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 하는 법 (4)
초심자를 위한 경각(警覺)의 말씀
1. 發心을 堅固히 하라.
: 공부를 지을 때, 무엇보다도 먼저, 생,사를 부셔 버리려는 마음을 견고하게
일으켜야 한다. 몸과 마음과 세계등이 모두 인연이 모여서 임시로 존재하는
것일 뿐, 실다운 주체가 없다는 점을 간파했다 해도, 본래로 구족한 큰 이치를
밝히지 못하면, 나고 죽는 마음이 부서지지 않고, 나고 죽는 마음이 이미 부서
지지 않았다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따라 다니는 무상살귀(無常殺鬼)를 어떻게
쫓아버릴수 있겠는가?
생,사를 부셔버리겠다는 이 한 생각을 문을 두드리는 기와로 삼아, 마치 맹렬한
화염속에서 밖으로 나가기를 바라는 것과 같이 공부해야 한다.
한 걸음이라도 함부로 내딛을 수 없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으며,
한 생각도 딴 생각을 낼 수도 없고, 딴 사람이 구해주기를 바랄 수도 없는 이러한
상황에서는, 다만 모름지기 맹렬한 불도 돌아보지 않고, 목숨도 돌아보지
않으며, 남이 구해주기를 바라지도 말고, 딴 생각도 내지 말고, 잠깐이라도 멈춰
있지 말고, 곧장 앞으로 냅다 달려서 불 속에서 뛰쳐나오는 이것이 좋은 수
(방법)니라.
2. 의정(疑情)을 일으켜라.
: 공부를 지을 때, 중요한 점은 의정을 일으키는 것이다.
어떤 것을 의정이라 하는가?
예를 들어, 이 삶이 어디서 왔는지 알지 못하니 마땅히 온 곳을 의심해야 하는
것이요, 죽어서는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니 마땅히 가는 곳을 의심해야 하는
것이다. 생,사 라는 관문을 부수지 못했으면 의정이 몰록 일어나리니, 이를
눈썹에다 묶어 놓아라. 그리하여 내려놓으려 해도 내려 놓을수 없고 나아가려
해도 나아갈 수 없다가 홀연히 어느 날 아침 의심 덩어리를 쳐 부수면 생,사란
이 무슨 버려진 가구인가!..
아! 고덕이 이르시기를
"크게 의심하면 크게 깨치고 작게 의심하면 작게 깨치며, 의심하지 않으면 깨치
지 못한다" 하셨느니라
3. 항상 죽음을 염두에 두라
: 공부를 지을때는 죽음을 항상 염두에 두고 혈육으로 된 몸과 마음을 죽어버린
것과 같이 하고서, 다만 이 일을 究明하고자 하는 이 한 생각만을 두어야 한다.
그러면 이 때의 한 생각은 마치 하늘에 기대는 긴칼과 같아서 그 칼끝에 닿는
것을 끝내 얻을 수 없겠지만, 그렇지 않고 막힌 것을 씻어내고 둔한 것을 갈다
보면 칼도 사라진지오래 일 것이다.
4. 고요한 경계를 즐기지 말라
: 공부를 지을 때는 무엇보다도 고요한 경계를 즐기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이러한 경계는 사람을 말라 죽이는 듯한 적막속에 갇히게 해서 지각이 없게
한다. 사람들은 어지러운 경계를 싫어하고 조용한 경계에 대해서는 대부분
싫어하지 않는데, 진실로 수행인이 한결같이 시끄러운 곳에만 있다가 한 번
고요한 경계와 상응하면 맛있는 엿이나 꿀을 먹듯이 탐익하게 되는데 권태가
오래되면 잠자기를 좋아하게 된다는것을 어찌 알리오?
외도는 몸과 마음을 끊어 없애버리므로 죽어서는 완석(頑石)이 되는데, 이 또한
고요한 경계로 부터 들어가는 것이다. 진실로 세월이 흐르면 마르고 또 마르며,
고요하고 또 고요하여 결국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 떨어지니 목석과 무엇
이 다르겠는가?
그러니 우리 공부하는 사람들은, 혹 고요한 경계에 처하더라도 다만 반드시
이 몸에 갖추어진 한 가지 큰 일을 밝히고자 할 뿐, 자신이 고요한 경계에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해야 하리라. 이 큰 일 속에서는 그 같은 고요한 모양을 구하
려 해도 끝내 얻을 수 없나니, 이를 고요한 경계를 얻은 것으로 삼는다.
5. 인정을 가까이 하지 말라.
: 공부를 지을때는 반드시 치우침이 없게 하고 곧고 굳센 의지로써 인정을
가까이 하지 말라. 만약 인정을 따라 상대하다보면 공부를 해도 진척이 없게
된다. 또한 진척이 없을 뿐만 아니라, 날이 가면 틀림없이 속인들이 하듯이
스승에게 아첨까지 하게 된다.
6. 의단(疑團)을 부셔라.
: 공부하는 사람은, 머리를 들어도 하늘을 보지 못하고 머리를 숙여도 땅을 보지
못하며 산을 보아도 산이 아니고, 물을 보아도 물이 아니며, 길을 걸으면서도
걷는 줄 모르고, 앉아 있어도 앉아 있는 줄 모르며, 천 사람, 만 사람속에 있어도
한 사람도 보지 못하며 온 몸과 안밖이 다만 하나의 의심덩어리 뿐이어서 '온통
뒤섞인 세계'라 할만해야 한다.
이렇게 되었을 때 이 의심 덩어리를 부수지 못했으면 맹세코 쉬어서는 안되니.
이것이 공부의 긴요한 점이다.
어떤 것을 '온통 뒤섞인 세계'라 하는가? 무량겁 이전부터 본래로 구족한 큰
이치는, 고요하고 조용하여 일찍이 움직인 적이 없는 것을 말한다.
중요한 것은 본인이 정신을 바짝 차려서 분발하는데 있으니, 하늘이 돌고 땅이
돌면 저절로 파도가 뒤집히고 물결이 솟아오르는 한 가지를 수용하게 된다.
7. 죽기를 겁내지 말라.
: 공부를 지을때는 죽어서 살아나지 못할까 겁내지 말고 다만 살아만 있고 죽지
못함을 두려워하라. 참으로 의정과 이를 묶어 한 곳에 두었다면, 움직이는 경계
는 떨어버리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떨어지고, 망령된 마음도 깨끗이 없애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깨끗해진다. 그리하여 6근이 자연히 텅 비고 활달(豁達)
해진다. 이런 경계에서는 가리키면 곧 도달하고 부르면 곧 응답하니, 어찌 살아
나지 못할까 근심하리오!
8. 맹세코 쉬지 말라.
: 공부가 진척이 있으려면, 마치 어깨에 천근이나 되는 무거운 짐이 있어 짐을
내려 놓으려 해도 놓아지지 않는 형편이 되어야하며, 잃어버린 중요한 물건을
찾을때. 찾지 못했으면 맹세코 마음을 쉬지 않듯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다만 집착심을 내지 말고, 사량심을 내서는 안된다. 무언가를
잡으면 병을 이루고, 무엇에 붙으면 마구니를 이루고, 생각으로 헤아리면
외도를 이룬다.
9. 반드시 분지(憤志)로써 성성(惺惺)하게 의심하라.
: 화두에 의심을 일으킬때는 반드시 또렷또렷하고 분명하기가 고양이가 쥐잡듯
해야 한다. 고인의 이른바 "고양이의 목을 베지 않으면 맹세코 쉬지 않겠다."
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혼침이란 어두침침한 귀신 소굴에 앉아서 일생
을 보내게 되니. 평생 참선한들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고양이가 쥐를 잡는 모양을 보라, 두 눈을 부릅뜨고 네 다리는 바짝 버티고 서서
다만 쥐가 잡힐 때를 기다렸다가 입에 들어가면 비로소 그만두지, 그전에는
설사 닭이나 개가 옆에 있어도 돌아볼 겨를이 없다.
참선하는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로 다만 분지- (분한 뜻을)를 일으켜서 이 도리를
밝히고자 할 뿐 설사 8가지 경계의 바람-( 이익과 손해, 명예와 불명예, 칭찬과 비방, 행복과 고통)이 눈앞에 어지러이 번갈아 가며 나타난다 해도 돌아 볼 겨를
이 없어야 하나니, 만약 조금이라도 딴 생각이 있다면, 쥐뿐만 아니라, 고양이
마저도 쫓아버리게 된다.
10. 실답게 공부하라.
: 공부는 하루를 했으면 반드시 하루 한 만큼 진척이 있게 해야지, 그렇지 않고
대충대충 건성으로하는 시늉이나 한다면 백겁천생을 해 봤자 마칠 날이 없을
것이다.
나는 언젠가 부처님 전에 향 한 개비를 꽂아놓고 향이 다 탄 것을 보고 문득
말하기를 "공부는 전과 비교해서 나아진 것도 없고 퇴보한 것도 없는데 하루에
태운 향이 얼마며 1년에 태운 향이 얼마이던가?... 아직까지 대사를 밝히지
못했으니 어느 날에나 마칠까?"
하고는 이 일로 해서 대단히 안타깝게 여기고 자신을 더욱 채찍질했었다.
11. 공안을 망령되이 해석하지 말라.
: 공부를 지을 때는 고인의 공안에 대해 추측으로 판단하여 망령되이 해석을
가해서는 안된다. 그런 식으로 설사 낱낱의 공안을 이해하면서 지나간다 하더
라도 자기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고인의 한 말씀 한 말씀은 큰 불덩어리와 같아서 가까이 갈래야 갈
수 없고 만져 볼래야 만져 볼 수조차 없으며 더구나 그 곳에 앉거나 눕는다는
것은 더 더욱 있을수 없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사이에
대소(大小)를 나누고 상하(上下)를 논 한다면 몸과 목숨을 상실하지 않을자
어찌 드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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