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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좌명상을 하면서 호흡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 명상에서는 호흡을 몸과 마음을 연결시켜 주는 고리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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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명상이 고혈압·심장병 등 신체적 질환까지도 치료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나 화병 등 마음에서 기인하는 심인성(心因性) 질환이 늘면서 서양의학을 보조하는 수단으로 명상이 뜨고 있는 것이다.절이나 산속에서 개인적인 수양차원으로 머물던 명상이 이제는 대체요법 중의 하나로 이용되면서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병원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강남성모병원 라이프스타일센터는 올해 초부터 명상을 도입하여 현재 2기 과정이 끝난 상태다. 메타인지행동치료연구소(서울), 맑은마음 정신과 병원(대전) 등도 명상을 인지행동치료에 접목시켜 사용하고 있다. 상계백병원이나 분당차병원 정신과에서도 시도된 적이 있다.
서울대병원 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명상은 몸을 이완시키고 몸과 마음을 조화롭게 만들어주는 알파파를 증가시키며 나중에는 알파파보다 더 느린 세타파가 나온다”며 “뇌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활성화시켜 심장과 두뇌의 기능도 촉진시킨다”고 말했다.
이들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는 명상은 미국 매사추세츠의대 존 카밧진 박사가 개발한 ‘마음챙김 명상(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프로그램이다. 명상을 과학화한 최초의 임상 프로그램으로 현재 미국 270여개 병원에서 행해지고 있다. 화두로 둘러쌓인 선(仙)명상이나 불교식 위빠사나 명상에 비해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으며, 일상에서 얼마든지 실천이 가능하다는 것이 마음챙김 명상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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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성모병원 라이프스타일센터에서 참가자들이 '마음챙김 명상(MBSR)' 중에서 신체관찰명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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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명상은 ‘늘 깨어있으라’는 불가의 가르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양치질을 할 때도 치약을 쥘 때의 감촉을 느끼고 치약의 맛을 느끼는 등 그때그때의 감각과 느낌에 충실하란 의미다. 보디 스캔(Body Scan)이라 불리는 신체관찰명상, 호흡명상, 정좌명상 등으로 구성돼 있다.
마음챙김 명상은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주의력결핍, 공포증과 같은 신경증적 질병을 치유하는 데 효능을 보이고 있다. 명상이 스스로 상황에 대처해 나갈 수 있는 내적인 능력을 강화시켜 주기 때문이다. 영남대 심리학과 장현갑 교수는 “명상을 하게 되면 부정적인 감정에 관여하는 우반구가 아니라 긍정적 감정, 행복, 평화로움 등에 관여하는 좌반구가 발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스트레스 해독제’로 시작됐으나 최근에는 고혈압·심장병, 통증 완화, 면역력 향상, 항암 효과 등 각종 질환에 대한 보조적 치료 효과에 관한 연구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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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상 후 달라진 뇌지도의 모습. 명상 후의 오른쪽 사진에서 알파파가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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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카밧진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피부 건선을 치료하기 위해 광선요법을 받는 기간 동안 명상을 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4배 정도 더 빨리 치료됐다. 미국 위스콘신대 리처드 데이비슨 교수는 “명상을 하면 면역력이 높아져 감기 등에도 잘 걸리지 않는다”고 밝혔다.명상이 고혈압과 같은 심혈관질환에 효과적이라는 연구는 외국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뤄진 바 있다. 한림대 의대 천연의학연구소 송동근 교수팀의 2005년 연구에 따르면 명상수련을 몇 년간 해 온 20명의 혈액을 조사해 본 결과 혈관을 이완시키는 작용을 하는 일산화질소(NO)의 농도가 일반인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최근에는 명상이 암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보고되고 있다. 캐나다 캘커리대 칼슨박사는 유방암과 전립선암 환자 58명에게 마음챙김 명상을 하게 한 결과 인터페론 감마, 인터루킨10과 같은 암환자를 우울하게 하는 효소를 감소시킨 반면, 인터루킨4와 같이 암세포의 성장을 늦추는 효소를 3배나 증가시켰다.
의학계 주류에서는 명상의 치료·예방 효과에 대해 아직은 신중한 입장이다. 아직 명상의 효능에 관한 생리적 수준의 증거자료가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신의학, 대체의학에서 현대인들의 병에 관한 단서를 찾고 있는 의사들은 명상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강남성모병원 통합의학교실 변광호 교수는 “명상은 현대의학이 정복하지 못하고 있는 암과 같은 질병 외에도 서양의학이 파악하지 못하는 미병(未病, 병이 되기 직전의 상태)을 해결하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큰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joo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