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한 벤처기업이 당뇨병 치료용 복제돼지를 만들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그동안 복제돼지 탄생이나 돼지로 장기이식을 한다거나 하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왜 갑자기 돼지에서 당뇨병 치료 얘기가 나오는 것일까. 이번에 돼지를 만든 엠젠바이오뿐 아니라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도 당뇨병 치료를 위한 임상실험에 들어간다고 한다. 인간에게 심장이나 간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복제돼지로 갑자기 당뇨병 치료를 하겠다고 하니 의아할 수 있지만 사실은 당뇨병 치료야말로 이종이식의 첫 출발점이다.
◇면역거부 반응이 문제=면역거부반응은 우리 몸에 다른 조직의 세포나 장기가 들어올 때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반응을 말한다. 인체는 ‘나’와 다른 세포가 들어올 때 이를 바이러스와 같은 침입자로 여기고 면역시스템을 발휘해 이를 공격한다. 나와 다른 혈액형의 피를 수혈받을 때 혈액이 응고되는 현상도 면역거부반응의 하나다. 가벼운 수혈에도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나니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할 때는 얼마나 큰 거부반응이 생길까. 이를 없애주는 것이 바로 장기이식 연구의 관건이다.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할 때 일어나는 면역거부반응은 크게 초급성, 급성, 세포성, 만성 4가지로 나눈다. 초급성 면역거부반응은 장기를 이식한 지 수분 내지 수시간 만에 생긴다. 서로 다른 종을 바로 인식해 항체가 생기기 때문에 매우 짧은 시간에 장기 기능이 마비된다. 급성 면역거부반응은 혈관성 거부반응이라고도 한다. 또 돼지 심장을 개에게 이식하면 혈관에서 심장으로 들어가는 혈액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는 혈액 내의 단백질이 주요 원인이다. 또 세포성 면역거부반응은 자연살세포(NK세포)가 이식된 세포를 죽이는 것을 말한다. 이와 함께 이식이 성공하더라도 수년이 지나 발생할 수 있는 만성 면역거부반응이 있다.
◇복제돼지의 의미=생리·해부학적으로 돼지의 장기는 사람의 것과 비슷해 가장 적합한 대체장기로 꼽힌다. 특히 복제에 사용하는 미니돼지는 몸무게가 80~120㎏으로 인간과 가장 비슷한 크기의 장기를 갖고 있다.
이번에 엠젠바이오가 만든 돼지는 바로 세포성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인간의 유전자를 집어넣은 것이다. 집어넣은 유전자는 ‘HLA-G’라는 것으로 임신기간 중 태반과 양막에서 자연 발현된다. 이는 모체와 다른 세포(태아)가 몸 속에 자라면서 모체 면역시스템이 태아를 공격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그러므로 이 유전자가 들어간 돼지의 몸에서 세포를 떼어내 인간에게 이식하면 면역억제 작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은 초급성, 급성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복제돼지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황교수팀이 개발 중인 복제돼지는 초급성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프(DAF) 유전자와 알파갈(α-Gal) 유전자를 발현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눈앞의 목표는 당뇨병 치료=이종이식의 첫단계는 세포이식이다. 심장이나 간과 같은 장기보다 세포를 이식하는 것이 쉽기 때문이다.
세포이식 다음에는 각막과 같은 조직 이식이 이뤄지고 이후 심장과 같은 장기가 이식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자들은 첫 목표를 당뇨병 치료에 두고 있다. 돼지의 췌도세포(인슐린분비세포)를 떼낸 뒤 당뇨병 환자의 몸 속에 넣어주면 인슐린이 분비돼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엠젠바이오 박광욱 대표는 “인간에게 돼지의 췌도세포를 최종 이식하기 위해서는 3~5개의 면역거부반응 관련 유전자를 함께 형질전환시켜야 한다”며 “그 첫번째 성과는 3~5년 안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심장병환자나 신장투석환자들이 돼지의 장기를 이식할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2003년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α-Gal)를 제거해 만든 돼지의 심장과 신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해 30~81일의 생존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동물실험에서 6개월 이상 생존한다면 인간에게 임상실험을 할 수 있다.
과기부에서 5월 발표한 과학기술예측조사에 따르면 2015~2017년에 인간의 대체장기를 생산하기 위한 동물의 대량 사육시설이 실용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유전자 변형으로 인한 돌연변이나 이종장기 이식자의 사회적 차별, 동물 학대, 장기이식의 불평등 등 사회적인 문제도 남아있어 실용화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힘들다.
〈이은정과학전문기자 eju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