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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내 아내의 어법연구1

淸潭 2007. 2. 4. 15:35



    내 아내의 어법연구1



        난 요즘 아내가 굉장히 무섭다. 아니, 무섭다기 보다는 무슨 걸어다니는 흉기로도 보이고,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여전사처럼 아찔하다. 좀 자세하게 얘길 하면 중국영화에 나오는 무림의 고수처럼 보인다. 긴머리와 긴 옷소매로 바람을 휘날리며 다가와 째려보는 눈은 내공이 나보다 수백배 높은 힘으로 쏘아 붙히기 때문에 내 몸엔 이미 무수히 표창이 날라와 꼿히고 온 몸이 찢어지고, 벽에 걸린 박재가 된다. 난 아내앞에 아무리 멋있게 말해봐야 추풍낙엽이요 찰싹붙는 표현은 파리채 밑에 발쓰다듬고 있는 파리이다. 왜 사냐고 묻는다면 그냥 웃겠다. 그래도 그럴거면 되지라는 눈초리로 자꾸 묻는다면 너는 왜사냐고 되묻겠다. 실은 할 말은 많은 것 같으나, 이 지경에 웃음밖에 안나온다. 긴 세월을 그래도 같이 산 사람이 이렇게 갑자기 무서워 보일 수가 있을까? 아내가 내 옆을 지나가면 숨죽이고 가만히 있어도 그 지나치는 바람은 쌩하니 칼바람이라 덜덜 떨린다. 지난 여름은 에어컨이 필요없었다. 바캉스도 필요없었다. 그냥 아내 옆에서 속이 벌건 수박만 쪼개먹어도 아내가 있는 자리가 북극이라면 난 남극의 빙산에 똥침맞고 엉거주춤 앉아있는 형국이니까... 하긴 이해는 간다.. 사업한답시고 쫄딱 말아 먹고는 아무 대책도 없이 컴퓨터만 붙들고 앉아서 노닥거리고 있었으니 참고 참고 참았다가 드뎌 아내는 폭발하고 말았다. 아! 내 아내는 그 동안 휴화산이었던 것이다. 난 死화산인줄, 石녀인줄 착각을 했는데 드뎌 터진 그 폭발력은 엄청나게 쎄서 빨리 도망가고, 대책을 강구했어야 했지만 나는 물론이고 내 주위의 모든 것을 해일로 쓸어 버리고 화산재로 덮어버렸다. 그리곤 쭉 얼마간 냉대기후를 형성하면서 난 밥도 제대로 못먹으면서 겨우 버텼다. 끈질긴 생명력이란..죽지 않으면 까무러치다 사는 것이다. 가장 슬픈 생의 비애감을 느끼는 찰라는 나도 인간이라 생각했다. "아~ 나도 이케 꼬꾸라지는구나....공룡이 이래서 망했구나!" 내가 그래도 자알 나갈 땐 내아내와 말싸움을 해서 진 적이 거의 없었다. 그것은 내가 말을 잘 한다기 보다 사전지식이 많고 준비된 자료도 많고, 결혼초부터 별로 거짓말을 한 것이 없었고, 항상 당당했으며 트집잡힐 일을 별로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내 아내의 말은 항상 "아휴~ 하여간 어떻게 그렇게 기름종개(강 미꾸라지 일종)처럼 잘도 빠져나가시남...자기 엄마말이 딱맞아.. 아예 이길려고 들질 말아야되" 하는 정도로 난 아내와 말쌈을 하면 백전백승이였다. 그렇게 잘나가던 내가 그 왠수같은 돈 못번다고 이케 괄시를 당하게 됐다. 하여간 우리 가정의 생태계를 완전히 망친 원흉이 나라고 함시롱 여러 가지 듣기 싫은 증거들을 나열하면 말이다 어쩌겠나 지아비에 지아빤걸.....사람나고 돈낳지 돈나고 사람낳나... 돈이라는 단어.....증말 잘졌다.... 돈이란 돌고 돈다고 해서 돈이라고 했는데.... 내머리까정 도니 그게 문제다. 점점 삭으러드는 심장하며...오그라드는 무릎이며... 쪼그라드는 허리땜시 점점 여러 가지 문제가 서서히 발생하면서..... 난 겨우 눈치정도로 버티고 있었지만...내 아내는 점점 돌처럼 단단해지면서 말투도 군대도 안갔다 온 사람이 조교가 제식훈련 시키듯 명령조로 말도 바뀌고.. 잔소리같은 지시사항도 많아지고 크린트이스트우드처럼 안쓰던 인상도 팍팍 쓰면서 꼭 자진해서 청소도 할려고 하면 5초전에 말을 꺼내면서 왜 청소도 안하냐고 꾸중하신다. 지금 할려고 그랬다고 하면 까불다 맞으며 덜아프냐고 한다. 어느 비가 몹씨도 오던 날 맘도 울쩍해서 아내에게 좀 개겼다가 먼지나게 디지게 맞기만 했다.ㅋㅋ 우쒸.......그 비오는 날 걍~ 가출했다가 밤에 드왔다..ㅎ 노는 것마져 끼리끼리 논다고.. 우리 동네에 직장도 같은 분야고, 나이도 비슷하고, 어딘가 모르게 쫀쫀하고, 띨띨하고, 촌시러운 것이 나랑 비슷해서 같이 죽마고우처럼 지내는 친구가 하나 있다. 낚시도 같이 다니고, 가족끼리 콘도도 같이 놀러가곤 했는데 요즘은 애들도 크고, 경기도 안좋아 동네서 같이 술먹는 날도 드물게 지내게 되었는데.. 사회친구란 아무리 친해도 이렇게 되는 것일까? 하면서도 궁금해서 전화라도 하면 이핑계 저핑계 맘에 안드는 말만 골라해서 알써하고 끊는다. 그런데 어느날 그 친구한티 느닷없이 전화가 왔다. 동네 생맥주집으로 나오란다. 내가 나오랄땐 한 번도 안나오고... 나도 사실 집에 일단 기들어오면 왠만해선 다시 기나가는 일이 거의 없다. 그것은 술을 몇잔이라도 하고 집에 들어 오는데 들어와서 술이 깨는 상태에서는 몸을 다시 움직이기가 힘들다. 그 날도 아까 마신 술이 깨는 상태라 쿠션에 기대어 TV를 보는둥 마는둥 하고 있는데 전화가 온 것이다. 안나간다고 그래도 자꾸 나오라고 하니 결국은 맴약한 내가 져서 생맥주집에 도착하니 이 친구는 벌써 생맥주를 어느정도 마시고는 얼굴이 뻘개있었다. 이얘기 저얘기 주위만 빙빙 도는 뜬금없는 얘기만 뜨믄뜨믄 하다가 어느덧 술이 좀 들어가고...취기가 올를즈음 열어논 얘긴즉은 자기 아내랑 대판 싸웠는데 더러워서 못살겠단다..자기는 이미 자기아내보다 돈벌이도 시원찮아 자존심도 버리고 살았는데...아내가 퇴근해서 들어오면 현관앞에서 다소곳이 머리를 조아리며 이제 오시냐고..고생한다고...갖은 애교를 떨면서 매일 위문공연하는 맘으로 살지만..... ㅠㅠㅠ 안그러면 삐지니까 .. 그렇게 억지로 하지만 ..참는데도 한계가 있단다. 아 글씨...일요일날 자기는 외출해서 동창들과 신나게 놀고 와서는 한다는 소리가 개밥 제대로 안챙겨 줬다고 구박을 하는데 눈물이 앞을 가려 혼났댄단다. 자기도 점심 굶고..저녁때 겨우 오데서 얻어먹었는데.....말이다. 하면서 흐느꼈다. 개만도 못한 인간이 바로 앞에 버티고 있네그랴... 난 속으로 그랬다..에고 빨리 되져라..왜사니.. 그러나 어찌 그렇게 말할 수 있나. 그래도 참아라....참고 살다보면 ..다 소화할 수 있다.. 개보다 너가 충성심이 약해서 그러느니라..정진하라.. 아직 충성심이 약하니 개만도 못한 인간이라는 말이 나온다.. 푸쉬킨이 그 더러워진 입을 내프킨으로 닦고... 삶이 그대를 염장지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마라고 했지 않은가. 항상 체면을 걸어라.. 그냥 사는거다..웃으면서..살아라..빙신처럼.... 나혼자 깨끗하다고 피래미처럼 팔딱팔딱 뛰어봐야 승질 드럽다는 소리만 듣게 된다... 머 이렇게 말했나? 몰라.. 내나름대로 인생의 총체적인 면을 집중분석조율해서 얘길 해줬지만 그 친구가 뒤돌아서서 슬리퍼를 갈지자로 질질 끌며 머리는 더 무거워졌는지 몸에 대롱대롱 매달고 어두운 골목으로 사라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노라니...내 혀에서 단내만 났다. 그렇게 많은 얘길 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상대적으로 난 아직까지 그래도 어느 면으론 건재하다는 것에 안도하면서도 너무 씁쓸한 기분과 내아내가 그래도 이쁘다 하고 집으로 왔는데 그 기분도 잠시... 오늘은 예상밖으로 문간앞에서 아내와 마주쳤다. 나는 들어가고, 아내는 나오던 참이였다. 아니 세상에 이렇게 재수없는 놈도 있다 싶어 좁은 현관문앞에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했다. 아내왈 아니 몸도 안좋다는 사람이 맨난 그렇게 술만 퍼드시고...... 담날 출근도 못하면서.....쫑알조알깨알쌀알씨블알..... 여기서 조금이라도 말대꾸를 하면 군단포대 융단폭격을 당하기 때문에 숨죽이고 참아야 한다. 완존히 역전되었다. 역전되면 나두 역전으로 가야하나... 이젠 내가 할 말이 없다. 그 기름종개가 말이다. 아내는 아내대로 정작 할 말들은 잃어가고 무표정무대포조폭막가파 형식으로 변해가고 있었는데.. 말하는 그 어법단계가 4단계로 되어있다.. 궁금한 분이 많으면 공개한다...ㅎ
출처 : 존재의 의미
글쓴이 : 허벌대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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