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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의 장으로 가자”

淸潭 2006. 12. 26. 09:58
  • 손에 손 잡은 종교계 “화합의 장으로 가자”
  • 2006 종교계 결산
    삼소회, 세계종교 성지순례… 정진석 추기경·지관 스님 상호방문…
    원불교·여의도순복음교회 등 최고 지도자 자리 후배세대에게 양보
  • 김한수 hansu@chosun.com
    입력 : 2006.12.25 23:59 / 수정 : 2006.12.26 01:39
    • 종교계의 2006년은 여성 수도자들이 손잡고 서로의 성지(聖地)를 순례하는 아름다운 동행으로 시작해 제2의 추기경 탄생, 사학법 재개정을 위한 목회자들의 삭발투쟁 등 빅뉴스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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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진석 추기경 탄생

      2월 22일 천주교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한국의 서울대교구장 정진석(75) 대주교를 추기경에 서임했다. 1969년 김수환(84) 추기경에 이어 39년 만에 복수 추기경 시대가 열렸다. 정 추기경 서임은 한국 천주교회의 위상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정 추기경은 만 80세 미만 추기경을 대상으로 하는 교황선출회의(콘클라베)의 투표권과 피선거권을 갖게 됐다.

    • ▲2006년 종교계의 주요 뉴스를 사진으로 합성했다. 왼쪽부터 서임식 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반지에 키스하는 정진석 추기경, ‘삼소회’의 인도 불교성지 순례, 원불교 종법사의 대사식(이·취임식),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목회자들의 삭발식 모습. /AP연합
    • ◆종교화합

      2006년은 불교, 원불교, 천주교, 성공회 등 4개 종교의 여성 수도자들의 모임인 ‘삼소회(三笑會)’의 세계종교 성지순례라는 화합의 장으로 시작했다. 2월 5일 전남 영광의 원불교 성지를 시작으로 16명의 순례단은 인도(불교), 영국(성공회), 이스라엘(천주교·성공회), 이탈리아(천주교)의 성지를 18일간 순례하며 세계평화와 종교화합을 기원했다. 종교화합의 움직임은 종교 수장들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지난 4월 27일 천주교 입양시설인 ‘성가정입양원’을 방문, 관계자를 위로·격려했다. 지관 스님의 이날 ‘성가정입양원’ 방문은 정 추기경의 서임을 축하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이에 정 추기경은 지난 21일 대한불교 조계종의 장애어린이복지시설인 ‘승가원’을 방문해 성금을 전달하고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지기(知己)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 ◆아름다운 용퇴

      올해 후반 종교계에서는 임기를 남겨둔 상태에서 보다 젊은 세대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미덕이 잇따랐다. 9월 29일 경산(耕山) 장응철(張應哲·66) 종사가 원불교 최고지도자인 종법사에 취임했다. 경산 종법사의 취임은 전임 좌산(佐山) 이광정(李廣淨·70) 종법사가 임기 6년의 종법사를 12년간 재임한 후 연임제한규정이 없음에도 후배세대에 양보함으로써 이뤄졌다. 원불교는 지난 94년 제3세 대산 김대거(1914~1998) 종법사가 종단 안팎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후배세대에 최고 지도자 자리를 양보한 바 있다.

      11월 12일엔 등록교인 75만명으로 단일 교회로는 세계 최대규모인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후임으로 이영훈 나성순복음교회 목사가 선출됐다. 조용기 목사는 지난 2월로 일반적인 개신교 목회자의 은퇴연령인 만 70세가 됐지만 장로 등 신자들의 만류로 임기를 3년 연장키로 했었다. 이에 따라 그의 후임자 선임이 교계 안팎의 관심거리였는데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장로들의 자유·비밀투표를 통해 후임자(담임목사서리)로 이 목사를 선출한 것. 국내 대형교회가 담임목사의 가족 세습이나 일방적 지명이 아닌 비밀투표를 통해 후임자를 선출하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 ◆10년 만의 종교인구 조사

      통계청이 5월 발표한 ‘주택·인구총조사’ 결과는 지난 95년 이후 10년간 종교지형의 변화를 보여줬다. 발표에 따르면 천주교는 10년 사이 74.4%가 증가한 514만 6000명으로 나타났다. 불교인구는 1072만 6000명으로 10년 전보다 3.9% 증가했다. 개신교는 861만 6000명으로 10년 전보다 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신교계는 이후 원인분석과 대책마련, 반성이 이어지고 있다.

       

    • ◆내년으로 이어지는 현안

      종교계는 2005년에 이어 올해도 ‘개방형 이사제’를 골자로 한 정부·여당의 개정사학법에 반대했다. 지난해 입법반대운동을 벌이던 종교계는 지난해 12월 10일 개정사학법이 국회에서 전격통과되자 이후로는 ‘재개정’운동에 돌입했다. 특히 지난 12월 12일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장 이광선 목사의 삭발로 시작된 삭발투쟁은 20·21일 목회자·신자 70여명의 단체 삭발이라는 국내 개신교 사상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또 개신교계 진보적 목소리를 대변해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도 사학법 재개정운동에 동참했다. ‘종교·신앙·선교자유’를 주장하는 개신교계는 내년에도 투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불교계는 연말 들어 ‘국립공원입장료 폐지’라는 복병을 만났다. 환경부가 여론의 반대를 이유로 내년부터 국립공원입장료를 폐지하기로 하자 그 동안 공원입장료와 문화재관람료를 함께 징수해온 일부 사찰들이 고민에 빠져있다. 조계종 총무원의 관계자는 “국립공원 입장객들의 거부감을 줄이면서 정당한 사찰문화재 관람비용을 징수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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