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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위인들(11) 김구

淸潭 2016. 11. 30. 18:42

한국의 위인들(11) 김구

 

‘김구‧이승만’이라는 두 사람의 이름은 어려서부터 듣고 자랐습니다. “이 두 분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해외에서 투쟁하고 계시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 한 마디는 일본 식민지에서 구박 받으면서 절망적 삶을 이어가고 있던 ‘조선의 젊은이들’에게는 희망의 태양이었습니다.

해방이 되고 우리가 평양에 살던 때만 해도 평양 시내의, 모든 담벼락에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만세’ 아니면 ‘김구‧이승만을 타도하자’는 슬로건이 대서특필되어 있었습니다. 뒤에 김구‧김규식이 ‘남북협상’을 하기 위해 북에 갔을 때 김구의 이름은 지워지고 오로지 ‘살인강도단의 두목 이승만을 타도하자’는 표어가 나붙어 있었다고 합니다. 내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김구는 가까이서 본 일이 있습니다. ‘위맹지상(威猛之相)’을 타고난 관상이라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1948년 가을, 당시 연희대학교의 캠퍼스에는 일제 말기에 일본인이 철거한 설립자 원두우(Underwood) 박사의 재건된 동상 제막식이 있어서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승만과 남북협상을 고집하던 김구‧김규식이 다 한 자리에 앉아서 기념식을 거행하였습니다.

먼저 축사에 나섰던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 한 말은 내 기억에 남아있지 아니합니다. 김구가 한 말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여러분, 원두우 선교사의 이 동상은 또 다시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정신은 영원히 무너지지 아니합니다. 무너뜨리면 또 세우고 또 세우게 될 것입니다” 김구의 이 예언은 적중하였습니다. 6‧25 사변 중에 연희 캠퍼스는 인민군이 점령하고 있었는데, 수복하고 돌아와 보니 이놈들이 원두우 동상을 조준하여 사격 연습을 하였기 때문에 매우 흉한 모습이 되어 있어서, 철거하고 꼭 같이 다시 만들어 그 자리에 세웠습니다.

마지막 축사를 위해 등단한 김규식은 손으로 동상을 가리키며, “저 얼굴이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을 만들었습니다”라고 하며 미국의 작가 Nathaniel Hawthorne의 ‘큰 돌의 얼굴’(Great Stone Face)의 줄거리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천식이 있어서 좀 숨이 찬 듯 하던 김규식은 이승만이 원두우 선교사의 권면으로 독실한 크리스천에 된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날 연희 동산에서 내가 가까이 본 김구의 그 얼굴은 지금도 내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가 상해에서 조직한 한인 애국단이 없었으면 1932년 두 번에 걸쳐 ‘대일본제국’을 흔들었던 이봉창과 윤봉길의 의거는 없었을 것입니다. 철없는 안두희가 사정도 모르고 서대문에 있던 ‘경교장’에서 불세출의 애국자 김구(1876-1949)를 살해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백범은 비명에 갔으나 그가 남기고 간 <백범일지>는 이 겨레의 가슴마다 나라 사랑의 정신을 끊임없이 일깨워 줄 것입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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