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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왜?

淸潭 2016. 8. 26. 11:44

대통령은 왜?

 

대한민국의 19대 대통령은 왜 정치를 포기했습니까? 행정부의 수반은 정치는 포기하고 행정에만 전념해야 한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닙니까? 3권 분립이라는 민주사회에서 대통령이 정치를 포기하면 입법부가 정치를 전담하게 되겠지요. 사법부가 정치에 개입하면 민주사회는 무너진다고 믿고 있는데 아마도 그 틀은 이미 무너진 것 같습니다.

입법부는 국민을 위한 법률을 만들어 통과시킬 생각은 전혀 하지도 않고 국회의원이라는 자들이 여럿 중국의 교수들을 찾아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과연 타당한 것인가 강의를 들으려고 중국에 다녀왔다는데 그것을 ‘정치’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국회의원이 남의 나라에 가서 (그 나라가 중국이라는 것은 더욱 가소로운 일) 특강을 받고 그 교수들에게 질문도 한 마디 제대로 못하고 돌아왔다는 것은 정말 웃기는 일입니다.

이런 판국에서 “이 나라에도 정치가 있다”고 느끼게 한 것은 그것이 사법부라는 사실이 놀라웁기만 합니다. 통진당 해산이라는 정치적 이슈도 사법부가 처리했고,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를 맞이했던 김영란법도 사법부가 거뜬히 살려 눴으니 이 나라에 정치가 아주 없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행정에만 몰두하고 정치는 돌보지 않는 겁니까? ‘정치’없이 ‘행정’이 가능한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대 총선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이 참패와 비슷한 석패(惜敗)를 하게 된 것은 대통령이 정치를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왜 난데없이 이한구가 나서서 김무성이 대표하는 새누리당의 당직자들을 향해 “이래라 저래라”하는 겁니까? 왜 주호영, 유승민 등은 당의 공천을 주지 않은 겁니까? ‘친박’(親朴)이 아니라서? 그런 이유 때문에 공당인 새누리당을 무너뜨리는 것은 정치가 아니지요. 그런 걸 망치(亡治)라고 해야 옳지 않을까요?

총선의 참패에 대한 자성(自省)도 반성(反省)도 없이 전당대회를 열고 당직을 몽땅 ‘친박’으로 개편하고 이정현으로 하여금 당기를 들고 앞장서게 하였는데 그것은 명분도 없고 설득력도 없는 매우 초라한 정치적 쇼일 뿐, 국민에게는 이렇다 할 감동도 주지 못합니다.

잔여 임기 1년 반을 남기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단 한 번의 정치적 성공의 찬스가 있는 겁니다. 대선 때 선거 공약처럼 내세운 ‘장관책임제’를 실천하세요. 헌법을 그대로 두고 대통령중심제하에서 내각책임제를 단행하세요. 손학규도 좋고 나경원도 좋습니다. 청와대에 불러다 놓고 조각을 일임하세요. 총리로 지명될 사람에게 “장관은 마음대로 등용하세요. 나는 일체 개입하지 않겠습니다”라고만 하세요.

그렇게만 되면 박근혜도 살고 대한민국도 삽니다. 대통령은 왜 주저합니까? 이것이 마지막 기회인데!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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