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의 변고[世故] 2수 / 申欽
상촌선생집 제11권 / 시(詩)○오언율시(五言律詩)
세상 변고 그 어찌 측량했던가 / 世故何曾料
무함에게 원통함 묻지도 못해 / 巫咸不問寃
법 각박해도 마음 태평하고요 / 法深心反泰
비방 쌓여도 뼈는 남아 있다네 / 毁積骨猶存
물이 줄자 여울물 메아리치고 / 水落沙灘響
서리 마르자 낙엽 떨어지누나 / 霜晞木葉翻
여생을 벌레와 같이 칩거하거니 / 餘生虫共蟄
일만 일들 이제는 할 말이 없어 / 萬事已無言
이(二)
하늘의 뜻 마침내 어떻게 할지 / 天意終何似
외론 신하 깊은 원한 쌓이었다네 / 孤臣抱至寃
고금 시사 때때로 변한다 해도 / 古今時或變
우주 이치 언제나 그대로 있지 / 宇宙理長存
후정의 호 되는 건 부끄럽고요 / 耻作侯鯖護
골상 험한 우번도 논하지 마세 / 休論骨相翻
향등 아래 가을밤 고요한 속에 / 香燈秋夜靜
궤 기대 바야흐로 말을 잊는다 / 隱几正忘言
[주-D001] 무함 :
고대의 신통한 점장이. 세 사람이 있는데 하나는 황제(黃帝) 때 사람이고, 하나는 당요(唐堯) 때 사람이고, 하나는 은 중종(殷中宗) 때 사람이다.
[주-D002] 후정의 …… 부끄럽고요 :
맛좋은 음식을 먹고 사는 사람이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것임. 후정은 오후정(五侯鯖)의 준말이고, 호는 한 성제(漢成帝) 때 사람 누호(婁護)인데, 누호가 성제의 외삼촌들인 왕씨(王氏) 5후(侯)가 선사한 어육(魚肉)을 합쳐 요리하여 진기한 음식을 만들었다 한다. 정(鯖)은 물고기와 육고기를 합쳐 요리한 맛좋은 음식임. 《西京雜記 卷2》
[주-D003] 골상 …… 마세 :
기절이 강하여 바른말을 잘하다가 벌을 받더라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것임. 삼국시대 오(吳) 나라의 우번(虞翻)이 기도위(騎都尉)로 있으면서 손권(孫權)의 잘못을 거리낌없이 마구 간하다가 단양(丹陽)경현(涇縣)으로 귀양간 뒤에 다시 교주(交州)로 귀양가 그곳에서 죽었는데, 그가 일찍이 말하기를 “나는 예절에 무식하고 골체(骨體)가 부드럽지 못해 윗사람을 범하다가 죄를 얻은 것이 한스러우니, 바닷가에 묻혀 세상을 떠나는 것이 마땅하다.” 하였다. 한유(韓愈)의 소주유별장사군시(韶州留別張使君詩)에 “강총의 문재 절묘함 흠모한 지 오래이고 골상 험한 우번을 스스로 한탄하네[久欽江摠文才妙 自歎虞翻骨相屯].” 하였다. 《三國志 卷57 虞翻傳 注 翻別傳》, 《昌黎文集 卷10》
[주-D004] 향등 :
제사를 지낼 때 쓰는 등불과 규문(閨門) 안, 곧 내실(內室)의 등불이란 두 가지 뜻이 있는데 여기서는 내실의 등불을 뜻한다.
[주-D005] 궤 …… 잊는다 :
《莊子 齊物論》의 “남곽자기(南郭子綦)가 궤에 기대 앉아 하늘을 우러르며 길게 숨을 내쉰다.”와, 같은 책 외물(外物)의 “말을 하는 것은 그것이 마음 속에 있기 때문인데 진정으로 깨달으면 말을 잊어버린다.”에서 나온 것으로, 한가롭게 앉아 도를 명상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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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