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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내면 섹시하고 감추면 신비롭다

淸潭 2007. 1. 17. 13:57

그녀의 히든카드 ‘다리’

 



 

《두 남자가 길을 가고 있다. 긴 생머리에 청바지를 입은 예쁜 여자와 짧은 치마를 입은 못생긴 여자가 다가온다. 두 남자의 시선은 거의 동시에 긴 생머리의 예쁜 여자에게 간다. 그러나 순간 바람이 '휙' 불자 두 남자의 눈은 못생겼지만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로 향한다.

인기 만화책 '캠퍼스 블루스'의 한 장면이다. 만화책이지만 남성의 본능을 절묘하게 표현한 대목이다.

인류행태학자 데즈먼드 모리스는 "짧은 치마는 남성들에게 다리가 만나는 지점을 상상하게 만드는 성적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영화 ‘7년만의 외출’의 메릴린 먼로.
동아일보 자료사진

영화 ‘7년만의 외출’의 메릴린 먼로.

 

남자들의 이런 성향을 잘 이용한 영화배우가 바로 메릴린 먼로다. 바람에 치마가 날려 다리가 훤히 드러나는 포즈는 먼로를 섹스심벌로 각인시켰다.

영화 '원초적 본능'에서 샤론 스톤이 다리를 번갈아 가며 꼬는 장면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영화 007 시리즈 12탄 '포 유어 아이즈 온리'는 여성의 각선미를 전면에 내세운 포스터로 눈길을 끌었다.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 역시 다리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놓는 대신 사람의 다리를 얻는 조건으로 마녀와 위험한 거래를 하는 인어공주 에리얼. 만약 에리얼이 늘씬하고 하얀 다리 대신 근육질의 굵고 짧은 다리를 얻었다면 아름다운 동화는 성립되지 않았을 것이다.

각선미가 돋보이는 연예인 이혜영 씨는 2001년 12억 원의 다리보험에 가입했다. 아름다운 다리가 재산목록 1호인 셈이다.

지난해 여름 전지현 씨가 치마를 찢어 각선미를 뽐내는 화장품 CF 동영상이 공개되자 이 화장품 회사의 사이트는 한때 다운될 정도로 접속이 폭주했다.

최근엔 각선미를 부각시키는 반짝이 스타킹과 각종 무늬가 들어간 스타킹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 여성의 다리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가늘고 긴 여성의 다리는 강력한 유혹의 무기이기도 하다. 가발이나 '뽕 브래지어'와는 달리 누구도 속이지 않는 진실한 무기다.

미인의 완성인 다리는 드러내면 섹시하고 감추면 신비스럽다. 다리는 신이 내린 그녀들만의 히든카드다.》

 

드러나면 아름답고 감추면 신비롭네

“세상에 다리가 7개인 문어가 어디 있어요.”

제사상에 놓으려고 산 문어가 이상하다며 바꾸러 온 주부가 주인과 실랑이하던 중 한 말이다. 하지만 문어는 다리가 없다.

문어와 낙지는 발이라 해야 하고 오징어는 다리라 부르는 것이 맞다. ‘문어발식 경영’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다리는 동물의 몸통 아래에 붙어 있는 신체의 부분. 서고 걷고 뛰는 일을 하는 기관이다. 한자어로는 각(脚) 또는 하지(下肢)라고 한다.

해부학적으로 다리는 골반뼈 바로 아래에서부터 복숭아뼈까지를 말한다. 그럼 엉덩이도 다리에 포함될까.

X선으로 촬영하면 엉덩이 살 속에 다리뼈가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해부학적으로는 엉덩이도 다리에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엉덩이를 다리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다리는 앞에서 봤을 때 골반뼈 아래부터 발등까지다. 뒤에서 봤을 때는 엉덩이 라인과 허벅지가 만나는 움푹 파인 부분부터 복숭아뼈 바로 옆 움푹 들어간 부분까지를 지칭한다. 그래서 엉덩이가 처진 사람은 다리가 짧아 보인다.

다리는 건축물에 비유하자면 건물의 기초에 해당한다. 양다리 위에 골반을 축으로 몸통과 머리가 올려져 있기 때문이다.

○ 노출의 역사 목→가슴→다리 순

롱다리, 숏다리라는 말이 한때 유행했다. 무다리, 알통다리, 안짱다리, 꼬챙이다리 등도 회자된다.

다리 모양이 O자처럼 생긴 O다리, X자처럼 생긴 X다리는 유전이기도 하고 성장과정에서 형성되기도 한다. 어렸을 때 업혀서 자란 사람은 다리가 벌어져 O다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보릿고개 시절 성장기를 거친 사람들에게 많았으나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다. 외출할 때 업는 경우가 거의 없고 유모차를 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반면 어렸을 때 무릎을 꿇고 앉다가 양 무릎을 맞대고 양발을 벌린 자세를 자주 취하면 X다리로 변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동아일보 자료사진.

여자의 다리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을 각선미라고 한다. 곧고 날씬한 여성의 다리는 섹시한 느낌을 준다. 역사적으로 여성의 노출 변천사를 보면 목→가슴→다리 순이다.

노출된 다리는 사회가 변하면서 그 의미 또한 달라졌다. “어디 버얼∼건 대낮에 허∼연 다리를 내놓느냐!” 1980년대까지만 해도 허벅지를 드러내면 어른들이 이렇게 호통을 쳤다.

과거에는 허벅지를 드러내는 것은 천하고 경박한 행동으로 받아들여졌다. 짧은 치마에 굽 높은 구두를 신으면 직업적으로 남자를 유혹하는 여자로 비쳤다. 다리를 드러내는 짧은 치마를 입으면 그 여성의 가정교육 문제까지 거론했다.

하지만 요즘은 짧은 치마를 입으면 섹시하고 활동적인 여성으로 인식된다. 다리의 노출이 긍정적인 의미로 바뀜에 따라 다리가 미인의 조건이 된 것이다. 특히 전문직 여성이 짧은 치마를 입으면 패션감각이 뛰어나고 자기관리를 잘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물론 예쁜 다리일 때의 얘기다.

초미니스커트까지 나온 지금 다리를 드러내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다리가 예쁜 여성이 짧은 치마를 입고 지나가면 남성들은 마음속으로 ‘다리 잘 빠졌다’ 혹은 ‘다리 죽이는데∼’ 라고 생각한다. 여성들마저 부러움과 질투가 실린 눈으로 바라본다.


○ 한국여성 70cm→72.7cm로 길어져

다리의 노출과 역사를 함께하는 것이 바로 미니스커트다. 미니스커트의 출현은 단순히 새로운 복식스타일의 등장이 아니다. 여성의 자유와 해방을 의미한다는 시각도 있다.

미니스커트는 1964년 영국에서 출현했다. 여성이 허벅지를 드러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 당연히 모험이자 충격이었다. 미니스커트는 여성뿐 아니라 청년세대가 기성세대에 대해 갖는 의문과 반항의 표현이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1967년 가수 윤복희 씨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김포공항에 내리면서 알려졌다. 처음에는 충격과 함께 ‘아이들이나 입을 옷’이라는 비아냥에 시달렸다. 하지만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점점 길이가 짧아져 경범죄 단속대상이 됐다. 대자를 든 경찰이 길거리에서 미니스커트의 길이를 재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다리의 노출 정도는 여성의 성향을 나타내기도 한다.

여자 연예인의 섹시한 이미지 변신이란 기사에는 예외 없이 미니스커트를 입고 섹시한 포즈를 취한 사진이 따라 나온다.

화제의 드라마 ‘가을동화’의 여주인공이었던 송혜교는 극중에서 청순가련형의 여성을 연기했다. 이때 주로 입었던 의상은 롱스커트. 차분하면서도 조심스러운 이미지를 풍긴다.

그 후 드라마 ‘풀 하우스’에서는 깜찍한 여성 역을 맡아 다시 한번 인기를 얻었다. 이때 입고 나온 옷은 짧은 미니스커트. 짧은 치마는 앳된 소녀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도 하고 발랄하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산업자원부 산하 기술표준원의 ‘한국인 체형정보’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다리 길이는 1927년 70cm에서 2000년 72.7cm로 길어졌다. 남자는 74cm→79.9cm. 한국인의 평균 체형이 커지면서 다리도 길어진 것이다.

하지만 만족이란 없다. 지난해 마리프랑스 바디라인 홍콩지사의 설문조사에서 ‘자신의 신체 중 가장 불만족스러운 부위’를 묻자 한국 등 아시아 여성들은 다리를 1위로 꼽았다. 일찍부터 입식 생활이 몸에 밴 서양에 비해 동양인은 좌식 생활에 길들여져 다리가 대체로 짧고 굵은 편이기 때문이다.

글=이호갑 기자 gdt@donga.com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 ‘다리 미인’은 누구인가

다리 길이의 비율이 몸 50% 넘으면 ‘와’▼


여성용 면도기 제조업체인 질레트 비너스가 지난해 5월 개최한 ‘제4회 여신의 다리 행사’에서 최고 각선미 소유자로 선정된 팝가수 머라이어 캐리. 동아일보 자료 사진

여성용 면도기 제조업체인 질레트 비너스가 지난해 5월 개최한 ‘제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다리는 허벅지와 종아리를 포함한 다리의 비율이 전체 몸의 50%를 넘어야 한다. 대개 허벅지는 종아리보다 5% 정도 길다. 이때 무릎 이하의 길이가 허벅지의 길이보다 10% 이상 길면 늘씬하고 잘 빠진 다리로 친다. 전체적으로는 상체와 하체의 비율이 5 대 8 정도가 가장 이상적이다.

물론 곧은 다리가 예쁘다. 다리는 가슴과 같은 다른 신체부위와 달리 더 아름답게 보이도록 하는 보정물이 없다.

예쁜 다리를 만들려면 먼저 골반을 바르게 세워야 한다.

한국인은 대체로 골반이 앞으로 쏠려 있는 편이다. 골반을 바로 세우고 걷는다면 다리가 길지 않아도 미끈해 보일 수 있다. 엉덩이와 아랫배에 힘을 주고 허리를 펴고 걷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예쁜 히프 라인도 한몫 한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을 볼 때 사람들의 시선은 뒷모습에 집중된다. 히프가 처진 사람이 A라인 스커트를 입으면 처진 히프 선이 쉽게 눈에 띈다. 골반이 큰 사람은 엉덩이가 더 크게 보여 다리도 굵어 보인다.

하이힐은 각선미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 걸을 때 불편하지 않으면서 다리 선이 아름답게 보이려면 굽 높이는 키의 4%가 적당하다.

만약 키가 160cm라면 6.5cm의 굽이 정답이라는 얘기. 하지만 다리를 예쁘게 만들어 주는 굽 높이는 2.5cm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10분 정도 주물러 주는 것도 예쁜 다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딱딱하게 뭉친 근육은 다리의 형태를 나쁘게 하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날 쌓인 피로와 노폐물을 간단한 마사지로 풀어 주는 것이 좋다. 걸을 때도 허리와 등을 펴고 보폭을 크게 해 걷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쪽 다리에 체중을 실은 채 오래 서 있거나 다리를 꼬고 앉는 습관은 다리 모양을 망친다. 한쪽 다리로만 오래 서 있으면 체중이 실리는 쪽의 다리가 굵어진다. 다리를 꼬고 앉는 습관은 고관절을 뒤틀리게 해 관절이 어긋나고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간혹 한쪽으로만 꼬는 습관이 마음에 걸려 다른 다리를 꼬는 경우가 있는데 다리를 번갈아 가며 꼬면 튀어 나왔던 고관절이 균형을 찾는 게 아니라 양쪽 고관절이 모두 튀어나오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동아일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