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獨笑 / 정약용(丁若鏞)

淸潭 2019. 12. 20. 10:14

獨笑 / 정약용(丁若鏞)

有粟無人食(유속무인식) 곡식이 많은 집엔 그걸 먹을 사람 없고        

多男必患飢(다남필환기) 자식이 많은 집엔 꼭 배고파 걱정일세 

達官必憃愚(달관필준우) 높은 벼슬하는 놈은 어리석은 놈들이고

才者無所施(재자무소시) 재주 있는 사람들은 통 등용이 안 된다네

家室少完福(가실소완복) 온갖 복 다 갖춘 집 찾아봐도 거의 없고

至道常陵遲(지도상능지) 지극한 도가 항상 쇠퇴하기 마련일세

翁嗇子每蕩(옹색자매탕) 아비가 아껴본들 자식들이 펑펑 쓰고

婦慧郞必癡(부혜랑필치) 아내가 지혜로우면 남편은 꼭 바보라네

月滿頻値雲(월만빈치운) 달이 둥글고 나면 구름이 자주 덮고

花開風誤之(화개풍오지) 꽃이 피었다 하면 바람이 떨궈놓네

物物盡如此(물물진여차) 이 세상 만물들이 모두 다 이 꼴이라 

獨笑無人知(독소무인지) 나 혼자 웃는 마음 아는 사람 없을 거야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먹을 것 많은 집엔 그걸 먹을 사람 없고, 식구가 많은 집엔 배고파서 죽을 지경.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높은 벼슬하는 놈은 바보 천치 등신이고, 재주 있는 사람들은 다 내버려지고 있네.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청복 홍복 다 갖춘 집 ‘못 찾겠다 꾀꼬리고’, 지극한 도가 항상 쇠퇴하고 마는구나.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아비가 아껴본들 자식들이 펑펑 쓰고, 아내가 똑똑하면 남편은 얼간이라.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달이 둥글고 나면 구름이 냅다 덮고, 꽃이 피었다 하면 세찬 바람 불어오네.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이 세상 만물들이 모두 다 이 꼴이라, 나 혼자 웃는 마음 아는 사람 없을 거야.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여당은 야당 보길 무슨 벌레 보듯 하고, 야당은 반대 외엔 하는 일이 전혀 없네.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여야가 서로서로 실수하기 시합하며, 그 실수 꼬리 잡고 내동댕이치려 하네.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아파트 값 잡는다고 정책을 쏟아내도, 강남의 아파트값 하늘 끝을 모른다네.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다 같이 잘 살자고 그렇게 외쳐대도, 빈부간 그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네.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개혁의 나팔수가 이미 엉망진창이라, 적폐청산 외치면서 적폐를 쌓아가네.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이게 나라냐며 촛불 든 사람들께, 이게 나라냐며 다시 촛불 들고 싶네,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이 세상 온갖 일들 모두 다 이 꼴이라, 나 혼자 웃어보네, 아는 사람 없을 거야.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 허허 그것 참 이거야 나 원.r

                      

글: 이종문 (시조시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매일신문 - '이종문의 한시산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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