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1.04 23:31
[강만수 前장관 회고록]
"부자에게 세금 많이 걷는 건 질투의 산물로 경제에 나빠"
정치인·관료 실명으로 평가 "減稅 비판하던 정운찬 교수… 총리 된 뒤엔 입장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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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호 객원기자
그는 "'희망버스'가 찾아가는 파업 현장은 전투적이고, '천성산 도롱뇽'과 '4대강 사업 반대'가 보여준 환경운동은 파괴적이다. 자기들이 결정한 군사 항구 건설을 자기들이 반대하는 '강정마을'은 대의정치를 무너뜨렸다. 문창극 총리 후보가 청문회도 하기 전에 사퇴시킨 언론과 정치는 과정을 무시했다. 지금 천성산 습지에는 도롱뇽이 더 많아졌다는데 엄청난 국고 낭비를 초래한 도롱뇽 스님 어디 가셨나?"라고 썼다.
그는 갈등과 질투가 한국 경제의 미래를 망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경제학자 다케우치(Takeuchi Yaso)의 '정의와 질투의 경제학' 일부를 책에 인용했다. "질투는 때때로 정의라는 가면을 쓰고 나타난다. 10억엔을 번 부자에게 9억엔의 세금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왜곡된 정의는 질투의 산물이고, 질투의 산물은 능력 있는 사람과 경제 활력의 해외 유출을 초래하고 결국 남아 있는 가난한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어리석은 결과를 가져온다."
그는 "위기의 한복판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남겨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책을 썼다"고 말했다. 한·미 통화 스와프(교환) 성사, 법인세 감세(減稅) 정책 등의 막전막후도 상세하게 공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27일 한국은행이 임시 금융통화위원회까지 열어 기준금리를 사상 최대 폭인 0.75%를 인하한 것에 대해서도 "상황이 위중하니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내렸으면 좋겠다. 내 판단대로 하는 것이 좋을 거요"라고 직설적으로 이성태 당시 한국은행 총재에게 요구했다는 비화도 공개했다.
그는 "요즘 '국제시장'이라는 영화가 유명한데, 독일로 간 광부들 얘기가 나온다더라. 나도 독일에 가고 싶었다"고 했다. "어려서 집이 가난했다. 대한민국은 내게 기회가 없는 나라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경남고 다닐 때 입주 과외를 해서 겨우 학교를 다녔다. 어떤 집에서는 아침에 주인집 안방 요강부터 비우고, 집 안팎 빗자루질까지 했다. 그때는 어떻게 해서든 이 땅을 떠나고 싶었다. 고3 때 육군사관학교에 원서를 냈었다. 1학년 때 독일어 시험을 봐서 1등을 하면 독일 육사로 유학을 갈 수 있다고 해서 그랬다"고 말했다. "고교 시절 은사께서 가난한 나라, 힘없는 나라를 일으켜 세우는 사람이 되라고 나를 잡아줬다"고 했다.
그의 책에는 이런 부분도 있다. "장관에서 물러난 어느 날 옛날 재무부 시절 자주 드나들던 피맛골 막걸리 집 '열차집'에 갔다. 벽에 붙어 있는 낙서장에 '만수 수구 또라이 기득권 부자 그만 챙겨라'는 글이 있었다. (당시 언론은) 올드보이, 킹만수, 강고집, 경제 대통령이라고 비아냥댔다. 책에서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스스로 고집이 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옳은 것은 언제나 옳다고 생각하는 것뿐이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