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자가 없는 한국 대중가요는 상상할 수 없다. 지난 2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난 그는 여전히 곱고 우아했다. 섣불리 미래를 약속하지도, 은퇴를 말하지도 않았다. 오직 현재에 충실하겠다는 것, 완벽한 모습으로 무대에 서겠다는 것만 약속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국 가요사의 거대한 산맥 이미자(73).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한 이래 2000여 곡을 발표하며 지난 55년간 한결같이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이미자만큼 성실하게 한국인의 마음을 애절한 곡조에 실어 나른 가수도 없을 것이다. ‘엘레지의 여왕’이 18일부터 전국 5개 도시에서 데뷔 55주년 앙코르 콘서트를 연다. 상반기 전국 투어를 성황리에 마친 그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다시 무대에 오른다. 2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난 그는 “노래는 벗어날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데뷔 55주년은 어떤 의미인가. “사실 50주년 공연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었다. 어느덧 5년이 흘렀고 좌우명이 바뀌었다. 이제 나에게 내일은 없다. 매순간이 마지막 무대다. 혼신의 힘을 다하려고 한다.” -체력이 부치진 않나. “젊을 때부터 몸은 약한 편이다. 무대에 올라가면 정신력으로 버틴다. 내려오는 순간부터 아프기 시작한다. 평생 그랬으니 살이 찔려야 찔 수가 없다. 관리는 따로 안 한다. 규칙적인 생활,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 것이 유일하다.” -오랫동안 노래하는 비결이 있다면. “가수는 전달력이 생명이다. 요즘 노래를 들어보면 가사 내용이 뭔지 모르겠고, 슬픈 노래를 웃으면서 부르기도 한다. 가사가 가슴에 와닿아야 한다. 나는 그걸 지켜왔다. 경력이 붙으면 자신감이 생겨 도가 지나치게 기술을 부리게 되는데, 절제해야 한다. 화려한 것이 듣기 좋을지 모르나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서 ‘엘레지의 여왕’으로 불리는 것 같다. “동백아가씨(1964) 이후 내 이미지는 ‘엘레지(elegy, 비가)’로 정해졌다. 작곡가들이 다 그런 노래만 주더라. 이전에 발랄한 스윙이나 탱고도 불렀는데 말이다.” -밝은 곡으로 히트했다면 지금과는 달라졌겠다. “내가 ‘어머나’ 같은 노래로 히트했다면 엘레지는 안 불렀겠지. 그런데 지나서보니 즐거운 노래는 생명이 길지 않다. 우리 국민이 힘들고 가난했고, 다른 나라의 압박도 많이 받지 않았나. 내 노래는 한풀이다. 우리 시대의 아픔을 대변했다.” -35주간 1위를 했던 동백아가씨가 부담스러운 적은 없었나. “60년대에 서구풍 노래가 많이 들어왔다. 발라드나 번안곡이 유행했고, 전통가요는 소외받았다. 내 노래는 촌스럽다고 하던 시절이다. 속상해서 서구풍 노래로 바꿔볼 생각도 했다. 히트곡마다 금지곡으로 묶이니 더 억울했다. (당시 ‘왜색이 짙다’는 이유로 동백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등이 20여 년간 방송 금지됐다) 지금은 전통가요의 맥을 지켜온 자부심이 더 크다.” -지금까지 공연은 몇 회나 했나. “셀 수 없다. 60년대엔 단독 콘서트는 없고 버라이어티쇼가 있었다. 하루에 4회씩 공연하는데 보통 4군데 겹치기 출연을 했으니 16번을 무대에 선거다. 금호동·신설동·종로2가·영등포 공연장을 차례로 네 바퀴씩 돌았다.” 한국 현대사의 상처가 서린 곳에 이미자가 있었다. 60년대 월남 공연부터 지난해 파독 광부 위문 공연까지 그의 노래는 위안이 됐다. 가수로서 남은 바람도 하나다. 미국·브라질·일본 등지로 떠나 고생했던 이민 1세대를 위로하는 것이다. 그가 평생 불러온 고향의 노래로. 김효은 기자 ◇이미자 55주년 기념 공연=서울(9월 18~19일), 대구(10월 19일), 이천(11월 22일), 부산(12월 14일), 김해(12월 28일), 7만~15만원, 1566-2505. 김효은 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상업적 게시판 등)] ▒☞[출처] 중앙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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