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주·엄윤숙 엮음|포럼|248쪽|9800원
- 이 땅에 서학(西學·천주교)을 최초로 도입한 이로 기록되고 있는 조선 중기 학자 이수광(1563~1628)의 대표작 ‘지봉유설’에 나오는 구절.
“글을 읽을 때는 세 가지가 그곳에 머물러야 한다. 즉 마음이 머물러야 하고, 눈이 머물러야 하고, 입이 머물러야 한다. 마음이 그곳에 머물지 않으면 눈이 자세하게 보지 않게 된다. 마음과 눈이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하면, 다만 제멋대로 외우고 헛되이 읽을 뿐이다. 결코 책의 내용을 기억할 수 없고, 설령 기억한다 해도 또한 오래가지 못하고 잊어버릴 것이다.”
이 책은 조선 지식인의 독서 생활을 살피고, 그 속에서 발견한 깨달음을 아포리즘으로 엮었다. 딱딱한 얘기만 있는 것도 아니다. 제비는 ‘논어’를 읽는다. 그래서 제비는 지저귈 때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知之謂知之 不知謂不知 是知也·아는 것을 안다 이르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이르는 것이 바로 아는 것이다)라고 한다! 개구리 또한 ‘맹자’를 읽는다. 그래서 개구리는 울 때 ‘독락악여중락악숙락’(獨樂樂與衆樂樂孰樂·홀로 즐거움을 누리는 것과 백성들과 더불어 즐거움을 누리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즐거운가?)이라고 한다. 책 읽기에 대한 궁리와 사색, 또 그 비법을 옛 선비로부터 배울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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