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지음|이보름 그림|랜덤하우스|227쪽|1만3000원
- 재미있다, 그것도 매우. 저자는 스스로를 ‘강호 동양학자’라고 부른다. 대학 강단에 서는 ‘강단 동양학자’들과 달리, 인간의 명운을 결정하는 섭리를 쫓아 “대학과 강단이라는 보호막 없이 풍찬노숙” 하며, “학교와 강단을 떠나서도 굶어 죽지 않는다”는 자부다(9쪽).
“글쎄올시다” 하고 눈썹을 치켜 올릴 사람이라도, 이어지는 얘기엔 어쩔 수 없이 귀가 쏠릴 것이다. 강호의 술사들이 천하의 실세들과 조우해서 벌어진 비화가 흥미롭다. 유신 직전, 역술인 박재현(1935~2000)씨가 박정희 대통령이 보낸 심복에게 “유신을 하면 귀신이 된다”고 말했다가 남산에 있던 모 국가 기관에 초청 받아 장정들에게 화끈하게 어루만짐 당했다는 일화가 좋은 예.
저자는 “신비의 종착점에는 합리가 기다리고 있는 법”(103쪽)이라고 주장한다. 그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의미 있게 즐길 수 있는 책이다. “명리학은 난세를 먹고 산다”(22쪽), “종자돈 없이 마이너스 통장을 가지고 현생으로 뛰어든 사람도 있고, 반대로 두둑한 적금 통장을 가지고 넘어온 사람도 있다”(205쪽)는 문장에서 드러나듯, 저자는 뛰어난 이야기꾼이다. “좋은 일을 많이 한 집안에는 반드시 경사스러운 일이 있다”고 주장하며 오래된 명문가의 실례를 든 대목은 깊이 새길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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