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부처님 마음

인연이 모이는 때

淸潭 2006. 11. 26. 14:22

    인연이 모이는 때 스스로 지은 업 저절로 없어지지 않아 ‘인연시절’ 살피는 여유와 지혜 필요 ‘인(因)’은 원인, 그리고 ‘연(緣)’은 조건을 말한다. 이 세상만사는 원인과 조건이 결합하여, 즉 인연이 모여 이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인연은 시도 때도 없이 모이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무르익을 때가 있는데, 바로 그 특정한 때를 일러 ‘인연시절’이라고 말한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일체 중생이 스스로 지은 업은 백겁이 지나도 저절로 없어지지 않나니, 인연이 모이는 날에 그 과보는 정녕 피할 길이 없느니라.” 여기서 ‘인연이 모이는 날’은 물론 ‘인연시절’이다. 부처님은 악업이든 선업이든 의지를 가지고 지은 업이 원인이 되어 일정한 조건과 결합하면 반드시 그에 따른 선과(善果)나 악과(惡果)가 생긴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인연시절’이 언제 도래할지 범부로서는 쉽게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적어도 불보살의 지혜로운 눈을 통하지 않고서는 거의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언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인연시절’은 반드시 도래하고야 만다. 그러므로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조급해하기 보다는 과연 인연이 무르익었는가를 살펴볼 수 있는 여유와 지혜가 필요하다. 오늘 착한 일을 조금했다고 해서 당장 그 과보가 생겨나기를 바라는 것은 오늘 씨를 뿌리고 그 자리에서 열매를 구하려는 것과 같다. 또 좋지 못한 종자를 뿌려놓고는 풍작을 기대할 수 없듯이 악한 일을 행하고서는 행복한 과보를 꿈꿔서는 안된다. 물론 그 악이 무르익기 전까지는 별탈이 없을수도 있지만, ‘인연시절’이 도래하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인연시절’이 도래하고 나서 후회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는다. 설령 악업을 지었다 해도 그 악이 무르익기 전에 미리 참회하고 선행을 함으로써 어떻게 해서든지 그 악을 상쇄시키기 위해 힘쓴다. 늘 애써 선을 행하는 이는 행복이라는 보증수표를 이미 받아놓은 것과 다름없다. 다만, ‘인연시절’에 의해 그 수표의 지급일이 결정될 뿐이다. 그리고 그 보증수표가 부도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지혜는 시절인연을 알아차릴 때 발휘되기 시작한다. 그것은 또한 남의 말을 겸손하게 경청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부드러운 말로 충고하고 때로는 강하게 설득해도 듣지 않는 사람은 부처님도 더 이상 말하거나 가르치거나 훈계하지 않으셨다. 그 이유에 대해 부처님은 당신의 가르침이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선언하셨다. 쓸데없는 고집을 피움으로써 도반이나 동료, 친구나 선생님, 그리고 가족간에 멀어지게 만드는 사람과는 함께 말하거나 가르치지 말라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이다. 고집은 인연시절을 알아차리지 못한데 비롯된다. 어리석음의 소치이기 때문이다. 법문주심 / 선효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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