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게 케플러 그림|이용숙 옮김|베틀북|92쪽|1만1000원
- 어느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들은 서로 몸을 바싹 붙이고 한데 모여 있어야 했다. 날카로운 가시가 서로의 몸을 마구 찔러 대자 고슴도치들은 ‘앗 따가워’ 하며 떨어졌다. 떨어져 있으면 추운 탓에 다시 몸을 붙이고, 다시 따가워서 떨어지기를 계속 반복했다. 그러다 마침내 ‘서로를 찌르지 않으면서 겨울 추위를 견딜 수 있을 최소한의 간격’을 찾아냈다. 이 간격을 고슴도치들이 뭐라고 불렀을까? 바로 ‘예절’이라는 것이다. 인간 상호관계의 본질을 날카롭게 지적한 이 우화의 작가는 뜻밖에도 독일 철학자 아르투르 쇼펜하우어다.
‘주인공이 동물이면서 글이 짧고 읽는 재미와 삶에 대한 교훈이 있는 글’이 우화의 정의라면, 그런 글을 남긴 사람이 어찌 1600여년 전 이솝뿐이겠는가? 라 퐁텐과 그림 형제는 물론, 마르틴 루터, 레오나르도 다빈치, 톨스토이, 카프카 같은 유명인들이 남긴 글 속에서 조금씩 뽑아낸 이 우화 그림책은 아이들을 깊은 지혜의 성찰로 이끄는 안내서와도 같다. 오스트리아 출판협회가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선정했을 만큼 정감 넘치는 삽화도 탁월하다. ‘왜가리’나 ‘앞만 보고 달리는 생쥐’처럼 어른들이 감탄할 정도로 철학적인 이야기들이 많다.
'글,문학 > 책 속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금기를 찍는다 (0) | 2007.03.17 |
---|---|
내 인생의 뒤통수를 치는 상쾌함 (0) | 2007.03.17 |
진리를 보려면 울타리를 부숴라 (0) | 2007.03.17 |
무작정 상경 소년 그룹회장 되기까지… (0) | 2007.03.17 |
선을 쌓는 것이 명문가 되는 비결 (0) | 2007.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