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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說話] 형식담(形式譚)

淸潭 2015. 12. 16. 09:39

   형식담(形式譚)

 

     일정한 형식에 따라서 내용이 전개되는 설화. 설화의 한 종류로 단일 모티프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고, 또 궁극적으로 웃음을 자아낸다는 성질이 소화의 경우와 일치하기 때문에, 내용상으로 본다면 형식담은 소화 속에 포괄될 수도 있다.
그러나 소화가 내용에 치중하는 이야기임에 비하여, 형식담은 일정한 형식, 즉 ‘틀’에 치중하는 이야기이다. 이 틀은 연쇄에 의한 누적성, 또는 반복성을 띠는 것이 보통이다.
서구에서는 형식담을 ‘formula tale’이라 하고, 이 술어를 정의하여 “어떤 전통적인 형식을 따르고 있는 설화의 한 종류로서, 이러한 종류에 있어서는 줄거리가 플롯에 비하여 부차적이다.”라고 하고 있다.
형식담은 기본적인 형식(틀)에 따라서 내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내용보다는 형식에 치중하는 것이라고 하여, 내용이 무시된다거나 소홀히 여겨진다는 뜻은 아니다. 특히, 형식담의 한 종류인 누적담과 같은 것에서는 형식에 못지않게 내용도 중시된다.
설화 자체가 ‘이야기’를 뜻하는 것이므로, 의미 없는 설화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형식담의 주요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화자는 그 형식을 항상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누적담과 같은 것에서는 그 이야기의 사슬(고리)에서 하나만 빠져도 이야기 진행이 곤란하게 된다. 언뜻 보아 매우 복잡해 보이는 형식담의 형식도 실은 앞뒤가 서로 대응하는 의미 관계에 의하여 진행되어 가는 것이기 때문에, 화자가 이야기의 첫머리만 잘 기억하고 있다면 뒷부분은 별 어려움 없이 술술 풀려 가게끔 되어 있다.
그러나 이를 듣는 청자에게는 화자가 그토록 복잡한 이야기의 형식을 용하게도 기억하고 있다는 데 대하여 감탄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둘째, 어희적(語戱的)인 요소가 강하여 그중의 어떤 것은 말장난, 즉 언어유희에 지나지 않는 것도 있다.
예를 들면, “오리는 5리는 날아도 오리, 10리를 날아도 오리 하니 어째서냐?”, “할미새는 젊어서도 할미새, 늙어서도 할미새 하는 것과 같다.” 등등의 문답이 이어지는 ‘재치 문답’과 같은 이야기가 그러한 예이다.
또, 〈꼬부랑 할머니〉와 같은 것은 같은 음(同音) 내지는 같은 운(同韻)을 사용함으로써, 민요에서 볼 수 있는 ‘머리따기’ 또는 ‘꼬리따기’와 같은 형식을 취한다. 따라서, 민요와의 장르 구분이 분명하지 않은 것도 있게 된다. 예를 들면, 〈김 서방 나무하러 가세〉와 같은 것이 그러하다.
셋째, 반복성을 띤다. 반복은 어희적 형식담이 대부분이나 〈끝없는 이야기〉에서와 같이 동일 어사(語辭)나 동일 행위의 반복으로 되는 것과, 누적적 형식담의 대부분처럼 행위의 연쇄 또는 점층적 누적으로 되는 것이 있다.
반복이란 설화의 일반적인 특징으로서 형식담 이외의 설화에서도 보이기 때문에 형식담을 판별하는 절대적인 척도는 되지 못한다. 가령 〈떡보와 사신〉·〈문자 쓰는 사람〉등의 소화도 형식담의 성질은 가지나 이들을 형식담으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이들에게서 보이는 반복은 형식담에서 보이는 반복처럼 연쇄 누적성을 띤 것이 아니라 단순한 나열이나 병렬에 불과한 것이다. 넷째, 화자가 이야기에 싫증을 느꼈거나 이야기 밑천이 떨어졌는데도 조름에 못 이겨 이야기를 계속해야 하는 경우에 꺼내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둔사적(遁辭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형식담 전체가 둔사적이라는 뜻은 아니고, 특히 어희적인 형식담이 대부분 그러하다. 다섯째, 동물담 속에서도 동물이 등장하여 인간의 언어와 행동을 나타내지만 형식담에서는 동물뿐만 아니라 일반 사물까지도 등장하여 인간의 역할을 나타낸다.
가령 〈지게가 져다 버린 범〉과 같은 유형에는 각 편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파리·풍뎅이·달걀·국자·자라·게·고춧가루·송곳·바늘·밤·쇠똥(개똥)·절구통·멍석·동아줄·지게·호미 등이 등장한다. 그러므로 이 유형은 동물담으로 분류하지 않고 그 누적적 형식이나 등장인물의 다양함을 고려하여 형식담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여섯째, 허언적(虛言的)이며 과장적이다. 형식담의 이와 같은 성질은 그것이 이야기의 내용보다 이야기를 한다는 행위 자체에 흥미의 초점이 두어지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생각된다.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이야기는 두말할 여지도 없거니와 〈새끼 세 발〉·〈조 이삭 하나〉와 같은 유형에서도 이러한 허언성·과장성이 엿보인다.
이제까지 조사, 보고된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한국의 형식담을 분류하면 둔사적 형식담과 누적적 형식담으로 대별할 수 있는데, 전자가 내용보다는 형식에 치중하는 이야기임에 비하여, 후자는 일정한 형식을 유지하면서 내용도 중시하는 이야기이다.
둔사적 형식담은 이야깃거리가 떨어졌을 때 조름에 못 이겨 내놓는 비장의 무기이다. 누적적 형식담은 내용을 중심으로 보면 분명히 소화에 속하는 것이나, 그 특이한 형식으로 보면 소화와는 자연히 구별될 수 있다. 둔사적 형식담과 누적적 형식담을 그 형식(혹은 내용도 참조)에 따라 세분하면 다음과 같다.
① 둔사적 형식담 : ㉠ 어휘적 특성을 지닌 것(운율을 가진 것, 문답의 형식을 위한 것, 허언적 내용을 가진 것, 같은 음을 이용한 것), ㉡ 단형적(短形的)인 특성을 지닌 것, ㉢ 무한적(無限的)인 특성을 지닌 것, ㉣ 설문적(設問的)인 특성을 지닌 것(擇願, 請答에 관한 것).
② 누적적 형식담 : ㉠ 행운에 관한 것, ㉡ 불행에 관한 것, ㉢ 징치(懲治) 또는 보복에 관한 것, ㉣ 문답에 관한 것, ㉤ 시키는 대로 따라하는 바보에 관한 것, ㉥ 희귀적 특성을 지닌 것. 한국 형식담의 유형 수는 80여 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