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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두 남자 이야기

淸潭 2018. 10. 29. 21:41

특별한 두 남자 이야기-  

         조선왕조실록 야사(1) 


 


정조 때의 일이다.

충청도 홍주에 이춘영이란 착한 선비가 살고 있었다.

과거 급제를 위해 몇 년 째 공부를 하다가 과거 시험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머나먼 한양을 가기 위해 봇짐을 지고

먼 길을 떠났다.

 

하루는 해가 질 무렵 산속에서 장대비를 만났다.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곤 온통 나무들 뿐이었다.

옷이 온통 비에 젖어 새앙쥐꼴이 되었는데 그 때 다행히도

미륵당이 보이는게 아닌가.

천만다행이었다.

 

미륵당에 들어서 젖은 옷을 말리려는데 갑자기

또 한 사람이 미륵당으로 들어서는게 보였다.

아니 이 산 중에 들어서는 사람은 남자가 아닌 젊은 여인이었다. 

누군가 한 사람이 더 있다는 의지심 보다 이 젊은이는

조금은 경계에 가까운 불편함 같은 것이 스믈거렸다.

곁눈질로 얼굴만 훔쳐 보았을 뿐, 다정하게 대화를 나눌 수도

없었고 편안하게 쉴 수도 없었다.

 

날이 저물어도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길을 다시 떠난다는 것은 포기하기에 이르렀고

하는 수 없이 미륵당에서 밤을 지새우게 되었다.

혼자라야 어떻게 누워 잠이라도 청해보는 건데 그럴 수도

없는처지라 두 남녀는 웅크리고 앉아 밤을 재새울 수밖엔 없었다.

 

그런데 남녀란 참으로 묘한 관계라 함께 있으면 냄새로도

끌리게 돼 있는 모양이다.

특히 농익은 여인의 향기 같은 것에 말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춘영은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몸이 뒤틀렸지만

그는 선비로서 처음 본 여인을 탐내는 일은 아니될 일이라며

이를 물며 자신과의 싸움으로 버텼다.

그렇게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아침이 되자 비는 언제 내렸는가 싶게 하늘이 맑았다.

두 사람은 각자 서로 다른 길을 가야 했다.

여인이 생각을 해보니 선비가 너무 고맙고 좋은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없는 산중에 밤을 함께 보냈는데도 손가락 하나

건드리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보살펴 준 셈이니 모르는

남정네지만 사람의 인품이 더욱 커 보였다.

 

서로 헤어지는 길에서 여인이 말했다.

"이렇게 밤을 보낸 것도 인연인데 저희 집이 이곳에서 가까우니

잠시 들러 쉬었다 가시지요. 저희 남편도 글을 좋아하는

분이라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옵니다."

 

여인의 태도가 매우 공손해 이춘영은 뜻을 받아들여 여인의

집에 잠시 들르게 됐다.

남편은 출타 중이라 집에 없었다.

여인은 자신의 남편을 만나면 곧 친구가 될 테니 과거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는 꼭 한 번 들르라고 하였다.

 

이때 같이 살던 시누이가 이 광경을 목격하게 됐고, 선비가

떠나자 시누이는 오빠에게 이 사실을 말했다.

의심 많은 남편은 한 술 더 떠서 사실대로 말하라며 그녀를

다그쳤다.

여인은 사실대로 솔직히 말했으나 남편은 믿지 않았다.

결국 여인은 친정으로 쫓겨나고 말았다.

 

과거를 보러간 선비는 불행히도 낙방을 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여인네 집을 지나면서도 모른 척 그냥 지나쳐

여인이 친정으로 가게 된 사연도 알 길이 없었다.

 

이춘영은 이듬해 과거 시험에도 응시하였다.

이때 정조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에 하얀 옷을 입은 도사가 나타나 유씨 성을 가진 사람과

이씨 성을 가진 사람이 장원을 놓고 경쟁하게 될 것인데

이씨 성을 가진 이가 지조가 높고 덕이 있으니 그를 장원으로

뽑으라 하였다.

 

참으로 이상한 꿈이라고 생각한 정조는 이튿날

이춘영을 불러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듣던 중, 지난 해 한 여인과

의 만남에서 깨끗하게 하룻밤을 보낸 사연을 듣게 되었고

이춘영의 도덕성을 높게 사게 되었다.

왕은 유우춘을 불러 이야기를 나누던 중 바로 유우춘의 부인이

이춘영이 말한 여인이었음을 알게 돼 이춘영과 유우춘의 아내를

의남매를 삼게 하고 유우춘의 여동생과 이춘영이 혼인할 수 있는

인연을 맺게 도와주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장원급제를 시켰다.

자칫하면 오해로 인해 원수가 될 법했던 두 사람은 동시에

금의환향하게 되었고 서로 깊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인연이란 이래서 참으로 소중한 것이다.

 

 

 -조선왕조실록 야사에서 윤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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