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에게 한 마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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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들이 좀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노인들에게’라는 글을 씁니다. 사실은 노인이 노인에게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끼리 할 말이 없습니다. 오늘 노인인 사람도 한 때는 청년이었으니까,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너희들도 늙으면 내 꼴이 될 터이니 그리 알아라”라고 한 마디 하고 싶은 겁니다. 누구를 노인이라고 하는가? ‘할아버지’ 또는 ‘할머니’라고 부르는 손자‧손녀가 있으면 노인이 된 것이죠. 그런데 구시대에는 시집‧장가를 일찍 갔기 때문에 오늘의 기준으로 보면 젊다고 해야 할 사람들이 노인 대접을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나의 어머님은 열일곱에 맹산 원남면의 면장 댁에 시집을 오셔서 열여덟에 맏딸을 낳으셨는데 그 딸이 시집을 가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어머님처럼 17세에 시집을 갔더라면 우리 어머님은 40도 되기 전에 ‘할머니’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시대를 따라 노인의 나이도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 같은데, 옛날에는 50만 넘으면 노인이었고 지금은 60은 돼야 “늙었다”는 평을 받게 됩니다. 65세가 대학교수도 정년퇴직하는 나이이니까 노인이 아니라고 우길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나와 동시대의 사람들은 노인 아닌 사람이 한 사람도 없습니다. 노인의 삼무(三無)가 무엇이지 아세요? ‘돈 없고 일 없고 친구 없음’이 ‘삼무’입니다. 돈을 몇 푼 벌어뒀던 노인들도 욕심 많은 아들‧딸에게 다 털리어 문자 그대로 ‘빈털터리’가 된 ‘어리석은’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런 눈치 없는 노인들은 고생해도 싸다고 생각됩니다. 나이만 가지고 노인을 만드는 것이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김병기 화백은 연세가 나보다 꼭 12년이 위시니까 우리 나이로 ‘One O one’이십니다. 그런데 나는 이 어른을 만나서 “노인이시다”라고 느껴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김 화백은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젊으십니다. 젊은 사람들 중에도 생각이 늙어서 한심하다고 느껴지는 자들이 수두룩한데 이 어른은 항상 ‘현역’이어서, 돈도 있고 일도 있고, 후배들 중에 친구도 많습니다. 그래서 김병기 화백은 우리 모두에게 ‘백세청풍’(百世淸風)이십니다. 우리들의 ‘영원한 청년’ 김병기! 김동길 www.kimdonggil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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