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위의 법, 사랑
돈 모아 경비실에 에어컨 설치한 임대 아파트 주민
포장된 명분보다 환대가 숭고한 인간을 만들어
올여름은 사상 유례 없이 더운 여름이었다. 언론에 보도된 대로 냉장고 위에 올려놓은 유정란이 부화되고, 해수의 온도가 너무 뜨거워 해수욕장을 찾은 인파의 수가 급감한 더위였다. 이 무더위에 한 평도 채 안 되는 공간에서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일하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 곁에, 우리의 일상 속에 있다. 대부분이 노인들인 아파트 경비원들이 바로 그분들이다. 최근에 이런 악조건을 보다 못해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자는 운동이 여기저기서 일어났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는 한 주민의 건의로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자는 안건이 동대표회의에서 일사천리로 통과되었다. 주민들이나 동대표들이나 관리소장까지 모두가 절차보다 더 중요한 사랑의 법에 ‘감염’되었기 때문에 아주 간단하고도 쉽게 일이 해결되었다.
어떤 임대 아파트는 주민들의 모금운동으로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했고, 어떤 아파트는 경비실에 소형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공동전기료의 부담을 해결했다. 심지어 개인이 사비를 털어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한 사례도 있다. 반면 어느 아파트는 전기료를 이유로 아파트 정문 경비실에 유일하게 설치되어 있는 에어컨의 리모컨을 빼앗아 버렸다는 보도도 있다. 어떤 아파트에서는 이미 설치한 에어컨을 절차가 잘못되었다며 뜯어내 많은 사람의 공분(公憤)을 불러일으켰다.
오민석 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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