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궁중의 네 철 경치[宮中四景集句]

淸潭 2024. 10. 8. 09:32

궁중의 네 철 경치[宮中四景集句]

임유정(林惟正)

 

집구(集句)는 자기가 지은 시()가 아니고 여러 시인의 작품에서 한 구()씩 떼어 모아서 적당하게 맞추어 만든 것이다.

임유정(林惟正)

 

상림원에 꽃이 한창 왕우칭(王禹稱) / 上林花掩映

태평 성대에 해도 길어지네 호진유(胡眞儒) / 化國日舒長

바람이 따스하니 새 소리 부숴지고 두순학(杜荀鶴) / 風暖鳥聲碎

새 진흙에 제비 그림자 바쁘네 백낙천(白樂天) / 泥新燕影忙

가벼운 수레로 태액지에 행차 진숙달(陳叔達) / 輕輿臨大掖

보련으로 피향정에 납시네 왕관의(王官儀) / 步輦御披香

임금님께서도 글 홍에 겨우시와 최식(崔湜) / 聖藻懸宸想

시 한 수 읊사오시니 속된 귀()가 없으셔라 반랑(潘閬) / 詩無入俗章

 

여름

얼음 담긴 소반은 모진 더위 씻고 장자방(張子房) / 氷盤消酷暑

어연 길에는 수양버들 늘어졌네 양사도(楊師道) / 輦路挾垂楊

숲이 더우니 새가 입을 벌리고 두보(杜甫) / 林熱鳥開口

구름 걷히니 달이 빛을 토하네 왕철(王鐵) / 雲披月吐光

새 옷은 흰 항라로 말랐는데 가도(賈島) / 新衣裁白紵

엷은 땀이 분홍 단장에 배어 드네 이덕유(李德裕) / 薄汗染紅粧

어느 곳이 더 좋은 경치인가 승()무본(無本) / 何處添佳景

훈훈한 남녘 바람에 초목이 향기롭네 백낙천(白樂天) / 南風草樹香

 

가을

늦 가을에 산이 더욱 푸르니 사마원(司馬元) / 秋晩岳增翠

마치 성수가 기옵신 듯 장방(蔣防) / 俄符聖壽長

비단 옷에 봉황새가 서리고 황희(黃晞) / 錦衣盤鸑鷟

구슬 궁전에 원앙새가 갇히었네 이백(李白) / 珠殿瑣鴛鴦

버스럭버스럭 바람이 대()를 놀라게 하고 조조(曹組) / 摵摵風驚竹

둥글둥글 달은 담 밖에 숨는구나 두보(杜甫) / 圑圑月隱墻

구슬 자리에 담로를 받자오니 왕유(王維) / 瓊筵承湛露

어주에 둥실 뜬 국화 누른빛 더욱 짙어라 송지문(宋之問) / 御酒菊逾黃

 

겨울

추운 날, 더구나 맑은 대낮 장정원(張政元) / 寒日臨淸晝

서리 맞아 이끼도 말랐네 유개(柳開) / 着夜霜

모진 바람은 북쪽 문으로 들어오고 위야(魏野) / 嚴風生北戶

저녁 햇빛 동쪽담에 곱구나 사과() / 晩景麗東墻

땅이 따스하니 매화가 먼저 피고 양미지(楊薇之) / 地暖梅先發

경점이 이따금씩, 누수가 길기도 하네 송지문(宋之問) / 更疏漏正長

황죽가를 한 번 읊으시니 이예(李乂) / 一承黃竹詠

은하수가 어제시 위에 쏟아져 뿌려지는 듯 양거원(楊巨源) / 銀漢洒宸章

 

[-D001] 담로(湛露) :

담로(湛露)는 《시경》의 편명(篇名)인데, 천자(天子)가 제후(諸侯)와 연회(宴會)하는 시이다.

[-D002] 황죽가(黃竹歌) :

주목왕(周穆王)이 겨울에 황대(黃臺)에서 놀며 사냥하다가 날이 몹시 추우므로 〈황죽가(黃竹歌)〉를 지어서 백성을 불쌍히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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