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 ‘인텔리 신도’ 거느린 능인선원의 비밀 |
눈높이 설법, 유리알 회계로 강남 도심 ‘태풍 포교’ |
![]() |
▼ 도심 포교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제가 종교계에서 어떤 모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능인선원을 만들 당시 서울 시내에 포교당이라는 형태가 거의 없었죠. 교회나 성당만 많고. 우리는 도시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대지(大志)는 대지(大地) 위에 있다’고 말씀하셨지요. 큰 뜻은 많은 사람과 더불어 있다는 말씀입니다. 부처님이 말씀한 ‘중생제도(衆生濟度)’는 중생 속에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부처님이 자비행을 하라고 했는데, 이웃이 가까이에 없으면 어떻게 자비를 베풀겠습니까. 스님들이 북적이는 도심 속에서 마음을 고요하게 가다듬어 맑은 마음으로 맑은 말을 토해내면 도심 신도의 마음은 저절로 맑아집니다. 부처님은 ‘일심(一心)이 정하면 다심(多心)이 정하다’고 했습니다. ‘너의 한마음 깨끗해지면 많은 사람의 마음이 깨끗해지고, 많은 사람의 마음이 맑아지면 국토, 나라, 나아가 우주 법계가 맑아진다’고 했습니다. (개혁이라고 하면 다 싫어하는데)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부처님도 당시에는 개혁가였지요. 카스트의 신분사회를 반대하고 태생부터 신분이 갈리는 것에 반대했습니다. 원효대사는 당시의 왕족, 귀족 불교를 타파하기 위해 거사 복장을 하고 꽹과리를 치면서 서민 속으로 스며들었습니다. ‘법당 안의 불교’를 거리로 내놓은 분입니다. 모든 종교가 마찬가지지만 종교는 대중을 위해 필요한 것이지 특정집단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 능인선원의 가정법회는 기독교의 가정예배와 비슷한 것 같더군요. “꼭 교회를 벤치마킹했다기보다는 그저 신도가 많아지니까 그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친목을 도모할 목적으로 만든 것입니다. 일종의 점조직인 셈이지요. 모여서 경전도 토론하고 서로 도울 수 있는 것은 돕고 하는 재가(在家) 모임입니다. 굳이 제가 만들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요즘 교회 한두 번 안 다녀본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런 경험이 자연스럽게 가정법회를 만들어낸 것이죠.”
불교는 가르쳐야 살아남는다 능인선원의 신도를 배출하는 중추기관은 능인불교대학이다. 1986년 서초동 시절 불교학교로 시작해 지난 20년 동안 41기수(1기 3개월 과정, 1년에 2회)에 걸쳐 12만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불교의 기초교리, 근본불교, 비교종교학, 불교의식에 대해 공부하며 사찰에서 지켜야 할 기본예절도 배운다. 능인선원의 행정조직 자원봉사자 대부분이 불교대학 출신이다. 능인불교대학의 인기는 매주 두 번씩 열리는 불교대학 수업에 들어가보면 바로 실감할 수 있다. ‘입추의 여지가 없다’는 말 그대로 많은 사람이 빽빽하게 모여앉아 원장스님의 강의를 경청한다. 3000명이 들어가는 대법당으로도 모자라 일반 법당에서 CCTV로 강의를 듣는 사람도 많다. 강의가 끝나도 몇몇 신도는 자리를 뜨지 않고 그날 배운 것을 복습한다. 강의 전후 법당 정리와 청소, 안내는 기수 선배들이 나와서 해주고, 이런저런 어려움도 선배들이 해결해준다. ▼ 불교대학은 어떤 계기로 시작했습니까. “처음엔 이렇게 클 줄 몰랐습니다.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불교에 대한, 또 배움에 대한 도심 신도들의 갈증이 그만큼 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그 무렵엔 스님들이 교육에 너무 인색했어요. 내용도 부실했고. 불교를 체계적으로 가르칠 필요를 절감한 후 동국대에서 도강(盜講)을 하며 불교 교육의 문제점을 파악했습니다. 능인선원 개원 당시 두 가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커리큘럼을 짰습니다. ‘가르쳐야 불교가 산다’ ‘이웃 없는 자비 없다’가 그것입니다. 한 학기, 두 학기가 지나면서 자리가 잡혔지요. 주위에선 저러다 말겠지 했지만 계속 이어지다보니 신도들에게 신뢰를 주게 된 겁니다.” 지광스님이 22년간 변함없이 하고 있는 게 또 있다. 매일 새벽 3시30분에 어김없이 시작되는 새벽기도이다. 포이동 인근이 새벽에 차량들로 붐비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외국 출장을 다녀와 밤늦게 법당에 도착해도 새벽기도는 절대 빠뜨리지 않는다. 스님은 “모든 수행자가 다 마찬가지지만 한번 약속을 어기면 신도와의 신뢰가 무너진다”고 했다.
‘마지막 원력’ 지광스님은 자신의 마지막 남은 원력을 경기도 화성에 있는 능인불교대학원대학과 미국 뉴욕주 턱시도시(市)에 불교대학을 세우는 데 쏟아 붓고 있다. 화성 동탄 신도시와 15분 거리 위치에 건립되고 있는 불교대학원대학은 몇 년 안에 문을 열 예정이다. 1988년부터 화성시의 논밭을 한두 평씩 사모았는데, 법적으로 수도권에 대학을 세울 수 없자 전문 불교인을 양성하는 대학원부터 만들기로 했다. 또한 스님은 최근 미국 대학총장협의회로부터 한국의 4년제 대학 2학년을 마치고 영어자격시험에 합격하면 미국 유수 대학의 3학년에 편입할 수 있는 ‘2+2 시스템’ 승인을 얻어냈다. 미국 뉴욕에 세워질 이 대학은 미국에 있는 한국 대학이 아니라 한국인이 세운 미국의 불교대학이 될 예정이다. 스님은 “미국은 국민 10명 중 6명이 불교에 우호적이라는 설문조사가 나올 만큼 잠재적 불교 신자가 많고, 경전 공부에 열심인 사람도 많다. 티베트와 일본, 대만 불교가 미국의 불교를 석권하고 있는 현실에서 왜 한국의 불교는 세계로 뻗어나가려 하지 않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했다. 스님은 한국 불교에 대해 할 말이 아주 많은 듯 보였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을 전하면 이렇다. “불교는 다시 한번 깨어야 한다. 할 일은 하고 모를 일은 몰라야 한다. 지금의 불교는 할 일을 하지 않고, 몰라야 할 일은 나서서 욕을 먹는 경우가 많다. 대중이 요구하는 종교가 되도록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진정 이 시대가 불교에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골수에 사무치도록 고민하고, 그래서 끝내 시대의 정신이 되어야 한다.” (끝) |
![]() ![]() |
'불교이야기 > 절을찾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산사풍경 2 (0) | 2006.12.31 |
---|---|
아름다운 산사의풍경 1 (0) | 2006.12.31 |
25만 ‘인텔리 신도’ 거느린 능인선원의 비밀 5 (0) | 2006.12.18 |
25만 ‘인텔리 신도’ 거느린 능인선원의 비밀 4 (0) | 2006.12.18 |
25만 ‘인텔리 신도’ 거느린 능인선원의 비밀 3 (0) | 2006.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