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세상사는 이야기

사진으로 배우는 한자[糞尿]

淸潭 2016. 12. 3. 09:54

사진으로 배우는 한자[糞尿]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는 꼭 필요한 말임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이유로 꺼리

 

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꺼리는 말 중에서 가장 억울한 경우에 해당하는 말은

 

아마도 가장 기본적인 생리현상 중의 하나인 똥이나 오줌 같은 배설물에 관련된

 

말이 아닐까요? 우리 몸의 노폐물을 없애주고 신진대사를 촉진시켜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그건 독자의 몫으로

 

돌리고) 단지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모두들 입에도 담지 못할 말이 되었습니다. 어릴 적 친구들과 말싸움을 할 때면 으레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든가, 서양의 육두문자에도 꼭 등장을 하지요. 여기서는 한자 가운데 배설물과 관련해서 생겨난 글자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북유럽의 작은 나라, 얼마나 작은 지 세 나라를 합쳐 베네룩스라고 뭉뚱그려 부르는 나라 중에 그나마 첫 번째 등장하는 나라로 벨기에가 있습니다. 이 나라의 수도는 브뤼셀인데 그곳에서 가장 유명한 볼거리는 의외로 피앙세라고 불리는 오줌싸개(사실은 오줌 누는) 소년이라고 하네요. 무엇 때문에 유명해진 것인 지는 알 수 없으나 너나 할 것 없이 보러가서 느낀 반응은 대체로 비슷하다고 합니다. "아, 이것 보러 여기까지..." 하는 탄식 아닌 탄식이 여기저기서 나온다고요.


 

바로 위의 사진이 그 피앙세라고 하는 오줌싸개 소년의 동상인데 세계 각국에 이 소년을 모방한 조형물이 많습니다. 문화가 다르고 거의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예외는 없습니다.


 

연전에 영주에 있는 창건 천 년이 훨씬 넘는 부석사의 집단 시설지구를 지나다가 잡은 모습입니다. 척 봐도 브뤼셀의 오줌싸개 소년의 동상을 그대로 모방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재질이 달라졌고 색이 달라졌고 줄기가 조금 달라졌을 뿐입니다. 이렇게 오줌 누는 형상을 글자로 만들어낸 글자가 바로 '오줌 뇨(尿)'자입니다.


오줌 뇨(尿)

갑골문-금문-소전


자형을 보면 참 재미있는데요. 오줌싸개 동상의 당당하게 뒤로 젖히고 소변을 발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상체를 약간 숙이고 소변을 보는 모양을 표현하였습니다. 아마 어른이 소변을 보는 모습을 본뜬 글자인 것 같죠? 이 글자는 처음에는 앞쪽으로 나온다는 방향성을 강조하다가 금문부터는 그래도 고형에 가까운 대변과는 다른 액체, 곧 물이라는 사실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래서 언뜻 생각하기에는 금문부터는 뒤로 나오는 액체 그러니까 설사를 문자로 나타낸 것이 아닌가 하는 실없는 생각도 해보게 만듭니다. 한편 소변인 오줌을 나타내는 한자는 달리 '溺'이라고도 합니다. 다만 이 글자는 소변이라는 뜻으로 쓰일 때는 '뇨'로 읽지만, '빠지다'의 뜻으로 읽을 때는 '닉'이라고 읽습니다. 초성으로 읽을 때는 모두 두음법칙이 적용되어 '요소(尿素)', '익사(溺死)'라고 읽는다는 점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수원에 가면 해우재 박물관이라고 하는 곳이 있습니다. 해우재는 아마 한자로 '解憂齋'로 쓰지 않을까요? 들어가면 건물 모양부터 커다란 좌식 양변기로 되어 있고 곳곳에 볼 만한 조형물을 많이 설치해두었습니다. 제 생각에 그 중에서도 눈길을 가장 많이 끄는 장면은 바로 아래 사진의 금똥을 누는 아이의 조형물이 아닐까요? 옛날에는 금기시했던 것들을 통째로 거부하고 당당하게 전시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다소 해학적이기도 해서 보는 사람도 유쾌하게 느껴집니다.


 

사진처럼 똥을 누는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가 '똥 시(屎)'자입니다. 역시 '오줌 뇨(尿)'자처럼 방향성을 강조하였습니다. 즉 오줌은 앞으로 나오고 똥은 뒤로 나온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지요.


똥 시(屎)

금문-금문대전-소전


소전의 글자는 '똥 시(屎)'자의 이체자입니다. 대소변을 나타내는 글자인 뇨(尿)자와 시(屎)자는 처음에는 누는 방향의 상이점을 강조한 형태였으나 후대로 오면서 형질의 차이를 나타내는 요소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줌 뇨(尿)자는 액체이기 때문에 물을 나타내는 요소로 바뀌었으며, 똥 시(屎)자는 고형이지만 액체와는 반대인 쌀 미(米)자의 형태로 바뀌어갔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똥 시(屎)자의 미(米)자가 또 다른 똥을 나타내는 한자 분(糞)자에도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입간판을 보니 간체 한자가 보이는 것으로 봐서 중국의 어느 거리쯤 되는 모양입니다. 환경미화원이라고 보기에는 복장이 좀 차이가 나는 한 여성이 거리에서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중국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붉은색 모지를 쓰고 말입니다.


 

사진과 같이 한 손에는 쓰레받기를, 한 손에는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하는 모양을 나타낸 글자는 바로 '똥 분(糞)'자입니다. 사진의 주인공이 왼손잡이인 듯 아래에 나오는 글자와는 반대로 왼손으로 빗자루를, 오른손으로 쓰레받기를 들고 있는 점이 다릅니다.


똥 분(糞)

갑골문-금문대전-소전


갑골문의 자형을 보면 왼쪽 손에는 쓰레받기의 용도로 쓰인 삼태기(其자의 원형)을 들고 오른손에는 빗자루를 들고 있습니다. 삼태기 혹은 쓰레받기의 위쪽에 있는 점 세 개는 바로 쓰레기를 나타내는 요소입니다. 이 요소는 금문대전으로 오면 위 '똥 시(屎)'자에서 말한 '米'의 형태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소전을 보면 이 글자와 흡사하게 생긴 글자가 떠오릅니다. 바로 '버릴 기(棄)'자인데 삼태기에 담는 물건이 기(棄)자에서 보이는 사산한 아이(아들 子자를 거꾸로 눕힌 모양)가 아니라 시(屎)에 보이는 '米'의 형태로 바뀐 것입니다.


이로써 청소를 해서 쓰레받기인 삼태기에 담아 버리는 물건이 죽은 아이가 아니라 쓰레기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집 애들이 어렸을 때 친구들을 몇 명 붙여 한자를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가르치던 책에 '버릴 기(棄)'자가 나오게 되었는데, 애들에게 '버릴 기(棄)'자가 들어가는 한자를 예를 들어보랬더니... 세상에 "쓰레기'라고 하는 것입니다. 애들의 기발한 생각에도 놀랐지만 이제 한자나 외래어나 애들에게는 더이상 구분의 대상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던 간에 '똥 분(糞)'자는 최초에 쓰레기를 치워 청소를 한다는 뜻으로 쓰였는데, 쓰레기가 더러우므로 '똥 시(屎)'자를 대체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배설물을 설명할 때는 짚고 넘어가야 할 글자가 있습니다. 바로 '똥오줌 변(便)'자입니다. 옛 자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똥오줌 변(便)

금문대전-소전


이 글자는 상형문자가 아니므로 자형을 가지고 글자를 설명하는(說文)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便'자는 우리나라에서 두 가지 음으로 읽힙니다. 이런 글자, 곧 한 글자가 여러 음을 지니면서 뜻이 달라지는 한자를 문자학적으로는 파음자(破音字)라고 합니다. 바로 위에서 '똥오줌'이라는 훈으로 읽을 때의 '변'과 '편하다'의 뜻으로 읽을 때의 '편'으로 말이지요. 그런데 엄격하게 말하자면 위의 음가는 잘못된 것입니다.


'편하다'의 뜻으로 읽을 때도 원래는 변으로 읽어야 합니다. '편'이라는 음으로 읽을 때는 편의(便宜) 곧 싸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중국어 발음을 보면 알 수 있는데 편하다는 뜻의 方便은 fāngbiàn으로 읽어 '변(거성)'이라는 음이 되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에 싸다는 뜻의 便宜는 중국어 발음이 piányí이므로 '편(평성)'이라고 읽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대소변이라는 뜻으로 쓰일 때는 당연히 음이 '변'입니다. 평측에 정통한 옛날의 시인들은 편하다는 뜻으로 쓰일 때도 거성의 '변'으로 읽었습니다. 그나저나 이를 알고 다시 생각해보면 똥오줌을 대소변이라고 하는 이유는 똥이 마려울 때 해결을 하면 크게 편함을 느끼고, 오줌이 마려울 때 해결을 하고 나면 작은 편안함을 느꼈으므로 똥오줌을 나타내는 글자에 이 글자가 쓰인 것이 아닐까요?



 


                                

가져온 곳 : 
카페 >우현 한문방(又玄漢文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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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孤巖/準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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