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당뇨병환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되고 있다. WHO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0년에는 약2억4천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당뇨병환자가 증가하는 이유로는 수명이 길어짐에 따른 노인인구의 증가, 경제적인 발전에 기인한 풍요로운 식사, 운동부족, 비만 등이 거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20-30년 동안 경제적인 성장, 생활의 서구화와 함께 당뇨병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인구의 고령화에 따라 노인 당뇨병환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결국 초래되는 당뇨병성 합병증은 보건학상 뿐 아니라 사회, 경제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노인에 동반된 당뇨병에 관련지어 몇 가지 고려할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당뇨병의 진단이 종종 늦어질 수 있다. 당뇨병의 초기 또는 고혈당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그래서 당뇨에 대해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더구나 노인의 경우에는 의사소통이 잘 안 되거나 증상이 모호한 경우가 있어 당뇨병의 진단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퇴행성 관절염이나 만성 호흡기질환 때문에 스테로이드 (당류 코르티코이드)제제를 투여 받는 경우가 많아 이 약제로 인한 당뇨병이 발생하거나 기존 경미한 당뇨병이 악화되는 사례를 임상에서 자주 경험한다. 당뇨병을 조기에 진단하기 위해서는 당뇨병의 전형적인 증상 (갈증을 많이 느껴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자주 보거나 체중이 감소하는 것)이 없더라도 성인의 경우 최소한 3년마다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당뇨병의 발생 위험이 높은 경우(가족에 당뇨병환자가 있거나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등)에는 더 자주 검사를 받아야 한다.
둘째, 당뇨병의 급성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당뇨병성 혼수는 급성 합병증으로 혈당이 너무 높거나 (고삼투압성 비케톤성 혼수) 너무 낮을 때(저혈당증) 발생한다. 고삼투압성 비케톤성 혼수는 특히, 노인 당뇨병환자에게서 잘 발생하는 데, 폐렴, 요로감염, 외상 등으로 인해 혈당이 지나치게 올라 탈수가 심해져 결국 혼수상태에 빠지는 치명적인 합병증이다. 저혈당증은 당뇨병의 치료약제 (경구복용약이나 인슐린 주사)를 투여 받고 있는 환자가 식사를 거르거나 지나치게 운동을 하거나 필요 이상 많은 약제를 투여한 경우 잘 발생한다. 심하지 않을 때에는 공복감, 가슴 두근거림, 식은 땀 등을 느끼나, 심한 경우에는 의식을 잃고 사망할 수 있다. 노인의 경우 식욕저하로 식사를 적게 하거나 거를 때가 많아 발생하기 쉽다. 특히 혼자 지내는 노인이 저혈당증으로 의식을 잃고 뒤늦게 발견되어 소생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저혈당증이 의심될 때에는 지체하지 말고 당분이 많은 사탕, 음료수, 초콜릿 등을 섭취해야 하며 의식이 없을 경우에는 억지로 먹이려 하지 말고 즉시 병원 응급실로 데리고 와서 포도당주사를 맞혀야 한다. 저혈당증은 간혹 예기치 않게 올 수 있으므로 특히, 혈당조절이 잘 되는 환자, 오랜 당뇨병으로 인해 신장에 합병증이 온 환자들의 경우에는 평소에도 사탕이나 음료수 등을 휴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자가혈당검사는 급성 합병증을 예방하거나 조기에 발견하는데 도움이 된다.
셋째, 대혈관질환(중풍, 협심증, 심근경색증, 말초동맥의 폐색) 발생의 위험이 높다. 당뇨병에 의한 주요 만성 합병증은 큰 혈관의 동맥경화증에 의한 대혈관질환과 실명, 신부전을 초래하는 미세혈관질환, 신경합병증 및 발 궤양이 있다. 이중 대혈관질환은 당뇨병에서 잘 발생하고 실제로 당뇨병환자의 가장 큰 사망원인이다. 특히, 노인의 경우에는 고혈압의 동반 및 고령화로 인해 동맥경화증의 위험성이 높다. 당뇨병과 동반된 심혈관질환의 발생은 혈당조절만으로는 예방이나 진행을 막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철저한 혈압조절, 고지혈증의 치료, 금연, 매년 한 번 이상의 검진 등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노인 당뇨병환자는 거동이 불편하고 의사소통이 잘 안 되고 정신적으로도 취약한 경우가 빈번하므로 환자에 대한 가족의 절대적인 이해 및 협조가 필수적이다.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내과 송 기 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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