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 설
한 선비가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는 중이었습니다.
멀리서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눈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선비는 급한 김에 체면 차리지 않고 뜀박질을 하여 근처의 집 처마로 뛰어들었습니다.
이미 후줄근하게 눈을 맞은 다음이었습니다.
그때 안에서 일을 거들고 있던 일꾼이 거들먹거리며 한마디 하는 것이었습니다.
"개거든 가시오."
그 말을 들은 선비는 보통 괘씸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양반 체면에 멱살 잡고 싸울 수도 없고, 그래서 점잖게 한마디 내뱉었습니다.
"예, 다 개니까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