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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니?-

淸潭 2016. 4. 2. 11:27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니?- (2893)

 

노자(老子)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먼저 ‘무위자연’이라는 말을 생각하게 되겠지만 <도덕경>을 몇 십번 읽어봐도 그 뜻을 제대로 알아듣기는 어렵습니다.

노자도 생년월일이 분명치 않은 현자(賢者)들 중 한 분이지만 공자보다는 한 50년 먼저 태어나신 분일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그의 이름을 붙여 <노자>라고 하는 도덕경 한 권이 있을 뿐인데 무엇으로 그의 경력이나 사람됨을 알아볼 수 있겠습니까? 공자가 노자를 찾아가 만난 적이 있다는 말도 들었지만 믿기는 어렵습니다.

‘무위’라는 낱말은 “하는 일이 없다”는 뜻입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뭘 먹고 살라는 말입니까? 안양교도소에서 어느 날 어떤 이름 없는 정당에 끼어들어 활동하다가 유신체제하에 ‘긴급조치위반’으로 잡혀온 청년이 한 사람 합방되어 새 식구가 되었는데 정말 잘난 인물이었습니다. 이름은 황XX.

그는 여러 번 우리들을 논고할 때마다 “피고 황XX은 빈병이나 파지를 수집하며 무위도식(無爲徒食)하는 자로서”라는 말이 꼭 먼저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자기의 정치적 활동에 도움이 될까하고 시작한 폐품 수집을 검사가 폄하하고 특히 자기를 ‘무위도식’하는 자라고 했다는 사실에 다소 분개한 듯 하였습니다.

‘무위도식’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지만 ‘무위자연’은 도통(道通)한 사람의 경지인 것은 분명한데 “아무 일도 하지 말고 자연을 대하라”는 뜻으로 ‘무위자연’이 도교(道敎 - Taoism)의 시발점이라고 한다면 “자연의 원리에서 처신의 비결을 배우라”는 뜻으로 풀이해도 무난할 것 같습니다.

내가 어느 해에 월남 이상재 선생의 손자가 되는 이홍직 선배를 서대문의 녹번동 자택을 방문하여, “월남 선생님의 가장 두드러진 특색이 무엇이었습니까?”라고 물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 선배가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할아버님의 특색은 매사에 매우 자연스러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내가 그 말을 듣고 내 무릎을 쳤습니다. 내가 짐작하던 바와 꼭 같았기 때문에!

월남의 특색이 그 ‘자연스러움’이였다면, 노자가 말하는 ‘무위자연’을 몸소 구현한 이가 바로 월남 이상재였다고 나는 감히 말합니다. ‘무위도식’하는 자들은 이 한반도에서 다 사라지고 ‘무위자연’의 정신력으로 한반도와 전 세계에 평화의 씨앗을 뿌리는 유위(有爲)한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고대하는 바입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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