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책 속의 향기

진리를 보려면 울타리를 부숴라

淸潭 2007. 3. 17. 10:00
진리를 보려면 울타리를 부숴라
지식의 통섭: 학문의 경계를 넘다
최재천·주일우 엮음 | 이음 | 308쪽 | 1만4500원
지난해 가을 ‘인문학 위기론’이 불거졌을 때 “학문의 울타리를 부숴야 한다”는 것이 대안 중 하나로 제시됐다. 철학 학회에 제출한 논문이 ‘생물학적 관점이 많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는 국내 현실은 극복돼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 무렵 이화여대에서 ‘통섭원’을 열었던 자연과학자 최재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진리란 우리가 만들어 놓은 학문의 경계에 개의치 않고 돌아다닌다.” 바로 그 통섭원 개원 기념 심포지엄의 원고를 모은 이 책은 이제 “코끼리 몸의 각 부분보다 그 몸 전체의 모습이 진리에 가깝다”고 말한다.

원래 ‘전체를 도맡아 다스린다’는 뜻의 통섭(統攝)은 에드워드 윌슨의 책 제목 ‘컨실리언스(consilience)’를 번역하면서 나온 용어다. 윌슨은 인문학과 사회학과 예술이 모두 인간에 관한 학문이기 때문에 유전학과 진화학, 뇌과학을 통해 재해석하고 통합할 수 있으리라고 전망했다.

이 책의 저자들 역시 ‘어떻게 울타리를 부술까’를 논의하며 우리 사회 통섭의 첫걸음을 내딛는다. 이종흡 경남대 교수가 프란시스 베이컨을, 전용훈 서울대 과학문화연구센터 연구원이 최한기를 파고들며 역사 속의 사례를 논하고, 최정규 경북대 교수가 경제 이론의 뿌리에는 다윈의 진화론을 수용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고찰한다. 배식한 성균관대 교수는 ‘가능한 통섭과 불가능한 통섭’에서 환원이 불가능한 비과학적 언어에 대해 말한다.
 
유석재기자 , karm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