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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직(罷職) 소식을 듣고서/許筠

淸潭 2025. 1. 19. 16:07

파직(罷職) 소식을 듣고서/許筠

성소부부고 제2 / 시부 2 ○ 진주고(眞珠藁)

 

수다교를 읽은 지 오래지마는 / 久讀修多敎

주착(住着)된 마음이 없네 / 因無所住心

주처는 오히려 아니 보냈고 / 周妻猶未遣

하육은 금하기 더욱 어려워 / 何肉更難禁

청운과 등졌단 걸 이미 아는데 / 已分靑雲隔

백간이 덤벼든다 왜 수심하리 / 寧愁白簡侵

인생이란 제 명에 편안할지니 / 人生且安命

돌아갈 꿈은 상기 기림에 있네 / 歸夢尙祇林

 

예교 어찌 방랑을 구속하리요 / 禮敎寧拘放

잠길락뜰락 다만 정에 맡길 뿐 / 浮沈只任情

그대는 그대 법을 써야 할 게고 / 君須用君法

내 스스로 내 삶을 달해야 하네 / 吾自達吾生

친한 벗은 와서 서로 위로하는데 / 親友來相慰

처자들은 뜻이 자못 불평하구려 / 妻孥意不平

흐뭇하여 소득이 있는 듯하니 / 歡然若有得

다행히 이두가 이름 나란히 / 李杜幸齊名

 

이때 사헌부에서 곽공 재우(郭公再祐)는 도교(道敎)를 숭상하고

나는 불교를 숭상한다 하여 아울러 탄핵하였으며,

이단(異端)을 물리치기 위하여 장계 파직(狀啓罷職)하였다.

그래서 결구에 언급한 것이다.

 

[-C001] 진주고(眞珠藁) :

진주(眞珠)는 삼척(三陟)의 옛이름. 허균이 삼척 부사로 있을 때 지은 시들을 모은 것이다.

[-D001] 수다교(修多敎) :

불교(佛敎)를 가리킨다. 수다는 수다라(修多羅)의 준말로 불교의 경전을 일컫는 말이다.

[-D002] 주처(周妻) …… 보냈고 :

주처는 남제(南齊) 때 노()ㆍ불()의 학문에 밝았던 고사(高士) 주옹(周顒)의 아내를 가리킨다. 주옹은 자신이 도교와 불교를 좋아하였지만 끝내 아내를 거느리고 살았다는 뜻이다.

[-D003] 하육(何肉) …… 어려워 :

하육은 하씨(何氏)의 고기. 남제(南齊) 때 불교를 매우 신봉하였던 하윤(何胤)이 육식(肉食)을 끊지 못했기 때문에 한 말이다.

[-D004] 백간(白簡) :

관리(官吏)를 탄핵하는 상주서(上奏書)를 말한다.

[-D005] 기림(祇林) :

중인도 사위성 남쪽에 있던 기타태자(祈陀太子)의 숲동산. 수달장자(須達長者)가 이 땅을 기타태자에게 사서 절을 지어 부처에게 바쳤는데, 이것이 곧 기원정사(祇園精舍)이므로 전하여 절을 가리킨 말이다.

[-D006] 이두(李杜) :

() 나라 때의 대표적인 시인이었던 이백(李白)과 두보(杜甫)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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