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새끼
음식점 출입문이 열리더니 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가 비에 젖은 채
어른의 손을 이끌고 느릿느릿 안으로 들어왔다.
두 사람의 너절한 행색은 한 눈에 보기에도
걸인임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음식점 안의 손님들은 일제히 그들을 쳐다보았다.
모처럼 맞는 회식 자리에 있던 손님 중에 여자 분이
주인아주머니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아주머니! 냄새 나니까 빨리 내쫓으세요."
아이는 아무 말 없이,
앞 못 보는 아버지의 손을 이끌고
음식점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주인아주머니는 그제 서야
그들이 음식을 먹으러 왔다는 것을 알았다.
"저~어, 아주머니... 우리 순대 국밥 두 그릇 주세요."
"그래, 알았다... 그런데, 이리로 좀 와볼래?"
계산대에 앉아있던 주인아주머니는 손짓을 하며
아이를 불렀다.
"미안하지만, 거기는 앉을 수가 없단다.
거긴 예약 손님들이 앉을 자리라서 말이야..."
그렇지 않아도 주눅이 든 아이는,
주인아주머니의 말에 금방 시무룩해졌다.
"아줌마, 우리 금방 먹고 나갈께요.
오늘이 우리 아빠 생일이에요."
아이는 비에 젖어 눅눅해진 천 원짜리 몇 장과
한 주먹의 동전을 꺼내 놓았다.
"알았다. 대신, 우리 저 안쪽으로 들어가서 앉자구나..."
음식점 안의 손님들은 불만스런 표정으로
주인아주머니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주인아주머니는 급히 수건을 가져와
거지 아이와 걸인 아빠의 젖은 머리를 닦아주고
아이의 젖은 옷을 벗기고 마른 옷으로 갈아 입혔다.
잠시 후
주인아주머니는 순대국밥 두 그릇과
따로 고기를 접시에 담아 가져다주었다.
"오늘, 마침 아줌마도 생일이라서 고기를 많이 삶았단다.
고기값은 받지 않을 테니 많이 먹고 가거라."
음식점 안의 손님들은 못마땅하였지만 그들이 빨리 먹고
나가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윽고,
음식을 다 먹고 음식점을 나가려는 걸인부녀를
주인아주머니는 잠시 기다리라 하더니
얼른 우산을 챙겨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아이에게 말하길...
"비도 오는데 아빠한테 우산 씌워 드리렴.
그리고 내일 이라도 비가 그치면 다시 와 주겠니...?
우산도 돌려줄 겸 말이야.... 알았지?"
주인아주머니는 문까지 열어주며 걸인부녀를
배웅하며 들어서는데...
그 모습을 주~욱 지켜보고 있던 회식 손님들 중
한 아저씨가 빈정거리며 주인아주머니께 소리를 질렀다.
"아주매요! 거지새끼한테 뭘 그리 잘 대해 줍니까?
아주매, 그 얼라가 먼 친척이라도 되는가보네. ㅋㅋㅋ..."
그러자
주인아주머니 곱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요. 방금 아기 예수님이 다녀 가신걸요..."
(입은 세 번 생각하고 열라.)
<옮겨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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