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약지(藥指)에 혼인 반지 끼는가 동양과 서양의 습관과 문화는 많이 다르지만 가끔 너무 닮은 점들을 발견할 때도 있다. 우리 나라의 콩쥐와 팥쥐 얘기는 서양의 신데렐라 얘기와 너무 닮았고, 아전인수(我田引水)가 자기의 이익을 위해 물을 끌어쓰는 이기주의를 말한다는 것과 영어의 경쟁자(rival)가 강물을 서로 많이 쓰려고 경쟁한다는 어원을 가지고 있음도 비슷하다. (라이벌이란 낱말의 뿌리는 '강'이다) 결혼 반지는 왜 약손가락에 끼는가. 또 넷째 손가락을 왜 약손가락(藥指)이라고 하는가. 그 손가락에 결혼 반지를 끼는 것은 서양의 습관이고 약을 다려서 마시기 전에 '젓는 일'을 넷째 손가락으로 하기 때문에 그 손가락을 약지라고 하는 것은 동양식이다. 여기에서 동서양의 공통적 사고방식을 읽게 된다. 왼쪽 약손가락 (혹은 넷째 손가락)의 신경은 심장(心臟)으로 통한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명과 가장 관계가 깊은 심장과 약손가락이 통하기 때문에 약을 저을 때 그 손가락을 쓰고, 서양에서는 심장이 사랑을 나타내는 장기(臟器)라고 여겨왔기 때문에 사랑의 장기와 통하는 넷째 손가락에 사랑을 표하는 반지를 끼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요즈음 와서 약지(藥指)라고 생각해왔던 조상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약지가 어떤 손가락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고 약도 플라스틱 봉지 (비닐봉지가 아니다)에다가 이미 달여놓은 (ready made) 것들을 편하게 마시는 것부터가 정성이 결여된 약을 만들고 있다. 옛날에는 정성이 없으면 약발(약효)이 잘 듣지 않는다고 했는데 말이다. 또 있다. 심장과 연결된다고 믿어서 거기다 사랑의 표시인 반지를 끼던 넷째 손가락에다 사랑의 반지를 제대로 끼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살기 싫은 사람과 억지로 사는 것 보다, 하루를 살아도 마음 맞는 사람과 아기자기 하게 살고 싶다고 '좀 시간이 흐른 사랑'을 '헌 고무신짝' 마냥 집어버리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편리한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법도나 규칙 또는 앞날에 대한 계획보다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으로 모든 것을 처리하려고 하는 편이다. 검은머리가 파뿌리 되기까지 한 사람만을 사랑하겠다는 약속은 '흘러간 것을 보관하는 박물관'에서나 찾을 수 있게 되었고, 정성을 들여 무엇을 끈기를 가지고 하기보다는 쉽게 일을 끝내려는 조급함 때문에 세상 인심은 점점 각박해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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