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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참사에도 조선일보 "'고추 말리는 공항'...무안공항 정치 논리로 건설"

淸潭 2024. 12. 30. 12:42

대형 참사에도 조선일보 "'고추 말리는 공항'...무안공항 정치 논리로 건설"

윤유경 기자2024. 12. 30. 07:38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 "또 한번의 대형참사, 참담한 심정"
남도일보 디지털 호외 발행, 전남일보 1면 하단 추모글 실어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 2024년 12월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이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탑승객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여객기가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동체착륙 후 화재가 발생해 탑승객 179명이 사망했다. 1997년 미국 괌 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가 추락해 200여 명이 숨진 뒤 27년 만에 벌어진 최악의 항공기 참사다. 30일 아침신문에선 신속한 참사 원인 규명과 유가족 지원에 대한 당부가 나왔다. 일부 광주·전남 지역신문은 호외를 발행하거나 추모글을 통해 애도의 뜻을 표했다.

국토교통부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태국 방콕공항에서 이륙한 제주항공 7C2216편은 무안으로 입국하던 중 랜딩기어(착륙장치)를 내리지 못하고 동체가 활주로에 닿은 채 착륙하다가 활주로 끝에 설치된 공항 울타리 외벽과 충돌해 폭발했다. 여객기에는 승객 175명(태국인 2명 포함)과 승무원 6명이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당국은 구조자 2명을 제외하고 모두 사망했다고 밝혔다.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은 규명되지 못한 상태다. 다수 신문들의 참사 원인 분석에 따르면, 비행기와 새 떼가 충돌(버드 스트라이크)하면서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경향신문은 “조류와 충돌했더라도 다른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점에는 의문이 제기된다”며 “조류 충돌 위험을 인지한 후 공항 관제탑과 기장의 대처가 적절했는지도 향후 교신 기록 등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대형 참사 원인을 풀 핵심 열쇠는 새 떼 충돌이 가져온 엔진 파손 수준과 새 떼 충돌과 랜딩기어 미작동 간의 인과관계”라며 “1차 착륙 시도 실패 뒤 곧바로 방향만 바꿔 재착륙을 감행한 이유도 규명돼야 할 쟁점”이라고 했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신문들은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1차 착륙을 시도하다 정상 착륙이 불가능해 다시 복행한 원인도 랜딩기어 미작동 때문인지, 엔진 이상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비행기와 조류가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 경고 2분 후에 조종사가 조난신호인 '메이데이' 선언을 했지만, 조류 충돌만으로 랜딩기어 조작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전문가들 지적도 있다. 미국 보잉사의 '737-800' 기종인 사고기는 국제적으로 많이 판매됐고 사고 소식이 잦았던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조류 충돌이 랜딩기어에 어떤 영향을 미친 것인지, 기체 정비에 결함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등이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며 “동체 착륙을 할 경우 공항당국이 미리 화재에 대비해야 하는데 이번엔 그런 과정이 없었던 점도 의문이다. 또 무안공항은 인근에 겨울 철새가 자주 찾는 갯벌 등이 있어 조류 충돌 위험성이 큰데도 이에 대응할 전담 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는 점도 따져볼 대목”이라고 했다.

 

이날 당국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대응에 나섰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전남 무안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또 이날부터 내년 1월4일까지 7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하고 무안공항 현장과 전국 17개 시·도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무안사고 대응·지원 TF팀'을 즉시 가동해 특별재난지역 선포 때 이뤄질 예산 투입 등 후속 절차 준비에 착수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최 부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됐지만 재난 대응 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은 공석이다. 정국이 심한 혼란을 겪는 상황에서 재난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할지 우려된다”며 “우리 사회는 2022년 이태원 참사의 비극을 생생히 기억한다. 정부의 부실 대응이 덧나게 한 참사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이런 재난 앞에서만큼은 여야가 힘을 모으고, 정부도 행정 공백이 없도록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사고 수습 과정에서 조그마한 실책·실언 하나가 유족에게 상처가 되는 일이 없도록 유념해야 한다”며 “피해자 수습과 장례 준비, 유가족 대책, 사고 조사, 무안공항 이용객 불편 해소 등 시급을 요하는 일이 한둘이 아니다. 대통령 윤석열의 내란과 탄핵으로 국정이 혼란스러우나 정부는 책임 있게 사고를 수습하고, 제주항공 역시 원인 규명과 피해자·유족 보살핌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유가족 지원과 부상자 치료, 원인 규명 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며 “국내 다른 공항에서도 유사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운항 중인 여객기 정비에도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최 대행의 어깨가 무겁지만, 국정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안보와 치안, 행정을 담당하는 이들이 안이하게 대처하면 작은 사건이나 불씨가 자칫 큰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 불안이 가중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탄핵 절차와 내란 혐의 수사는 엄정하게 진행하되, 이번 사고 수습엔 한마음이 돼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항공 참사에도 조선일보 “무안공항 정치 논리로 건설”

한편 조선일보는 이번 참사에 무안공항이 정치 논리로 건설된 영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은 무안공항을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는 지역 비하 표현으로 비판해왔는데, 조선일보는 이번 참사에 대해서도 “'고추 말리는 공항' '한화갑 공항'으로 불리며 정치 공항으로 설계된 무안공항의 태생과 맞물려 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고추 말리는 공항'은 지방공항 건설이 논란될 때마다 이용객이 없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의 근거로 등장하는 지역 비하 표현이다.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시절부터 정치권에서 시작된 해당 발언은 언론에서 사실없이 인용됐다. 하지만 다수 언론사의 팩트체크 코너를 보면, 무안공항에서 고추를 말리는 사진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한국공항공사에서도 해당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다며 “공항 시설에 일반인이 출입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는 기사 <정치 논리로 건설…조류 서식지 4곳 둘러싸여 초기부터 논란>에서 “2007년 개항한 무안공항은 서남권 거점 국제공항으로 설계됐지만, 활주로는 약 2.8km로 다른 주요 국제공항보다 짧은 편이다. 이에 전남도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활주로 길이를 3.126㎞로 늘리는 연장 공사를 진행 중이었고, 이 공사 탓에 무안공항 활주로는 300m가량 이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며 “활주로는 비행기가 안전한 이착륙을 위해 추진력을 얻는 공간으로, 대형 항공기 이용이 잦은 국제공항 대부분은 활주로 길이가 3㎞를 넘는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과거에도 무안공항에 대해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조선일보는 무안국제공항은 2022년 활주로 이용률이 0.1%로, 전국 공항 15곳 가운데 최하위였다며 “'활주로에서 고추를 말리는 공항'이라는 오명”에도 “지난해부터 약 500억원을 투입해 2800m 길이 활주로를 3160m짜리로 연장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편성한 내년 예산은 75억원이었다. 하지만 지난 21일 국회에서 가결된 예산안 최종안에선 100억원으로 늘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30일 조선일보는 “무안공항은 서해안 철새 도래지와 가까운 곳이어서 공항 건설 초기부터 관련 문제가 제기돼 왔다. 무안공항 인근의 전남 무안군 현경면·운남면에선 1만2000여 마리의 겨울 철새가 관찰됐다”며 “무안국제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때도 '기체가 조류와 충돌할 위험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2020년 당시 보고서는) 폭음기나 경보기를 설치하고, 레이저나 깃발, LED 조명 등을 이용해 조류 충돌을 최소화하라는 구체적 대응책까지 제시했지만, 활주로 확장 사업이 완공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또한 “무안공항 관제탑 등 항공 관계자들의 경험 부족이 사고를 키운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며 “지난 2007년 문을 연 무안공항은 이달 전까지 국제선 정규 노선을 운영한 적이 한 번도 없다. 29일 사고가 발생한 무안~방콕 노선은 제주항공이 이달 8일 운항을 시작한 신규 노선”이라고 했다. 이어 “무안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는 지난 4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사장이 뒤늦게 사표를 낸 이후, 8개월째 공석”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남도일보 디지털 호외 발행, 전남일보 1면 하단에 추모글 실어

이날 사고가 난 항공기 탑승객 대부분은 광주·전남 지역민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전남 지역일간지 남도일보는 사고 발생 4시간여 만에 디지털 호외를 발행했다. 남도일보는 29일 호외 발행 소식을 전하며 “본보는 전 취재인력을 무안공항과 사고대책본부, 소방기관 등에 급파와 동시에 뉴미디어국과 편집부를 중심으로 사상 처음으로 디지털 형식의 호외 제작에 나섰다”며 “본보의 디지털 호외는 매일 발송하는 '미리보는 조간뉴스' 구독자와 인터넷 남도일보 회원, 본사 임직원 인적 네트워크 등을 통해 전달됐다”고 밝혔다.

남도일보는 사설에서 “180명에 가까운 희생자 중 상당수가 지역민들인 것으로 알려져 더 큰 슬픔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남도일보는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께도 진심으로 위로의 뜻을 전하며 철저한 사고 원인 조사와 유사 사고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 전남일보 1면 갈무리.

전남일보는 1면 하단에 '전남일보 임직원 일동'의 추모글을 실었다. 이들은 해당 추모글에서 “전남일보는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희생자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삶을 기리며 이번 참사가 남긴 상처를 함께 공감하고 어려운 시간을 견뎌내시는 데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전남일보는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를 통해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지역사회가 함께 이 슬픔을 나누고 치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필요한 도움과 지원이 신속히 전달되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전남일보는 사설에서 “정부는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수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유가족의 슬픔도 덜어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또 다시 후진적 사고가 재발해서는 안된다. 유가족과의 소통체계도 최대한 마련해야 한다”며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 등 정부가 제대로 주어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치권의 적극 협력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