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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와 같이 보는 한국 미인도 -근 현대 작가 그림

淸潭 2024. 12. 20. 16:01

한시와 같이 보는 한국 미인도 -근 현대 작가 그림

 

 

 

 

 

미인도(美人圖) -서거정

동녘 바람 화창하여 천기가 새로워져서 / 東風駘蕩天氣新
화려한 휘장 새에 봄기운이 일어나니 / 繡圍綺幕生靑春
굽은 난간엔 황금 실을 나직이 떨쳐대고 / 曲欄低拂萬金縷
담장 모퉁이엔 섬세한 홍우를 떨구누나 / 墻角廉纖落紅雨
자줏빛 담요 비단 휘장 점점 다스워지고 / 紫氍漸暖錦帳溫
박산로의 향 연기는 갠 하늘에 은은한데 / 博山香霧晴氤氳
미인은 아무 말 없이 춘정에 한껏 젖어 / 美人淡蕩春思多
거울에 얼굴 비추어라 슬픔을 어이할꼬 / 靑銅對照悲乃何
동방에서 새벽에 일어나 머리를 단장하니 / 洞房曉起競梳髢
자태는 유연하고 살갗은 하도 섬세한데 / 意態輕盈肌肉細
머리 위의 비녀엔 금화를 새겨 단장하고 / 頭上寶釵金鈿粧
허리 사이엔 쌍패와 소합향을 찼구려 / 腰間雙佩蘇合香
아랑은 백설같이 새하얀 섬섬옥수로 / 阿娘纖指白雪柔
산호의 갈고리에 주렴을 높직이 걸고 / 珠簾高掛珊瑚鉤
상사의 시름을 비파에 몽땅 실어 타누나 / 琵瑟彈盡相思愁
미인들 높은 쪽머리는 꽃에 눌려 나직해라 / 阿姝高髻壓花低
삼삼오오 짝을 지어 꽃길을 찾아들 제 / 三三五五尋芳蹊
걸음걸음 비단 버선에서 사향이 풍기고 / 羅襪步步生香臍
아이는 옷자락 당기며 말을 한창 배우는데 / 阿兒牽衣學語聲
튼튼하긴 송아지요 귀엽긴 꾀꼬리 같네 / 健如黃犢嬌如鸎
멀리 보니 담장 밖엔 준마가 울어대는데 / 遙看墻外駿馬嘶
금빛 아로새긴 안장에 비단의 장니로다 / 雕鞍鑿落錦幛泥
오릉의 영귀한 자는 소년들이 제일인데 / 五陵榮貴最少年
풍류가 화려하기로 천하에 앞서고말고 / 風流端麗天下先
봄놀이여 봄놀이여 즐기고 또 즐기자꾸나 / 春遊春遊樂復樂
말 전하노니 풍광을 헛되이 보내지 마소 / 傳語風光莫虛擲
어찌하면 긴 노끈으로 세월을 잡아매어 / 安得長繩繫羲娥
청춘의 꽃 같은 얼굴을 길이 보전할꼬 / 英華鎭長顔如花
그대는 못 보았나 해진 모자 둔한 나귀 두릉의 곤궁함을 / 君不見破帽蹇驢杜陵酸
곡강의 당일에 눈만 공연히 썰렁했었네 / 曲江當日眼空寒
나는 그림 보고 핍진한 전신에 멍해져서 / 我今見圖恍傳神
세 번을 외쳐 나도 몰래 진진을 부르다가 / 三叫不覺呼眞眞
애오라지 짧은 노래로 미인을 노래하노라 / 聊復短歌歌麗人

 

 

 

 

 

〈십미인도〉〔十美人圖〕 -동주 이민구

동쪽 집과 남쪽 언덕에 사는 사람 모두 빼어나 / 東家南陌竝殊倫
팔자의 두 눈썹이 열 가지로 새롭네 / 八字雙眉十樣新
그 참모습 채색 따라 분명히 남았으니 / 眞態分明隨粉繪
어여쁘다 수명 연장하는 그림 속 사람이여 / 可憐延壽畫中人

 

 

 

 

 

미인도(美人圖)  1이승소(李承召)

틈이 나면 서로 더불어 바둑과 싸우다가 / 閑來相與鬪圍碁
문득 춘교로 바둑돌을 더디 놓네 / 却被春嬌下子遲
손으로 향기로운 뺨을 문지르는 무한한 뜻은 / 手托香腮無限意
복숭아꽃 가지 위에는 꾀꼬리가 지저귄다 / 桃花枝上囀鶯兒

 

 

 

 

운보 김기창

 

이흥효(李興孝)의 미인도(美人圖)에 제하다. -백사 이항복

단풍 짙은 늙은 나무는 비단처럼 고운데 / 霜酣老樹明如綺
찬 가을 굽은 못엔 부용이 시들었구나 / 曲池秋冷芙蓉死
서늘한 비녀 자리에 비춰라 막 잠이 깨이니 / 涼簪照簟初睡覺
분분한 낙엽 소리에 연인 생각 산란해지네 / 墜葉紛紛撩遠思
몸 돌려 붓에 먹 찍어서 시를 구상하여라 / 側身點筆意徘徊
한가한 시름 쓰려면서 여사는 수줍어 하네 / 欲寫閒愁羞女史
세월이 오래도록 낭군은 오지 않는데 / 歲華悠悠君不來
돌 난간의 금앵은 벌써 열매를 맺었구나 / 石欄金櫻已結子
이상은 나뭇잎에 시를 쓰는 것을 두고 읊은 것이다.

한 숲의 담장 밖엔 푸른 놀이 피어 오르는데 / 一林墻外生靑靄
대는 파리하고 소나무는 늙고 파초는 크도다 / 竹瘦松老芭蕉大
약간 서늘함은 얇은 여름 적삼에 스며들고 / 微涼透肌暑衫薄
어둔 바람은 절로 매미 치마 허리를 흔드네 / 暗風自搖蟬裙帶
향기로운 기름을 섬섬옥수에 발라 놓으니 / 蘭膏膩着玉纖柔
거문고 줄이 미끄러워 타지질 않는구려 / 滑弄琴徽彈不得
소녀가 어찌 마음 속의 일을 알리오마는 / 女郞豈識心中事
머리 돌려 마주하여 한가한 소식 얘기하누나 / 回頭偶語閒消息
이상은 거문고 타는 것을 두고 읊은 것이다.

소나무 가지가 시내 덮고 바람 솔솔 부는데 / 松枝覆溪風微颺
연기처럼 푸른 깁을 가벼운 물결에 빠니 / 碧紗如煙浣輕浪
쪽머리 얇은 옷소매는 들쭉날쭉 움직이고 / 螺鬟雲袂動參差
매미 날개 거미줄은 물결에 흔들리누나 / 蟬翼蛛絲搖蕩漾
한 번 빨아 내며는 한 번 새로워지니 / 一回洗出一回新
원컨대 낭군 앞에서 무의를 짓고 싶어라 / 願向君前裁舞衣
한없는 고운 이 마음을 알아줄 사람이 없어 / 無限芳心人不識
돌아와 시름겨이 옛 베틀로 올라가누나 / 歸來愁上舊鴛機
이상은 깁을 빠는 것을 두고 읊은 것이다.

 

 

 

 

 

황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