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별곡(關東別曲)
1.강호(江湖)애 병이 깁퍼 듁님(竹林)의 누엇더니
(자연을 사랑하는 깊은 병이 들어 은서지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팔백리(八百里)에 방면(方面)을 맛디시니
((임금이) 800리나 되는 강원도 지방의 관찰사의 소임을 맡겨 주시니)
어와 셩은(聖恩)이야 가디록 망극(罔極)하다.
(아, 임금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그지 없구나.)
연츄문(延秋門) 드리다라 경회남문 바라보며
(경북궁의 서쪽 문으로 달려들어가 경회루 남문을 바라보며)
하직(下直)고 믈너나니 옥절(玉節)이 알픠 셧다.
((임금께) 하직하고 물러나니, 옥절(임금이 내리신 관찰사의 신표)이 행차의 앞에 섰다.)
평구역 말을 가라 흑슈로 도라드니,
(평구역(양주)에서 말을 갈아타고, 흑수(여주)로 돌아드니)
셤강(蟾江)은 어듸메오, 티악(雉岳)이 여긔로다.
(섬강은 어디인가, 치악산이 여기로다.)
쇼양강(昭陽江) 나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소양강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어디로 흘러간단 말인가?)
고신(孤臣) 거국(去國)에 백발도 하도 할샤
(임금님 곁을 떠나는 외로운 신하가 백발도 많기도 많구나.)
동쥬ㅣ 밤 계오 새와 북관뎡(北寬亭)의 올나하니,
(동주(철원)의 밤을 간신히 세우고 북관정에 오르니 )
삼각산 뎨일봉(第一峰)이 하마면 뵈리로다.
(삼각산 제일봉이 웬만하면 보이겠구나.)
궁왕(弓王) 대궐 터희 오쟉(烏鵲)이 지지괴니
(옛날 태봉국 궁예왕의 대궐터였던 곳에서 까막까치가 지저귀니)
쳔고(千古) 흥망(興亡)을 아난다 몰아난다.
(천고의 흥망을 알고 우짖는 것인가, 모르고 우짖는 것인가)
회양(淮陽) 녜 일홈이 마초아 가탈시고.
(회양이라는 네 이름이 (중국의) '회양'이라는 이름과 마침 똑같구나.)
급댱유(汲長孺) 풍채(風彩)를 고텨 아니 볼거이고.
(급장유의 풍채를 다시 볼 것이 아닌가?)
(급장유; 중국 '회양' 태수로 정치를 잘했다)
2.영듕(營中)이 무사(無事)하고 시졀(時節)이 삼월인 제,
(감영 안이 무사하고 시절이 삼월인 때에)
화쳔(花川) 시내길히 풍악(楓岳)으로 버더 잇다.
(화천 시냇길이 금강산으로 뻗어 있다.)
행장(行裝)을 다 떨티고 셕경(石逕)의 막대 디퍼
(여행 장비를 간편히 하고 돌길에 지팡이를 짚어)
백쳔동(百川洞) 겨테 두고 만폭동 드러가니,
(백천동을 곁에 두고 만폭동으로 들어가니)
은(銀)가튼 무지게 옥(玉)가튼 룡(龍)의 초리
(은 같은 무지개처럼, 옥 같은 용의 꼬리처럼)
섯돌며 뿜는 소리 십리예 자자시니,
((아름다운 폭포수가) 섞이어 돌며 뿜어내는 소리가 십 리까지 자자하니)
들을 제는 우레러니 보니난 눈이로다.
(멀리서 들을 때엔 우레소리 같더니, 가까이서 바라보니 온통 하얀 눈빛이구나.)
금강대 맨 우층의 션학(仙鶴)이 삿기치니,
(금강대 맨 꼭대기에 선학이 새끼를 치니)
츈풍(春風) 옥뎍셩(玉笛聲)의 첫잠을 깨돗던디,
(봄바람에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에 첫잠을 깨었던지)
호의(縞衣) 현샹(玄裳)이 반공(半空)의 소소 뜨니,
(흰옷, 검은 치마로 단장한 학이 공중에 솟아 뜨니)
셔호(西湖) 녯주인을 반겨셔 넘노는 듯.
(서호의 옛주인과 같은 나를 반겨 넘나들며 노는 듯하네.)
소향노(小香爐) 대향노(大香爐) 눈 아래 구버보고,
(소향로, 대향로봉을 눈 아래로 굽어보고)
졍양사(正陽寺) 진헐대(眞歇臺) 고텨 올나 안잔마리,
(정양사 진헐대에 다시 올라 앉으니)
녀산(廬山) 진면목(眞面目)이 여긔야 다 뵈나다.
(금강산의 참모습이 여기(진헐대)에서 다 보이는구나)
어와, 조화옹(造化翁)이 헌사토 헌사할샤.
(아아, 조물주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
날거든 뛰디마나 셧거든 솟디마나
(날거든 뛰지 말거나 섰거든 솟지 말거나 할 것이지)
부용(芙蓉)을 고잣는 듯 백옥(白玉)을 믓것는 듯,
(부용(연꽃)을 꽂아놓은 듯, 백옥을 묶어 놓은 듯)
동명(東溟)을 박차는 듯 북극(北極)을 괴왓는 듯.
(동해 바다를 박차는 듯, 북극성을 괴어 놓은 듯)
놉흘시고 망고대(望高臺) 외로울샤 혈망봉(穴望峰)이
(높도다 망고대여, 외롭구나 혈망봉이)
하늘의 추미러 므스 일을 사로리라
(하늘에 치밀어 올라가 무슨 일을 아뢰려고)
쳔만 겁(千萬劫) 디나도록 구필 줄 모로난다.
(오랜 세월 지나도록 굽힐 줄을 모르느냐? (그 지조가 놀랍구나))
어와 너여이고, 너 가트니 또 잇난가.
(아, 너(망고대, 혈망봉)로구나. 너 같이 지조가 높은 것이 또 있겠는가?)
개심대(開心臺) 고텨 올나 즁향셩(衆香城) 바라보며,
(개심대에 다시 올라 중향성을 바라보며)
만이쳔봉(萬二千峰)을 녁녁(歷歷)히 혀여하니,
(만 이천봉을 똑똑히 헤아려 보니)
봉(峰)마다 맺혀 잇고 긋마다 서린 긔운
(봉우리마다 맺혀 있고 끝마다 서려있는 기운이)
맑거든 조티 마나, 조커든 맑디 마나
(맑거든 깨끗하지 말거나,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거나 할 것이지)
뎌 긔운 흐텨 내야 인걸(人傑)을 만들고쟈.
(저 맑은 기운을 흩어 내어 뛰어난 인재(人材)를 만들고 싶구나.)
형용(形容)도 그지업고 톄셰(體勢)도 하도 할샤.
(모양도 끝이 없고 몸가짐새도 많기도 많구나)
텬디(天地) 삼기실 제 자연(自然)이 되연마는,
(천지가 생겨날 때에 자연히 되었지만)
이제 와 보게 되니 유졍(有情)도 유졍할샤.
(이제 와서 보게 되니 (천지창조에) 조물주의 뜻이 깃들어 있구나.)
비로봉(毘盧峰) 샹샹두(上上頭)의 올라 보니 긔 뉘신고.
(비로봉 정상에 올라가 본 사람이 누구일까?
(저렇게 아득하니 아마 없을 것이다. )
동산(東山) 태산(泰山)이 어느야 놉돗던고.
(동산과 태산 중 어느 것이 높던가?)
(비로봉을 바라보니, 공자님 말씀이 생각나네. 공자는 동산에 올라 노나라가 작고, 태산에 올라서 천하를 작다고 했으니)
노국(魯國) 조븐 줄도 우리는 모라거든,
(노나라가 좁은 줄 우리는 모르거늘)
넙거나 넙은 텬하(天下) 엇띠하야 젹닷 말고.
(넓거나 넓은 천하를 공자는 어찌해서 작다고 했는가?)
어와 뎌 디위를 어이하면 알 거이고.
(아! (공자의) 저 높은 정신적 경지를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을 것인가?)
오라디 못 하거니 나려가미 고이할까.
(오르지 못하는데 내려감이 이상하겠는가?)
원통(圓通)골 가난 길로 사자봉(獅子峰)을 차자 가니,
(원통골의 좁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알픠 너러바회 화룡(火龍)쇠 되어셰라.
(그 앞에 넓은 바위가 화룡소가 되어 있구나)
천년(千年) 노룡(老龍)이 구비구비 서려 이셔,
(마치 천 년 묵은 늙은 용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듀야(晝夜)의 흘녀 내여 창해(滄海)예 니어시니,
(밤낮으로 흘러내려 넓은 바다로 이어졌으니)
풍운(風雲)을 언제 어더 삼일우(三日雨)를 디련난다.
(용아, 너는 풍운을 언제 얻어 임금의 은총을 백성에게 내려 주려느냐?)
음애(陰崖)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사라.
(헐벗고 굶주린 백성을 모두 살려 내려무나.)
마하연(磨河衍) 묘길샹(妙吉祥) 안문(雁門)재 너머디여,
(마하연, 묘길상, 안문재를 넘어 내려가)
외나모 써근 다리 블뎡대(佛頂臺) 올라하니,
(썩은 외나무 다리를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천심절벽(千尋絶壁)을 반공(半空)애 셰여 두고,
((조물주가) 천 길이나 되는 절벽을 공중에 세워두고)
은하슈(銀河水) 한 구비를 촌촌히 버혀 내여,
(은하수 큰 굽이를 마디마디 잘라내어)
실가티 플텨이셔 뵈가티 거러시니
(실처럼 풀어서 베처럼 걸었으니)
(그렇게 십이폭포의 모습이 아름다우니)
도경(圖徑) 열 두 구비, 내 보매난 여러히라.
(도경에 그려진 십이폭포가 내가 보기에는 여럿이구나)
니뎍션(李謫仙) 이제 이셔 고텨 의논하게 되면,
(이백이 이제 있어서 다시 의견을 나누게 되면)
(이백이 <망여산폭포>에서 여산폭포를 극찬했었음)
녀산(廬山)이 여긔도곤 낫단 말 못하려니.
(여산폭포가 십이폭포보다 낫다는 말을 아마도 못할 것이다.)
3.샨듕(山中)을 매양 보랴, 동해(東海)로 가쟈스라.
(금강산중만 계속 보고 있을손가, 동해로 가자꾸나.)
남여(籃輿) 완보(緩步)하야 산영누(山映樓)의 올나하니,
(가마를 타고 천천히 산영루에 오르니)
녕농벽계(玲瓏碧溪)와 수셩뎨됴(數聲啼鳥)는
(눈부신 푸른 시냇물과 여기저기서 지저귀는 새울음소리는)
니별(離別)을 원(怨)하는 듯,
(나와의 이별을 원망하는 듯하고)
졍긔(旌旗)를 떨티니 오색(五色)이 넘노는 듯,
(깃발들은 서로 오색이 어우러져 넘노는 듯하고)
고각(鼓角)을 섯부니 해운(海雲)이 다 것는 듯.
(북과 피리를 섞어 부는 것에 따라 바닷구름이 다 걷히는 듯)
명사(鳴沙) 길 니근 말이 취션(醉仙)을 빗기 시러,
(밟으면 소리를 내는 모랫길에 익숙한 말이 취한 신선을 비스듬히 실어)
바다흘 겻테 두고 해당화(海棠花)로 드러가니,
(바다를 곁에 두고 해당화 꽃밭으로 들어가니)
백구(白鷗)야 나디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난.
(갈매기야 날아가지 말아라, 내가 네 벗이 될지 어찌 아느냐?)
금난굴(金蘭窟) 도라 드러 총셕뎡(叢石亭) 올라하니,
(금난굴을 돌아들어서 총석정에 오르니)
백옥누(白玉樓)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마치 옥황상제가 사는 듯한 백옥루의 남은 기둥 네 개가 서 있구나)
공슈(工수)의 셩녕인가, 귀부(鬼斧)로 다다믄가.
(공수가 만든 공작품인가? 조화를 부리는 귀신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타야 뉵면(六面)은 므어슬 샹(象)톳던고.
(구태여 육면으로 만든 기둥의 벽은 무엇을 본뜬 것인가)
고셩(高城)을란 뎌만 두고 삼일포(三日浦)를 차자가니,
(고성은 저만치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단셔(丹書)는 완연(宛然)하되 사션(四仙)은 어데 가니.
((사선이 남석으로 갔다는) 붉은 글씨는 바위에 뚜렷한데, 사선(영랑, 남랑, 술랑, 안상)은 어디로 갔는가)
예 사흘 머믄 후의 어디가 또 머믄고.
(여기에서 사흘을 머문 후에 어디로 가서 또 머물렀던 것인가?)
선유담(仙遊潭) 영낭호(永郞湖) 거긔나 가 잇난가.
(선유담, 영랑호 그곳에나 가 있는가)
쳥간정(淸間亭) 만경대(萬景臺) 몃 고데 안돗던고.
(청간정, 만경대 몇 곳에 앉았던가)
니화(梨花)는 발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배꽃이 벌써 떨어지고, 접동새가 슬프게 울 때,)
낙산(洛山) 동반(東畔)으로 의샹대(義相臺)예 올라 안자,
(낙산 동쪽 언덕으로 의상대에 올라 앉아)
일츌(日出)을 보리라 밤듕만 니러하니,
(일출을 보려고 한밤중에 일어나니)
샹운(祥雲)이 집픠는 동 뉵뇽(六龍)이 바퇴는 동,
(상서로운 구름이 피어나는 듯, 여섯 마리 용이 해를 떠받치는 듯)
바다헤 떠날 제는 만국(萬國)이 일위더니,
(바다에서 해가 떠날 때는 온세상이 흔들리더니)
텬듕(天中)의 티뜨니 모발(毛髮)을 혜리로다.
(하늘에 치솟아 뜨니 가는 터럭도 모두 셀 수 있을 만큼 환하다.)
아마도 녈구름 근쳐의 머믈셰라.
(아마도 흘러가는 구름이 해 근처에 머물까 두렵구나)
시션(詩仙) 어데 가고 해타(咳唾)만 나맛나니.
(내 심정과 같은 시를 읊은 이백은 어디 가고, 그의 시(등금릉봉황대)만이 남았느냐?)
텬디간(天地間) 장(壯)한 긔별 자셔히도 할셔이고.
(천지간에 굉장한 이야기가 그의 시에 자세히도 표현되어 있구나.)
샤양(斜陽) 현산(峴山)의 텩툑을 므니 발와
(석양 무렵 현산의 철쭉꽃을 잇달아 밟아)
우개지륜(羽蓋芝輪)이 경포로 나려가니
(신선이 탄다는 수레를 타고 경포로 내려가니)
십리(十里) 빙환(氷紈)을 다리고 고텨 다려,
(십 리나 뻗어 있는 얼음을 다리고 다시 다린 듯한 잔잔한 호숫물이)
댱숑(長松) 울한 소개 슬카장 펴뎌시니,
(큰 소나무에 둘러싸인 속에서 마음껏 펼쳐져 있으니,)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를 혜리로다.
(물결도 잔잔하기도 하구나, 모래를 셀 수 있을 만큼 맑구나)
고쥬(孤舟) 해람(解纜)하야 뎡자(亭子) 우희 올나가니
(한 척의 배를 띄워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江門橋) 너믄 겨틔 대양(大洋)이 거긔로다.
(강문교를 넘은 곁에 동해 바다가 거기로구나.)
둉용(從容)한댜 이 긔샹(氣像), 활원(闊遠)한댜 뎌 경계,
(조용하도다 이 경포의 기상이여, 넓고 아득하구나 저 동해의 경계여.)
이도곤 가잔 데 또 어듸 잇단 말고.
(이곳보다 아름다운 경관을 갖춘 곳이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홍장(紅粧) 고사(古事)를 헌사타 하리로다.
(고려 우왕 때의 박신과 홍장의 사랑이야기가 야단스럽다고 하겠구나.)
강능 대도호(大都護) 풍쇽(風俗)이 됴흘시고,
(강릉 대도호는 풍속이 좋구나.)
졀효졍문(節孝旌門)이 골골이 버러시니,
(효자, 열녀, 충신을 표창하는 붉은 문이 고을마다 널렸으니)
비옥가봉(比屋可封)이 이제도 잇다 할다.
(집집마다 벼슬을 줄 만하다는 요순시절의 태평성대가 지금도 있다고 하 겠구나.)
진쥬관(眞珠館) 듁셔루(竹西樓) 오십쳔(五十川) 모든 믈이
(진주관 죽서루 밑의 오십천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太白山) 그림재를 동해로 다마 가니,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니)
찰하리 한강(漢江)의 목멱(木覓)의 다히고져.
(차라리 그 그림자를 한강의 남산에 닿게 하고 싶어라.)
왕뎡(王程)이 유한(有限)하고, 풍경(風景)이 못 슬믜니,
(관리의 여행길은 유한하고, 풍경은 싫지 않으니)
유회(幽懷)도 하도 할샤, 객수(客愁)도 둘 듸 업다.
(그윽한 회포가 많기도 많구나, 나그네의 근심을 둘 곳이 없구나)
션사(仙사)를 띄워 내여 두우(斗牛)로 향(向)하살까.
(신선이 탄다는 뗏목을 띄워서 북두칠성 견우성으로 향해 볼까?)
션인(仙人)을 차자려 단혈(丹穴)의 머므살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이란 동굴에 머물러 볼까?)
텬근(天根)을 못내 보와 망양뎡(望洋亭)의 올은말이,
(하늘 끝을 끝내 보지 못하여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밧근 하늘이니 하늘 밧근 므서신고.
(바다 밖은 하늘이니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갓득 노(怒)한 고래, 뉘라셔 놀내관대,
(가뜩이나 노한 고래(파도)를 누가 놀라게 하였길래,)
블거니 쁨거니 어즈러이 구난디고.
(물을 불거니 뿜거니 어지럽게 구는 것인가)
은산(銀山)을 것거 내여 뉵합(六合)의 나리는 듯
(마치 은산(파도)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흘러내리는 듯)
오월(五月) 댱텬(長天)의 백셜(白雪)은 므스 일고.
(오월 하늘에 백설(포말)은 무슨 일인가)
4.져근덧 밤이 드러 풍낭(風浪)이 뎡(定)하거늘,
(어느덧 밤이 깊어 물결이 가라앉아서)
부상(扶桑) 지척(咫尺)의 명월(明月)을 기다리니,
(해 뜨는 곳 가까운 곳에서 떠오를 명월을 기다리니)
셔광(瑞光) 쳔당(千丈)이 뵈는 듯 숨는고야.
(상서로운 달빛이 구름사이로 보이다가 이내 숨는구나)
쥬렴(珠簾)을 고텨 것고 옥계(玉階)를 다시 쓸며,
(구슬로 만든 발을 다시 걷어 올리고 옥계단을 다시 쓸며)
계명셩(啓明星) 돗도록 곳초 안자 바라보니,
(샛별이 돋아나도록 꼿꼿이 앉아서 명월을 바라보니)
백년화(白蓮花) 한 가지를 뉘라서 보내신고.
(연꽃 한 가지(달)를 누가 보내셨는가)
일이 됴흔 세계(世界) 남대되 다 뵈고져.
(이렇게 좋은 세상을 남들에게 다 보여주고 싶구나)
뉴하쥬(流霞酒) 가득 부어 달다려 무론 말이
(좋은 술을 가득 부어 달에게 묻는 말이)
영웅(英雄)은 어디 가며 사선(四仙)은 긔 뉘러니,
("영웅은 어디 갔으며 사선은 그들이 누구이더냐")
아모나 만나보아 녯 긔별 뭇쟈하니,
(아무나 만나 보아 옛 소식을 묻자 하니)
션산(仙山) 동해(東海)예 갈 길도 머도 멀샤.
(선산 동해에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숑근(松根)을 볘여 누어 픗잠을 얼픗 드니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서 선잠을 얼핏 드니)
꿈애 한 사람이 날다려 닐온 말이,
(꿈에 신선이 나타나 나에게 이르는 말이)
그대를 내 모라랴, 샹계(上界)예 진션(眞仙)이라.
("그대를 내가 모르겠는가, 그대는 하늘나라에 살았던 신선이라)
황뎡경(黃庭經) 일자(一字)를 엇디 그릇 닐거 두고
(황정경 한 글자를 어찌 잘못 읽어)
인간(人間)의 내려와셔 우리를 딸오난다.
(인간 세상에 내려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한 잔 먹어 보오.
(잠깐만 가지 마오. 이 술 한 잔 먹어 보오.")
븍두셩(北頭星) 기우려 챵해슈(滄海水) 부어 내여,
(북두칠성을 술잔으로 삼아 기울여서 창해수를 술로 삼아 부어 내어)
저 먹고 날 머겨늘 서너 잔 거후로니
(저도 먹고 나에게 먹이거늘, 서너 잔 기울이니)
화풍(和風)이 습습(習習)하야 냥액(兩腋)을 추혀드니,
(봄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쪽 겨드랑이를 추켜드니)
구만리(九萬里) 댱공(長空)애 져기면 날리로다.
(높고 아득한 하늘에 웬만하면 날 것 같은 기분이로다.)
이 술 가져다가 사해(四海)예 고로난화,
("이 술을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고루 나누어)
억만창생(億萬蒼生)을 다 취(醉)케 맹근 후의,
(모든 백성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제야 고텨 맛나 또 한 잔 하쟛고야.
(그때 다시 만나 또 한 잔을 하자구나")
말 디쟈 학(鶴)을 타고 구공(九空)의 올나가니,
(이 말이 끝나자 신선이 학을 타고 높고 아득한 하늘로 올라가니)
공듕(空中) 옥쇼(玉簫) 소리 어제런가 그제런가.
(공중에서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가 어제인지 그제인지 모르게 아득히 들려오는구나)
나도 잠을 깨여 바다흘 구버보니,
(나도 잠을 깨어 바다를 굽어보니)
기픠를 모라거니 가인들 엇디 알리.
(깊이를 모르니 그 바다 끝을 어찌 알겠는가)
명월(明月)이 쳔산만낙(千山萬落)의 아니 비쵠 데 업다.
(명월이 온 산과 촌락에 비치지 않은 곳이 없구나)
*관동별곡에 못지않게 속관동별곡도 걸작이라는데 이는 다른 사람이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음 기회에 소개하기로 한다.
[출처] 관동별곡(關東別曲)|작성자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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