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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없는 까닭

淸潭 2016. 9. 28. 10:47

어른’이 없는 까닭

 

많은 한국인들이 “우리나라에는 왜 어른이 없는가?”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것을 나도 많이 들었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왜 이렇게 인물이 없는냐?”하는 탄식과 비슷한 것이지만 ‘어른’과 ‘인물’의 뉴앙스는 좀 다르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집안마다 어른이 필요하지만 그 어른이 꼭 인물은 아니라도 살림은 무난하게 꾸려나갈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라는 큰 울타리를 지키기 위하여는 ‘국가적인 어른’ 곧 ‘큰 지도자’가 필요한 것입니다. 민주국가에는 특별한 지도자가 필요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아무리 민주적 사회라고 하여도 그 사회가 위기를 맞이했을 경우에는 ‘큰 지도자’의 등장이 없이는 그 사회를 지탱해 나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난세(亂世)에 인물이 나온다”는 속담이 있을 겁니다. 모든 한국인이 존경해 마지않는 근세사의 인물들은 모두 일제의 침략으로 빚어진 민족적 비운을 배경으로 나타났습니다. 안중근을 비롯하여 이봉창, 윤봉길, 안창호, 이상재, 김구, 이승만, 이승훈, 조만식이 다 일제의 야만적인 침략주의에 항거한 투사들이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그렇습니다. 명치유신의 유공자일 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도 틀이 엄청 컸던 사이고 다까모리(西鄕隆盛)가 오늘 일본인들 사이에서 ‘에라이 히도와 사이고 다까모리’라는 칭송을 받게 됩니까? 일단 자리가 잡히자마자 횡포를 일삼는 메이지 정부와 관군에 정면으로 도전하여 (그이 자신의 뜻이 아니었다고 일본인들이 변명을 하지만) 그가 마침내 자결하여 생을 마감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물이 나오기 어려운 평범한 시대를 살면서 영웅의 출현을 고대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다만 앞으로 위기가 밀어닥칠 때 그런 영웅의 등장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어지러운 사회를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부모 구실을 제대로 하면서 아이들을 키우는 노력이 반드시 선행돼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밥이나 먹이고 옷이나 입히고 신발 신겨 학교에나 보내는 그런 부모 밑에 자라는 아이들이 장차 난세가 되어 영웅이 등장할 때 그의 편에 서서 목숨을 아끼지 않고 싸울 준비를 어떻게 할 수가 있겠습니까?

오늘 우리 사회에서 지도자 행세를 하면서 나라를 어지럽히는 ‘사이비’(似而非)들이 크게 반성할 때가 된 것입니다. 스스로 못난 줄이나 알고 지도자 행세를 하세요. 그리고 놀러만 다니지 마시고 <플루타크의 영웅전>을 비롯하여 ‘영웅대망론’을 좀 읽으세요. 세상을 계속 속이려 하지 말고, 큰 인물이 나타날 때 그대가 가진 모든 것을 그를 위해, 조국을 위해 다 바치겠다고 맹세하세요.

그런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이 느껴지기 때문에 감히 이런 말을 하는 바입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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