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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미친 사람도 대통령 되는 줄 알았는데...

淸潭 2024. 9. 22. 16:39

‘트럼프 현상’ 美 양당제 흔드나…공화당 분당론 ‘솔솔’

김이현2024. 9. 22. 16:28
온건보수파 중심 신당론 제기
리즈 체니 “보수 대변 단체 필요”
공화당도 주류 정당 탈당파에 기원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 AP뉴시스

‘트럼프 현상’이 수백년간 이어진 미국의 양당제를 흔들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지낸 딕 체니의 딸이자 한때 공화당 3위 서열 자리까지 올라갔던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이 공화당 분당 가능성을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등장한 이후 공화당 내에서 온건 보수파가 설 자리는 좁아졌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체니 전 하원의원은 20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매디슨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오늘날 공화당의 많은 부분이 불안정한 사람(트럼프)의 도구가 되도록 허용했기 때문에 새로운 정당이 필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화당은 어떤 본질적인 문제나 정책을 대변하지 않고 있다”며 “제가 믿는 보수적 대의를 실제로 주장할 수 있는 단체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니 전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극우 세력들로 인해 미국 내 우파가 완전히 망가졌다고 강변했다 그는 “새로운 정당의 창당 여부와 상관없이 지금까지 공화당이 해온 일을 고려했을 때 사람들이 공화당을 뽑아달라고 설득력 있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당에 피해를 주는 많은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공격받은 미국 국회. AP뉴시스


체니 전 의원은 민주당의 하원 승리도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아주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민주당이 하원에서 승리해야 마이크 존슨 의장과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의 패배를 뒤집으려는 시도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11월에 열리는 미국 대선은 주별 선거인단을 뽑는 선거다. 이 선거인단들이 내년 1월 의회에서 투표해 대통령을 최종 선출한다.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할 경우 선거 결과를 인증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앞서 2020년 대선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상원의장을 겸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선거 결과를 상원에서 인증하지 않도록 압박하기도 했다.

체니 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선거 이후 국회의사당 폭동을 선동하는 등의 행동에 앞장서서 반대 입장을 보였던 당내 대표적 온건 인사다. 당내 서열 3위인 하원 의원총회 의장직을 역임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당 지도부에서 제명된 후 공화당 예비선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패배했다. 그는 최근 민주당의 해리스 부통령을 대통령 후보로 지지한 바 있다.

온건 보수파 내 커지는 反트럼프 움직임
트럼프 정부 시절 국토안보부 장관 비서실장을 지낸 마일스 테일러. AP뉴시스

온건 보수파 내 반(反)트럼프 움직임은 거세지고 있다. 체니 전 의원의 발언은 공화당 정부에서 근무했던 100명 이상의 인사들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 후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부통령이었던 마이크 펜스의 고문을 지낸 올리비아 트로이와 트럼프 정부에서 국토안보부 장관 비서실장을 지낸 마일스 테일러 등도 포함됐다. 이들은 “해리스와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트럼프는 위험한 특성을 보였다”며 “대통령으로서 그는 정부에 일상적인 혼란을 조장하고 우리의 가치 민주주의 등을 배신했다”고 맹비난했다.

 

온건 보수파를 중심으로 분당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유의미한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19세기 이후 미국에선 대부분 주요 양당을 제외한 제3정당이 의석을 얻거나 대선에서 유의미한 득표율을 기록하지 못했다.

다만 현재의 공화당이 주요 정당이었던 휘그당 내 노예제 반대파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정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움직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NYT는 “공화당 자체가 1850년대 실패한 정당들의 잔해에서 창당된 정당”이라면서도 “현대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데는 장애물이 많다. 지금까지 기존 민주당과 공화당에 대항할 만큼 강력한 신당을 만들려는 노력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