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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말은 죽어도 안 듣는 사람

淸潭 2016. 10. 4. 11:35

남의 말은 죽어도 안 듣는 사람

 

90평생에 나는 그런 사람을 처음 보았습니다. 자기의 주장이 뚜렷하고 확고부동하기 때문에 누구 말도 들을 필요가 없는 그런 인물들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옛날 왕조시대에는 그런 종류의 군왕들이 수두룩했던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시대에도 어진 군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나라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스스로 반성하고, 재상들을 불러, “경(卿)들의 의견은 어떠하오?”라고 묻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위기를 맞아 ‘독단’처럼 위험한 것은 없습니다.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정성 하나 때문에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때 물불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뛰어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크나 적으나 기여한 사람들이 많고 나도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라고 자부하고, 그렇게 해서 당선된 대통령을 돕기 위해 ‘노구’를 이끌고 다니며 이런저런 말도 하고 글도 쓰면서, 우리가 활동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내 말을 단 한 마디도 귀담아 들은 적이 없습니다. 그야, “당신이 뭔데?”라며 대통령은 나를 부끄럽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당신 같은 늙은이는 부지기수야. 당신 말을 내가 왜 들어야 해!”라고 노발대발해도 나는 반발할 기운이 이젠 없습니다. 90이 어디 적은 나이입니까?

나는 대통령에게 터무니없는 권면이나 충고를 한 적은 없습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속담도 있는데 인재의 등용을 광범위하게 실시해야 하는데 대통령은 자기 수첩에 이름이 있는 사람만을 천거한다는 ‘낭설’이 오래 전부터 또 돌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낭설’이 사실이라고 믿는 유권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은 어김없는 사실입니다.

여당인 새누리당 안에 ‘친박’이 있고 ‘비박’이 있고, 그 ‘친박’ 중에도 ‘진박’이 있고, 그 비박 중에도 ‘반박(反朴)’이 있다는 사실을 나는 참을 수가 없습니다. 대통령 임기가 이젠 끝나 가는데 여당 내에 아직도 ‘비박’, ‘반박’이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아니, 있어선 안 될 일입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은 제 일 야당인 더불어 민주당에게 122대 123으로 의석 하나가 모자라 석패하였습니다. 의석의 3분의 2는 고사하고 과반수도 미치지 못하여 입법부는 완전히 야당들의 독무대가 되었으나 박 대통령도 이한구도 총선 참패의 원인이 “내 탓이오” 하지 않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책임의 소지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새누리당은 ‘친박’ 중에는 대통령감이 없다고 잘못 판단하고 멀리 뉴욕에서 지난 10년 가까이 살아온 반기문을 내세워 ‘얼굴’을 세우려 한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만일 청와대가 그런 구상을 하고 있다면 19대 대통령은 야당에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솔직히 한 마디 합니다. 박근혜 18대 대통령은 국내 정치에 실패한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이제라도 대통령 중심제의 헌법을 그대로 두고 국무총리 중심의 내각 책임제를 할 수가 있는데! 대통령이 내 말을 들을 리가 없습니다. 위기가 가까워 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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