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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법대로만

淸潭 2016. 8. 22. 10:49

김영란 법대로만

 

지난 20일이 내가 좋아하는 후배 한 사람의 생일이었습니다. 인편에 카드를 한 장 보내기로 하고 그 카드 왼쪽에는 생일 축하 인사말을 적고 오른쪽에는 “김영란 법에 따라 5만원을 보내니 이 돈으로 아이스크림이나 사다 먹어라”고 하고 “액수가 적다고 해서 김영란을 원망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 법이 시행에 들어가기도 전에 그 법을 준수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 된 사실에 나는 커다란 자부심을 느낍니다.

나는 법조인 김영란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그가 기초한 이 법이 부정부패로 인한 부조리 때문에 쓰레기 처리장처럼 되어버린 한국 사회를 정화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마련되었다고 믿으며 언제라도 그를 만나면 3만 원짜리 점심이나 저녁을 대접할 마음의 준비와 재정적 준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음을 만천하에 공표하는 바입니다.

정치꾼들 중에는 김영란 법에 규정된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비 10만원이 너무 적다고 투덜거리는 자들이 있어 “이 법에는 위헌적 측면이 있다”면서 이를 헌법 재판소에 제소한 바 있었으나 재판관들 다수가 “결코 위헌이 아니다”라고 판결하여 김영란 법은 대한민국을 살리는 위대한 법령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불초 김동길은 이 법을 실천궁행하는 최초의 한국인이 되었음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이 법이 과연 실효를 거둘 수 있을까 의심하는 자들이 아직도 적지 않지만 이 법이야말로 이 나라가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1인당 50만원, 60만원 또는 그 이상 나가는 밥상을 마련하여 큰 돈 벌던 요식업자 또는 비밀 요정 경영자들이 망할 것을 걱정하는 소심한 사이비 지도자들도 있으나 그런 자들은 김영란 법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사실은 경조비 10만원도 지나치게 많다고 생각됩니다. 그것도 5만원이면 족합니다. 지역구 출신의 국회의원들은 얼마나 자주 구역 내의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들려야 하는지 아십니까? 상한선을 10만원으로 높여놓으면 5만원이나 3만원을 들고 가기가 어렵지 않습니까?

추석을 맞아 백화점들이 4만 9천 원짜리 선물을 많이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상인들은 눈치가 빠른데 이 나라의 지도급 인사들은 멍청합니다. 런던에서 근무하던 북한의 공사 한 사람도 식구들 다 거느리고 대한민국에 망명했다는 이 때, 한국의 딸 박인비가 리오 올림픽 골프에서 당당히 일등을 하고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번쩍 드는 영광의 순간들을 경험하면서, 나는 내가 김영란 법을 실천에 옮기는 최초의 한국 노인이 되었음을 거듭거듭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김형국 생일 만세!
김영란 법 만세, 만만세!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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