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일 지음 | 학고재 | 232쪽 | 1만3000원
- ‘한국인다움의 증거를 찾아가다’가 부제다. 과연 한국인을 한국인답게 만드는 건 무얼까. 강단 생활의 대부분을 한국학 연구에 매진해 온 저자는 한국인다움의 요체를 ‘현장’에서 찾자고 제안한다.
한국 사상사의 새벽을 연 원효와 의상의 깨달음, 허균과 이옥 등 조선 후기 지식인들의 파격적이고 창조적인 발상, 탈춤과 영웅 소설에 투사된 민중들의 자아 각성 등 한국의 문화와 정신을 살찌운 ‘사상의 거처’를 직접 더듬어 보자는 거다. 저자의 표현을 빌어 ‘살아 있는 증거’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으므로 현장의 생동감을 통해 “통설을 거부하는 이해와 평가로 발상의 전환을 이룩하자”는 얘기다.
저자는 30여 곳의 우리 땅과 바다를 답사하며 선조들의 깨달음이 서려 있는 문화 유산을 꼼꼼히 살핀다. 최치원이 진감선사(眞鑑禪師)를 기린 쌍계사, 육두품의 문장과 전설이 어우러진 성덕대왕신종, 원효가 혜공을 만나 깨달음을 얻은 오어사, 김종직과 조식이 찾은 지리산, 신재효가 민족의식을 노래한 고창, 전우치의 도술 이야기가 전해지는 논산 개척리….
한동안 ‘무슨 무슨 답사기’가 유행처럼 쏟아져 나온 바 있는데, 저자의 학문적 엄정성과 ‘한국적인 것’에 대한 열성을 오롯이 담아 얼치기 책들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는 노작(勞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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