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병을 치료하는 시 / 李奎報

淸潭 2025. 3. 2. 09:37

동국이상국후집 제2 / 고율시(古律詩)

병을 치료하는 시  / 李奎報

 

내가 지난 가을 8 30일부터 병이 들었다. 단독(丹毒)과 같은 것이었는데 지금까지 1 30여 일을 앓았다. 여러 의원들이 주는 약이 모두 효험이 없었는데 우연히 항간에서 권하는 말을 따라 바닷물을 가져다 목욕을 하니, 그날 밤부터 가렵지 않고 딱딱한 모래알 같은 것도 모두 없어졌다. 그래서 이 시를 지어 여러 의원들에게 보여주어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였다.

 

지난해 가을 팔월 그믐에 / 去秋八月晦

붉은 소름 온몸에 돋았네 / 紅粟被渾體

단독 같은데 단독은 아니고 / 如丹復非丹

옴은 아니면서 옴인 듯하네 / 匪疥直如疥

긁으면 매우 시원하지만 / 爬梳味甚佳

그 뒤엔 배나 저리고 아프네 / 梳罷酸痛倍

통증이 다하면 굳은 모래같이 되더니 / 痛定成硬沙

빛깔은 짙은 먹물을 뿌린 듯 / 色似濃墨灑

다시 가려워 참기 어려우니 / 癢發又難忍

긁어 보니 진물이 솟아나고 / 作微汁潰

곧 이어 두드러기 되니 / 須臾還痱㿔

두꺼비 등과 무엇이 다른가 / 何異蝦

뭇 소인과 비유하건대 / 比如衆小人

처음의 달콤한 말 듣기 좋으나 / 初以甘言快

웃음 속엔 칼이 감추어 있어 / 笑刀藏其中

군자에게 해만 될 뿐이듯 / 覆爲君子害

찾아본 의원마다 효험은 없고 / 謁醫皆不效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였네 / 棄置無可奈

우연히 항간의 속언을 듣고 / 偶聞俚俗言

바다에서 소금물을 가져다 / 鹹水取於海

한 번 씻으매 가려움은 금방 낫고 / 一浴癢立除

두 번 목욕하니 몸이 맑고 편하네 / 再浴體淸泰

이제사 세상의 의원들이 / 迺知世上醫

의술에 한결같이 어두운 걸 알았네 / 爲術一何眛

영서의 파도만은 못하더라도 / 不及靈胥濤

남은 여세만도 오히려 힘입을 만하네 / 餘威猶可賴

멀리 오 대부를 생각하며 / 遙向伍大夫

머리 숙여 재배하노니 / 頓首敢再拜

사람 구제하는 것 참으로 이와 같으면 / 濟人苟如此

충분도 아마 거의 풀어졌으리 / 忠憤庶可解

 

[-D001] 영서(靈胥)의 파도 :

《문선(文選)》 좌사(左思) 오도부(吳都賦)영서는 오자서(伍子胥)의 귀신을 말한다. 그는 춘추 시대 초 나라 사람으로 오 나라에 와서 초 나라와 월 나라를 쳐 공이 있었으나 참소를 만나 물에 빠져 죽게 되었다. 그 후 강해(江海) 사이에 사는 사람들이 그 귀신을 두려워하여 물을 건너려면 모두 그 사당(祠堂)에 제사를 지냈다.” 하였다.

[-D002] 오 대부(伍大夫) :

춘추 시대 초 나라의 오자서(伍子胥)를 말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