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禪이야기

화두 하는 법 (6)

淸潭 2015. 9. 11. 11:48

 화두 하는 법 (6)


25. 털끝만큼도 딴 생각을 내지 말라.

: 공부를 지을때는 터럭만큼도 딴 생각이 붙게 해서는 안된다.

행, 주, 좌, 와에 본래 참구하던 화두만을 둘어서 疑情을 일으켜서 분연히 그

落處를 찾고자 해야지, 만약 조금이라도 딴 생각이 있게 되면 옛 사람이

이른바 ' 잡독(雜毒)이 심장에 들어갔다'는 것이니, 그렇게 되면 어찌 목숨만

상하겠는가, 혜명(慧命)까지 상하게 되니 배우는 사람은 불가불 이를 엄히

경계해야 한다.

나는 말한다.

"세간법뿐만 아니라, 참구하는 마음 이외에는 佛法 가운데 일체 좋은 일도

모두 '딴 생각' 이다. 더욱이 어찌 불법 가운데 일 뿐이겠는가? 心體 위에서

취하고 버리며, 고정되어 있거나 변천하는 그 모든 것이 다 딴 생각이다."

 


26. 끝까지 쉬지 말라.

: 공부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말하기를, "공부해도 향상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 공부해도 향상 되지 않는 곳이 문득 공부가 되는 것이다. 마치 길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늘 길을 찾아야지 그렇지 않고 "찾아도 길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고는 쉬어서야 되겠는가? 그리고 길을 찾았으면 걸어가는 것이 당연하니 곧 바로 집에 이르러야 쉴 수 있는 것이다.

길에서 가지도 않고 우두커니 서 있어서는 끝내 집에 도착할 기약이 없다.

 


27. 마음 쓸 곳이 없는 곳에 이르러,

: 공부를 하다가 공부가 마음 쓸 곳이 없고, 만길 벼랑에 매달린 듯 한 곳, 물이

다하고 산이 다한 곳, 얇은 비단 무뉘가 뿔에 새겨지는 곳에 이르면, 마치 늙은

 쥐가 소뿔에 들어간 것과 같이 되어 저절로 뒤집어져 끊어지는 일이 있을 것이다.

 


28. 약고 민첩한 마음을 조심하라.

: 공부 할 때 가장 두려워 해야 할 것은 '약고 민찹한 마음'이다. 이 영리한

마음은 독약과 같아서 만약 터럭만큼이라도 먹게 되면 비록 진짜 약이

나타난다 해도 구제할 수 없게 된다. 만약 참으로 禪을 제대로 참구하는 자라면,

 눈은 봉사와 같고, 귀는 귀머거리와 같으며, 생각이 겨우 일어나려 할 땐

은산처력에 부딪친 듯 하나니, 이와같이 해야 비로소 공부가 상응 할 수 있게 된다.

 


29. 身心과 세계가 이겨지면,

: 공부를 진실하게 간절하게 하다보면, 몸과 마음, 세계가 섞이어 쇠말뚝처럼 요동하지 않게 된다. 그런 뒤엔 다만 그것이 폭발하여 끊어지기만을 기다렸다가 마치매 부러지면 다시 모름지기모아야 한다.

 


30. 그른 줄 알면 즉시 버려라.

: 공부하다가 잘못될까 겁내지 말고, 다만 그릇된 줄 알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설사 잘못된 곳으로 갔다하더라도 만약 한 생각에 그릇된줄 알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이것이 부처가 되고 조사가 되는 기본이자, 생,사를 벗어나는

요긴한 길목이요, 마군의 그물을 부셔버리는 날카로운 무기이다.

석가 큰 스승께서는 외도의 수행법이란 소굴에 앉아 있기만 하셨던 것이

아니라, 낱낱의 수행법에 대한 허물을 밝혀 내시고는, '그릇된 줄 알면 버린다'는

 이 말로써 범부로부터 대성인의 지위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것이 어찌 출세간

법에만 의미가 있을 것인가, 세간법중에서도 바른 생각을 잃었을 때, '그릇된

줄 알면 버린다'는 이것만 자기 것으로 만들면 깨끗한 好人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잘못 된 곳을 꽉 껴안고서 옳다고 여기고서 그릇된 줄 알려하지

  않느다면, 설사 부처가 살아나서 눈앞에 나타난다하더라도 그 사람을 구제하지 못한다.

 


31. 경계(境界)와 인연(因緣) 속에서 힘을 얻어라.

: 공부를 지을때는 시끄러운 경계를 피해 고요한 곳을 향해서 눈을 감고 귀신

굴처럼 어두침침한 경계에 앉아 있는 것으로 살아갈 방도로 삼아서는 안된다.

이는 古人의 이른바 " 흑암의 산 밑에 앉았거니 죽음의 물이 스며들면, 무슨 일을 이룰 수 있겠는가?" 는 것이다. 다만 모름지기 경계와 인연 속에 있으면서

공부를 지어 갈 수 있어야 비로소힘을 얻을 수 있다.

한마디 화두를 눈썹에 머물게 해서, 길을 가든지, 앉아 있든지, 옷을 입거나,

밥을 먹든지, 손님을 접대하든지,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그 모든 와중에서,

다만 한 마디 화두의 낙처를 밝히고자 해야 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아침 세면

할때 콧구멍을 더듬어 찾아보니 원래부터 대단히 가까운지라, 이것이 힘을 더는

 것이다.

 


32. 식신(識神)을 공부라 여기지 말라.

: 공부를 지을때는 식신을 불법의 일로 잘못 알고서, 혹 눈썹을 치켜 뜨거나,

눈을 깜박이거나, 머리를 흔드는, 여기에 많은 기특한 것이 있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무엇보다 부끄러워해야 한다. 만약 식신을 佛法의 일이라 여기고

 놓을 줄 모르면, 외도의 노예조차도 될 수 없다.

 


33. 마음 갈 곳이 없어져야,

: 공부를 지을 때는, 반드시 마음 갈 곳이 없어져야지, 결코 이런저런 생각들을

모아서 묻고 대답한 배경 등을 사유해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동산스님이 이르기

를 " 妙함을 통달 했어도 종취(宗趣)를 잃으면, 작용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끝까

지 어둡게 되니 함께 이야기 할 수 없다" 고 하니라.

큰 이치를 뜷어 버릴때는 낱낱의 삼매가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흘러나오나니.

사유로써 지어내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 정도가 아니다!

 


34. 진전(進展)이 없어 보여도 공부를 쉬지 말라.

: 공부를 지을때는, 공부가 향상도지 않는 것을 겁내지 말라. 향상되지 않을 때 향상 되기를 구하면이것이 공부다.

古德이 이르기를 " 門 없는 것이 해탈하는 문이요, 뜻 없는 것이 도인의 뜻이다."

  라고 했으니, 귀중한 것은 전체가 다 들어갈 곳임을 체험하는 일이다. 만약

진전이 없다고 물러나 버리면 설사 백겁천생을 해 본들 어떻게 가까울 수

있으랴! 疑情이 일어나서 의심을 놓을래야 놓을 수 없게 되면 이것이 바로

향상하는 길이니, 생,사 이 두 글자를 항상 염두에 두고서 조금도 지체하지 말라.

 사나운 호랑이가 쫓아 올 때 곧장 달려서 집에 도착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판인데, 어찌 멈춰 서 있을 수 있겠는가!

 


35. 한 공안만을 참구하라.

: 공부를 지을 때는 다만, 한 공안에 대해 마음을 써야지. 모든 공안들에 대해

이런저런 아는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설사 그렇게해서 이해 할 수 있었다

해도 그것은 결국 알음알이로 이해한 것일 뿐, 알음알이가 끊어진 자리에서

확철히 깨친 것은 아니다. <법화경>에서 이르시기를 " 이 법은 사량분별이

이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라고 하시고, <원각경>에서는, " 사유하는 마음으로

 여래의 원각경계를 헤아리려는 것은 마치 반딧불로 수미산을 태우려는 격으로

 끝내 될 수 없는 일이다." 라하시고

동산스님은 이르기를

" 心意로써 玄妙한 宗旨를 배우려는 것은, 서쪽으로 가려하면서 동쪽을 향해

가는 것과 꼭 같다."라고 하니라. 무릇, 공안의 도리를 그럴듯하게 꾸며대는

자는, 살아 있는 자라면 반드시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하리라.

 


36. 경서(經,書)를 익어 알음알이가 움직이게 하지 말라.

: 공부를 지을 때는, 화두에 의심을 일으켜서 의정을 쳐부수지 못하면 끝내 딴

생각이 없어야지, 결코 경서에 있는 내용을 증거로 삼아 알음알이가 움직이게

 해서는 안된다. 식정이 일단 한번 움직이면 망념이 어지러이 치다게 될 것인데,

 말 길이 끊어지고 마음 갈 곳이 없어지기를 바랄지라도, 어찌 될 것인가?

 


37. 끊어지는 공부는 공부가 아니다.

: 道는 잠시도 여읠수 없 는 것이니, 만약 여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道가

아니다. 공부도 이와 마찬가지로 잠시도 끊어져서는 안되니, 끊어 질 수 있다면

그것은 공부라 할 수 없다. 진정한 참구인이라면, 눈썹이나 머리에 타는 불을

끄듯이 공부하지 어찌 딴 일을 하기 위해 생각을 움직 일 겨를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고덕이 이르기를,

"한 사람이 만 명이나 되는 적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어찌 한 눈을 파는 것을 용납 하겠는가?" 라고 하셨으니 이 말씀이 공부를 해 나가는데

 가장 요긴 하니, 마땅히 알아야 한다.

 


38. 자기 공부에만 힘쓰라.

: 공부를 지을 때는, 자기일을 뚫지 못했으면 다만 자기일에만 힘써야지 남을

가르쳐서는 안된다. 그것은 마치 서울에 가보지도 않은 사람이 남에게 서울에서

 일어나는 일을 설명하는 것과 같아서 남을 속일 뿐만 아니라 자기도 속이는 짓이다.

 


39.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라.

: 공부를 지을 때는 새벽녘이나 저녁에도 감히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자명대사는 밤중에 잠이 오면, 송곳으로 허벅지를 찔렀고, 또 이르시기를 "고인

들은 道를 위해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았거늘, 나는 도데체 뭣하는 놈인가?"

라고 했다. 고인은 석회(石灰)로 테두리를 그려놓고 도를 깨치지 못했으면 그

안에서 나오지 않기도 했는데, 요즘 사람들은 내키는 대로 제 멋대로 방탕하게

 굴어 절제 할 줄 모르면서도 이를 활발발하다고 하니, 참으로 웃기는 일이다.

 


40. 공부 중에 생기는 경계를 깨친 것이라 잘못 알지 말라.

: 공부를 하다가 혹 경안(輕安)을 얻거나 혹 알게 된것이 있다해서 이를 깨친

것이라 여겨서는 안된다.

내가 선자(船子)스님의 "발자취가 없어졌다"는 화두를 들 때였는데, 하루는

<전등록>을 보다가 조주가 어느 스님에게 부탁하기를 '삼천리 밖에서 사람을

만나면...'이라 한 대목을 보고는 놀란 결에 어깨에 맨 포대를 잃어버리니, 마치 천근이나 되는 짐을 내려 놓는 듯 했다.

이로인해 스스로 대오했다고 여겼으나, 뒤에 보장스님을 찾아뵙고 나의 견처가

 마치 네모난 나무가 둥근 구멍에 머문 격인 줄 알고서, 비로소 부끄러운 줄

알았다. 만약, 내가 깨친 뒤에 대선지식을 찾아 뵙지 않았다면 輕安은 얻었

겠지만 결국 일을 마치지는 못 했을 것이다.

보장스님은 나를 격려하는 게송을 지으셨으니,


"空이 空을 핍박 함이여! 그 功이 막대하고

有가 有를 쫒아내니 德은 오히려 微微하구나,

저 가섭이 살아갈 이치에 안주했다고 비방함은

편의(便宜)를 얻는 곳에서 편의를 잃음이로다,"

이 말씀은 백척이나 되는 장대 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말씀이니, 납승들은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일찍이 배우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내가 보장스님에게서 '긍정하지 않는다'는 말을 얻고서야, 受用이 한량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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