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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조사만 가지고

淸潭 2016. 9. 25. 11:37

여론 조사만 가지고

 

여론 조사는 정치판에서 가장 선호하는 새로운 수법으로서 조작도 가능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여론을 조작하여 권좌에 오른 독재자도 있습니다. 독재도 민주를 가장하는 것이므로 투표라는 형식을 거치는 것이 유리하다고 믿고 여론을 조작하여 유권자로 하여금 독재자를 선거를 통하여 선출하게 하는 겁니다.

맛이 좋다고 소문난 곰탕집에는 손님들이 몰리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광경을 우리도 가끔 목격하게 됩니다. 독재자 히틀러의 오른팔 격이었던 Joseph Goebbels(1897-1945)는 히틀러의 집권 초기부터 15년 동안 독재자의 선전장관(Propaganda Minister)으로 “The big lie”를 되풀이하는 방법으로 히틀러의 권력을 정당화하였습니다. ‘엄청난 거짓말’도 수없이 반복하면 사실처럼 들린다는 것입니다. 히틀러의 선전상은 대중 심리 조작의 명인이었습니다.

어느 방송사에서 최근에 대학생들의 여론 조사를 실시했는데 질문은 두 가지였답니다. 하나는 “동성애(Homosexual)를 어떻게 생각하는가?”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혼전동거(婚前同居)를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를 묻는 것이었는데 이 두 가지 질문에는 찬성이 과반수를 넘어 대학생들의 ‘성(性)’에 관한 의견이 매우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반면에 성 범죄에 대한 처형은 가혹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답니다.

서유럽보다도 앞서 성의 개방을 단행한 나라들은 북유럽에 있습니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길거리에는 청소년들에게 “반드시 콘돔을 사용하시오”라는 광고가 크게 공공연하게 나붙은 것을 본 지가 벌써 수십 년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일을 상상도 못하던 때의 일입니다.

그런데 그 여론조사에 응한 학생들의 부모의 의견은 크게 다를 겁니다. 동성연애를 찬성하는 부모는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사실상 동성애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아온 부모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그런 경향을 가지고 태어나는 어린이가 천에 하나, 만에 하나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표출될 수는 없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집•장가가서 아들, 딸 낳고 살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동성애를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를 묻는 것부터가 잘못된 질문입니다. 반대한다고 동성애가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타고난 걸 어쩌자는 겁니까? 다만 동성의 결혼을 합법화하는 문제에 따르는 윤리적 판단은 앞으로도 계속 심상치 않은 논쟁거리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전혀 경제적 능력이 없는 남녀가 혼전 동거하여 애를 낳으면 그 애들은 누가 키워야 합니까? 미국에는 흔히 있는 문제이지만 고등학교 다니는 딸이 애를 가지면 그 부모는 일단 자살하고 싶을 심정일 것입니다. 여론 조사로 그런 것까지 가려낼 수 있을까요? 서구의 18세와 우리나라 18세는 여러 면에서 그 격차가 심합니다. 누울 자리를 보면서 다리를 뻗어야죠.

여자 여자끼리, 사람들 보는 앞에서, 짙은 키스를 하면, 매우 정상적인 남성도 변태적인 성욕을 느끼게 된다는데, 동성애를 즐기는 사람들도 그 정도의 상식은 갖추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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