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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맞이합시다, 2017 정유년..5덕 지닌 닭

淸潭 2016. 12. 20. 12:12

알고 맞이합시다, 2017 정유년..5덕 지닌 닭

신동립 입력 2016.12.20 08:39 댓글 152

 

【서울=뉴시스】십이지 신장 닭 신 미기라 대장(十二支神將 酉神 迷企羅 大將·왼쪽), 1977년, 만봉(1910~2006) 작. 12지 신장은 불교의 약사여래, 즉 중생의 질병을 고쳐주는 부처를 모시는 장수 열둘이다. 그 중 세 번째인 미기라(범어 Mihira)은 닭의 모습이다. 수젓집, 20세기 초. 수저를 넣어 보관하는 주머니로 붉은 비단에 부귀공명을 상징하는 닭과 모란을 수놓았다.
【서울=뉴시스】닭 모양 연적, 19~20세기. 머리를 들어 하늘을 우러르는 수탉의 모습을 하고 있다. 볏과 꼬리, 날개에는 안료를 사용해 다채롭게 장식했다.
【서울=뉴시스】계이(왼쪽), 19~20세기. 종묘 제례에 쓰이는 제기로 닭이 새겨져 있다. 다리미, 20세기. 숯을 넣는 몸통 앞부분에 닭 모양 장식이 있다. ‘닭 다리미’라고도 한다.
【서울=뉴시스】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계명도, 20세기 초. 닭은 예로부터 새벽이면 어김없이 때를 맞춰 우는 동물이자 여명을 밝히는 상서로운 존재로 인식됐다. 닭의 울음과 일출을 묘사하고 있다 ▲오동계자도, 조선 후기. 오동나무 아래 수탉은 경계를 서고 암탉은 병아리들에게 먹이를 주는 평화로운 정경을 그렸다. 병아리 다섯 마리는 ‘자식을 훌륭하게 키웠다’는 오자등과(五子登科)의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변상벽 닭 그림, 17~18세기. 고양이를 잘 그리는 화가로 유명한 변상벽의 작품이다. 닭은 먹을 것이 있으면 서로 불러 함께 먹는 동물로, 이를 닭의 5덕 중 인(仁)이라 했다 ▲쌍계도, 1900년. 심전(心田) 안중식(1861~1919)이 벚나무와 바위를 배경으로 암수 닭 한 쌍을 그렸다. 암탉은 웅크려 앉아 있고 수탉은 암탉을 보호하는 듯 꼿꼿하고 용맹한 자태를 뽐낸다 ▲ 금계도, 19세기. 오동나무 아래 금계 한 쌍이 있고 물 위의 구름 사이로 해가 떠오른 모습과 함께 영지와 산호, 괴석과 구름 등을 배치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울=뉴시스】▲닭 그림 문(왼쪽) 1904년 중수된 강화 관제묘(關帝廟) 대문의 문짝이다. 윗부분에는 까치, 아랫부분에는 수탉을 그렸다. 좌측 상단에 ‘時時長鳴福自來’(때때로 길게 우니 복이 저절로 오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 계견사호 목판으로 찍은 닭 그림, 18~19세기. 새해에 액을 쫓고 복을 빌면서 대문이나 벽장에 붙인 세화다. 전통적으로 닭은 호랑이·사자·개와 마찬가지로 길상과 벽사의 의미를 갖고 있다.

【서울=뉴시스】신동립 기자 = 국립민속박물관이 2017 정유년(丁酉年) 닭띠해의 모든 것을 가르친다.

닭 관련 문화·생태적 유물 50여점이 나오는 특별전 ‘정유년 새해를 맞다’는 21일부터 내년 2월20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Ⅱ에서 열린다. 오랜 세월 인간과 함께 살아온 닭을 문화·생태적 관점에서 살핀다.

‘서쪽을 지키다’ 코너로 출발한다. 서방의 방위신이자 오후 5~7시를 가리키는 12지 동물인 닭의 구실과 의미를 ‘십이지 신장 닭 그림’, ‘앙부일구’(보물 제845호) 등을 통해 알아본다.

이어 ‘오덕을 품다’에서는 오덕을 품은 닭을 조명한다. 조선 후기 하달홍(1809~1877)은 ‘축계설(畜鷄說)’에서 ‘한시외전’의 고사를 인용해 닭은 머리에 관(볏)을 썼으니 문(文), 발톱으로 공격하니 무(武), 적을 보면 싸우니 용(勇), 먹을 것을 보면 서로 부르니 인(仁), 어김없이 때를 맞춰 우니 신(信)이라 했다.

옛사람의 이러한 인식을 반영하는 변상벽의 ‘계도(鷄圖)’, ‘금계도(金鷄圖)’, ‘계명도(鷄鳴圖)’, ‘닭 모양 연적’ 등이 오덕을 갖춘 닭을 소개한다.

‘일상을 함께하다’에서는 ‘계이(鷄彝)’, ‘수젓집’, ‘닭 다리미’, ‘계견사호(鷄犬獅虎) 목판과 닭 그림’ 등 여러 생활용품을 통해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친근한 동물로서의 닭을 볼 수 있다.

닭의 해에 일어난 주요 사건, 설화, 속담 등도 모아서 전시한다.

올해로 18년째 이어지고 있는 띠 동물 강연인 ‘정유년 닭띠해 학술강연회’는 21일 오후 2시 국립민속박물관 대강당에서 개최된다.

우리나라 문화와 역사에 나타나는 닭과 동물, 그리고 현대문화 속 닭 이야기를 함께 다룬다. ‘토종닭의 생물학적 특성’(이희훈·현대축산뉴스 발행인), ‘치킨은 어떻게 우리 음식 문화의 아이콘이 되었는가?‘(김종엽·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여명(黎明)과 축귀(逐鬼)의 계명성(鷄鳴聲)’(천진기·국립민속박물관장)을 배울 수 있다.

천진기 관장은 “인문·생태학적 닭, 현대적 의미의 닭을 아우르는 자리다. 학계 간 경계를 허물고 자연과학에 바탕을 둔 인문학적 성찰, 나아가 현대문화의 지향성 등을 반영한다. 이번 특별전과 학술강연회를 통해 닭이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문화’를 담고 있는 아이콘으로서 우리 역사와 문화의 다양성과 변화를 탐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reap@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