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절을찾아

25만 ‘인텔리 신도’ 거느린 능인선원의 비밀 4

淸潭 2006. 12. 18. 14:34
25만 ‘인텔리 신도’ 거느린 능인선원의 비밀
눈높이 설법, 유리알 회계로 강남 도심 ‘태풍 포교’
 

각종 법회와 불교대학 강의가 이루어지는 능인선원의 대법당(위). 아래는 능인선원 뒤편에 자리잡은 야외 불상.

▼ 속가에서 기자생활을 한 것이 설법하는 데 도움이 됐을 듯합니다.

“도움이 됐다면 됐겠죠.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은 정곡을 찌른다는 것입니다. 기자는 상황 판단이 빠르고, 팩트를 기반으로 취재를 하다보니 육하원칙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독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동물적으로 파악해야 하거든요. 또 기자가 쓰는 기사는 만연체가 아니라 단문입니다. 저의 설법 스타일도 비슷합니다. 신자들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를 먼저 짚어내죠. 절대 길게 말하지 않습니다. 요점만 찍어서 짧은 비유를 섞어 말합니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직업인들의 세계를 겪어본 것도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서울대 종교학과 윤원철 교수는 “능인선원의 폭발적 성장세는 서울 강남의 인텔리들에게 잠재된 종교적 욕구를 해소해준 지광스님의 설법 방식 때문에 가능했다. 한마디로 양측의 ‘코드’가 딱 들어맞았다”고 분석한다. 지광스님은 서울대 종교학과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윤 교수는 “워낙 큰 사찰의 주지가 대학원생으로 들어온다고 해서 처음엔 반대했는데, 일단 대학원에 들어오고 나서는 그 바쁜 중에도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못하면 하루도 수업에 빠지지 않는 모범학생이고 과제물도 놀라울 정도로 빨리, 그리고 많이 제출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신도들이 능인선원의 두 번째 성공 이유로 꼽는 것은 ‘구린 데 없이 투명한 사찰 경영방식’이다. 능인선원의 행정조직은 정부조직을 방불케 한다. 선원 내 모든 업무를 관장하는 총간사장 아래에 기획실을 비롯한 50여 개의 본부조직이 있고 각각의 본부, 실에는 본부장이 있으며 그 아래에는 부원이 있다.

“어항 속 금붕어처럼 살고 있다”

또한 본부는 전체 행정을 관할하는 행정조직과 신도를 담당하는 지역조직으로 나뉜다. 행정조직은 기획실을 중심으로 교유, 법회, 기도, 불사, 판매, 구매 등으로 세분돼 있고, 지역조직은 1100여 개에 달하는 가정법회를 지원, 관리한다. 5∼10명이 모이는 지역법회는 ‘능인등’이라고 부르는데 3∼10개의 능인등이 모이면 ‘능인장’이 된다. 가정법회 전체를 관리하는 신도는 ‘정법사’, 능인장 전체를 관리하는 신도는 ‘현법사’라 부른다.

능인선원 직원은 300여 명에 이르지만, 경비직과 용역직원 10여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보수 자원봉사자다. 주부와 직장인이 대부분인데 교수,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도 여럿 있다. 이들은 요일을 정해 자기 형편이 맞는 시간에 와서 일한다. 이 때문에 본부장이 여러 명이다. 가령 홍보본부장도 2명이 번갈아가면서 한다. 기자는 처음에 이런 구조를 모르고 전화를 걸었다 낭패를 봤다. 같은 사람으로 알고 한참을 이야기하다보니 다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중요한 행정사안과 지역업무는 매주 두 차례 모든 책임자가 모이는 전체회의에서 논의되고 결론을 낸다. 중요치 않은 업무의 자율권은 조직 책임자에게 주어지고 원장스님은 최종 결재만 한다. 행정조직의 수반인 총간사장은 원장스님이 정하는 게 아니라 이미 총간사장을 지낸 사람들과 본부장단에서 공동으로 추천하면 원장스님이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정해진다. 총간사장을 마치면 다시 평신도와 일개 부원으로 일한다.

능인신협과 생협도 모두 자체적으로 움직여가고 모든 회계는 외부 회계법인에서 감사해 공개한다. 외부 회계감사를 받는 사찰은 전국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렵다. 능인선원의 행정조직은 스님들의 연봉을 정하고 월급을 지급한다. 원장인 지광스님도 이곳에서 월급을 받는다. 불교계와 학계에서 능인선원이 ‘불자에 의한, 불자를 위한, 불자의 사찰’이라고 불리는 까닭을 짐작케 한다. 이 대목에서 ‘속물근성’이 고개를 들었다. 이렇게 큰 사찰의 주인인 원장스님은 월급을 얼마나 받을까. 스님에게 직접 물어봤다.

“월급은 사회복지법인에서 이사장 자격으로 받는데…그걸 꼭 알아야 하나요? 출장비 빼고 판공비 포함해 250만원쯤 받습니다(총간사장은 ‘월급만 200만원 정도’라고 답했다) 상좌스님들은 연조에 따라 150만원 받는 분, 200만원 받는 분이 있는데 그것도 행정조직에서 정합니다. 여기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하니까 절대 부족한 돈은 아닙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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