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전집 제4권 / 시(詩)
딸을 시집보내며〔送女〕
정성 다해 기른 딸 규방에 있었는데 / 勤斯育女在閨房
다른 집에 보내어 효부가 되게 하네 / 送與佗家作孝娘
시집가면 마땅히 친정 부모 떠나서 / 有行固應辭父母
마음 다해 시부모 오롯이 섬겨야지 / 專心惟可事尊章
산천이 얼어붙어 가기가 어려운 때 / 山川凍合憂難徹
골육이 헤어지니 가슴이 찢어지네 / 骨肉分張意自傷
눈바람 속 한 줄기 숲으로 난 길로 / 一路平林風雪裏
석양을 밟고서 저기 말이 떠나가네 / 任敎歸馬踏斜陽
[주-D001] 딸을 시집보내며 :
김남형은 이 시에 대한 해제에서 “이 작품은 작가의 외동딸을 지봉(芝峯) 이수광(李睟光)의 5대손인 이극성(李克誠)에게 출가시킬 때 지은 것으로, 사랑하는 딸을 시집보내는 부정(父情)이 조선 시대 다른 문인들의 작품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곡진하게 드러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된다. 작가는 첫 부인 신씨(申氏)가 죽고 재혼한 목씨(睦氏)에게서 30세가 넘어 1남 1녀를 얻었다. 이 두 자녀에 대한 작가의 애정은 자별하였던 듯하다. 특히 이 작품의 함련(含聯)과 미련(尾聯)에는 눈바람 속으로 딸을 보낼 수밖에 없어 애태우는 친정아버지의 안타까운 심정이 이례적이라 할 만큼 매우 진솔하게 표현되어 있다.”라고 하면서 이 시의 의미를 설명한 바 있다. 《김남형, 성호이익시선, 예문서원, 2004》
[주-D002] 정성 …… 있었는데 :
원문의 ‘근사(勤斯)’는 《시경》 〈치효(鴟梟)〉에 나오는 “사랑하고 정성 다해 자식을 기르느라 노심초사했노라.〔恩斯勤斯 鬻子之閔斯〕”라는 구절에서 온 말이다.
[주-D003] 章 :
퇴로본 권3에는 ‘嫜’으로 되어 있는데, 두 글자는 의미상으로 통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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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