 아름다운 꽃을 머리에
꽂았다면 장신구로 꽃을 만들어 꽂게 되는 것이 장신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죠. 미(美)는 시간을 넘어서서
공간도 초월합니다. 우리 눈에 예쁜 것들은 외국 사람들의 눈에도 예뻐 보이는 법이죠.”
선생님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 마다 고개를 끄덕이던, 우리는 아껴왔던 질문을 드렸다. 그렇다면 비녀와 같이
현대 장신구로도 계승이 가능한 전통 장신구에는 무엇이 있으며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뭐든지
생각만 바꿀 수 있다면 가능하죠. 노리개를 스커트에 늘어뜨려 본다거나 좀 더 쉽게 열쇠고리로 만들 수도 있겠죠.
다양한 아이템들을 적극적으로 융통성 있게 적용해 보려는 노력이 다른 것들보다 우선되어야 하겠어요.”
온고지신 이라는 말도 있는데 너무 우리 것을 잊어가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 숙명여대 박물관
박물관을 나서면서 우리는 일단, 전통 장신구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기로 하였다.
머리 장신구
1. 비녀
비녀는 긴 머리를 올리거나 관이나 가체 등을 머리에 고정시키기 위해 필요로 했으며 그 역사도 길고 종류도
다양하다. 형태나 재료로 신분의 구별이 가능했고 계절에 따라 바꿔 꽂았다고 한다. 비녀머리의 형태와 재료에
따라 구분된다.

▲ 용잠(龍簪)
2. 떨잠
상류계급에서 큰 머리나 어여머리를 하였을 때, 앞머리 중앙과 좌우 양옆에 꽂았던 머리 장신구이다. 옥판
위에 가늘게 용수철로 나비와 벌, 봉황 등의 모양을 달아 떨리게끔 만들어졌다.
천년이 지나도 여인의 머리 위에서는...

▲ 떨잠
3. 첩지
쪽진 머리를 했을 때 가르마 앞부분을 꾸며주는 장신구로 치장 외에도 장식과 형태, 재료에 따라 신분을
나타내기도 했다. 궁중에서는 평상시에도 사용하여 신분을 표시하였다고 한다.

▲ 개구리 첩지
4. 뒤꽂이
쪽진 머리를 꾸며주던 장신구로, 주로 다양한 꽃과 나비와 벌, 그리고 연 봉오리 등을 형상화하고 그 위에
오색의 칠보를 입힌 것으로 자연을 사랑하던 조상들의 마음이 드러나 있다.

▲ 화접(花蝶) 뒤꽂이 ▲ 연봉(蓮峯) 뒤꽂이
몸 장신구
1. 노리개
삼국시대의 허리장식에서 시작되었으며 조선시대에 더욱 다채롭게 발전되었다. 장도(粧刀)노리개, 바늘집
노리개, 향갑(香匣)노리개 등 실용적인 면을 지닌 것도 있었다.

▲ 대삼작(大三作) 노리개
2. 주머니
우리 고유의 복식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주머니 역할을 하던 것이다. 둥근 형태의 두루주머니와 각이 진
형태인 귀주머니가 있다.

▲ 귀주머니
색동 손지갑 어떠냔 말이지?
자개로 만든 비녀, 스커트에 달아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 노리개, 손에 들고 다녀도 좋을 색동 손지갑, 향갑이
달려있는 작은 휴대폰 고리. 눈을 크게 뜨고 둘러보니 전통과 현대가 슬그머니 손을 맞잡고서 어느 새 우리의
생활 가운데로 발을 내딛고 있었다. 항상 곁에 있어 무관심했던 것일까. 역시나 딴 나라 사람들은 벌써 호기심이
가득 찬 눈으로 물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쁘다는 말을 끊임없이 하는 그들 때문에 우리는 조금 겸연쩍어
지기도 했다.
이제는 방송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 되어버린 전통 장신구들. 머리에 비녀를 꽂듯이 스커트에는 노리개를
달겠다는 것, 나쁘지 않은 발상이다. 비단으로 만든 꽃신을 신고 폴짝거리며 시내를 누비는 상상은 유쾌하기
까지 하다. 이 참에 은장도가 달린 노리개, 호신용으로 하나 준비해 봄은 어떠신지?

▲ 문대기가 추천하는 장신구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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