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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제비 5수 〔歸鷰 五首〕

淸潭 2025. 2. 27. 15:49

돌아가는 제비 5수 〔歸鷰 五首〕

운양집 제1 / ()○격경집(擊磬集)

 

갓 태어난 새끼 키워 날개 깃 다 자라더니 / 養得新雛羽翼成

지지배배 가르쳐 그 소리 더욱 또렷해졌네 / 呢喃敎語更分明

그간 온갖 고생도 많기도 하더니 / 中間也有千般苦

품고 먹이던 그때 심정 모두 토로하네 / 道盡當時乳哺情

 

아름답게 조각한 들보 비취빛 늘인 휘장 / 文杏雕樑翡翠幃

봄날이면 날아와 옥인이 의지하네 / 三春來向玉人依

집주인에게 장강의 한 있지 않는데 / 主家不是莊姜恨

어이하여 석양에 아주 돌아가려 하는가 / 底意斜陽欲大歸

 

천만 마디 재잘대며 꽃 좋은 시절 다 보내니 / 千言萬語送芳菲

늙은이도 해오라기 따라 욕심 모두 잊었네 / 老大都隨鷺忘機

서릿발 속에 발 드리우고 수심 젖어 앉았으니 / 霜重簾帷悄悄坐

바람 처량한데 날갯짓하며 나직이 날고 있네 / 風凄毛羽低低飛

 

올 때는 외롭게 한 쌍이 오더니 / 來時孑孑但雙隨

돌아가는 길엔 가득 새끼가 넷이라네 / 歸路盈盈有四兒

다들 어르신네 집안이 대단하다 말하네 / 共說阿家門戶大

검은 관에 검은 띠로 위의를 갖췄으니 / 烏冠皁帶儼成儀

 

꽃 차고 물 스치던 일 마치 전생 일인듯 / 蹴花掠水似前生

뜰 오동잎 지는 소리에 꿈이 깨었네 / 一葉庭梧夢已驚

귀뚜라미는 내 심정 아는지 모르는지 / 蟋蟀不知儂意緖

밤새도록 시끄럽게 침상에 들어와 우네 / 終宵聒耳入牀鳴

 

[-C001] 귀천(歸川) :

경기도 양근(楊根) 귀천리이다. 김윤식의 고향이다.

[-C002] 천운루(天雲樓) :

김윤식의 고향 귀천에 있던 누대 이름이다. 김윤식의 생전에 이미 불에 타버렸다.

[-D001] 집주인에게 …… 하는가 :

이는 《시경》 〈연연(燕燕)〉편의 모티브를 따온 것이다. 연연편은 한 여인이 제비를 전송하는 내용인데, 이 때 주인공인 여인은 위나라 장공의 부인인 장강(莊姜)이요, 떠나는 제비는 장공의 첩이었던 대규(戴嬀)를 의미한다. 장강은 성품이 훌륭했는데도 자식이 없어서 대규의 아들인 완()을 자신의 양자로 삼았다. 그로 인해 장강과 대규의 사이는 매우 좋아져 서로 의지하는 사이가 되었다. 후에 장공이 죽고 완()이 뒤를 이어 즉위했는데 다른 첩의 아들이 완을 죽이고 스스로 즉위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장강과 대규 모두 입지가 위태로워졌는데 대규가 결국 쫓겨나 친정인 진()나라로 가게 되었다. ‘대귀(大歸)’는 시집간 여자가 친정으로 아예 떠나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을 말한다. 장강은 자신이 크게 의지하던 대규가 떠남을 아쉬워하며 그녀를 돌아가는 제비에 비유하여 노래한 것이다.

[-D002] 해오라기 …… 잊었네 :

‘구로망기(鷗鷺忘機)’라는 말에서 나왔다. 《열자(列子)》 〈황제(黃帝)〉에 다음과 같은 고사가 보인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의 아들이 갈매기와 더불어 잘 노닐었다. 매일 아침 바닷가에 가서 갈매기와 함께 노닐면 백 마리도 넘게 갈매기가 날아왔다. 그의 아버지가, ‘네가 매일 갈매기와 노닌다고 들었으니, 잡아 오너라. 내가 데리고 놀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아들이 이튿날 바닷가에 갔더니 갈매기는 춤만 출 뿐, 내려오지 않았다.〔海上之人有子歐鳥者 每旦之海上 從鷗鳥游 鷗鳥之至者百住而不止 其父曰 吾聞鷗鳥皆從汝游 汝取來 吾玩之 明日之海上 鷗鳥舞而不下也〕이 고사에서 유래하여, ‘구로망기는 거짓됨이 없으면 이물도 가까이 한다는 뜻으로 사용되었으며, 더 나아가 담백한 마음으로 세상사에 관심을 끊고 은거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도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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