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맛 있는집

8道 100味

淸潭 2014. 8. 1. 15:09

8道 100味

  • 서천=정상혁 기자

     

  • 입력 : 2014.07.0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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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겹살 아니면 생선회. 여름휴가 가서 제일 많이 먹는 음식이라죠. 좀 지겹지 않으신가요. 이번 휴가 때는 지역 별미나 특산물을 맛보면 어떨까요. 그러기엔 재래시장이 제격입니다. 이번 주에는 주말매거진팀이 엄선한, 전국 유명 휴양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괜찮은 시장과 그 시장에서 사 먹을 수 있는 별미를 도(道)별로 소개합니다. 주말매거진이 그리는 '2014 맛집여지도'입니다.

    이달 중순 끝물인 쫄깃쫄깃한 서천 수산물특화시장의 갑오징어, 담백한 맛이 일품인 정선오일장의 메밀배추전 등
    지역 시장에서 사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음식이 있습니다. 이번 휴가 때는 이와 같은 지역 별미나 특산물을 맛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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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래시장서 찾은 맛의 오케스트라

    서천 수산물 특화시장&갑오징어

    이달 중순 끝물인 갑오징어… 상추쌈에 막된장 찍어 먹으면 쫄깃쫄깃

    충남 최남단 서천으로 간다. 동쪽엔 금강이 소멸하며 부려놓은 옥토, 서·남쪽엔 갯벌이 펼쳐진 땅이다. 서천의 대표 재래시장은 '수산물 특화시장'. 2004년부터 상설 시장으로 바뀌었는데, 1층에서 횟감을 사 2층 식당가로 올라가 상차림 값 1인당 4000원을 내고 식사하면 된다.

    갑오징어 회. 막된장에 마늘을 쌓고 상추에 쌈을 싸 오물거리니,
    저작근(咀嚼筋)이 뿌듯하다.

    어물전마다 게나 광어가 잔뜩이지만 지금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게 있으니, 바로 갑오징어다. 등에 길고 납작한 뼈(甲)가 있어 이름 붙은 갑오징어는 맛으로도 오징어계의 갑(甲). 서천에선 5~6월 꼴뚜기와 갑오징어의 앞글자를 딴 '꼴갑축제'도 연다. 큰 놈은 800g 정도 나가는데, 주로 즉석에서 회를 쳐 먹는다. 한 마리는 회로, 한 마리는 데쳐 먹으려고 손질해 2층으로 올라간다. 식당 19곳 중에 아무 데나 들어가 앉는다. 10분 뒤 대령한 놈을 한 점 집어 씹는다. 이가 살점에 한참이나 들어가 박힌다. 두툼한 살집과 찰기 덕분에 보통 오징어와는 차원이 다른 식감이다. 막된장에 마늘을 쌓고 상추에 쌈을 싸 오물거리니, 저작근(咀嚼筋)이 뿌듯하다. 재래시장답게 식당 안 데시벨(㏈)은 이미 월드컵 길거리 응원 수준. 얼굴이 불콰한 아저씨가 회덮밥이 담긴 대야를 들고 오더니 한 숟갈을 입에 떠먹이며 말한다. "바로 이 맛 아닙니까."

    위치·전화 충남 서천군 서천읍 686-1(춘장대 해수욕장에서 약 25㎞), (041)951-1445
    시장 정보 갑오징어는 7월 초·중순까지만 나오니 서두르지 않으면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큰 놈은 1만5000원, 작은 놈은 1만원대다. 서천 수산물 특화시장 2층 식당은 가격이 통일돼 있다. 상차림은 1인당 4000원. 탕이나 공깃밥은 1000원이다. 전어구이·주꾸미·꽃게찜·대하구이·간재미 무침은 1㎏에 5000원이다.


    서천 한산5일장&한산모시냉면·한산소곡주

    '한산모시'만 아는 당신, 모시막걸리·모시전·모시물냉면 맛보세요

    모시물냉면과 모시전

    배를 불리고 나오니 오후 3시, 아직 해가 짱짱하다. 시원한 게 당긴다. 서천 하면, 자동 반사적으로 '한산모시'가 나와야 하는 법. 서천읍에서 차를 몰아 10분쯤 가니 한산면이 나온다.

    한산초등학교 근처에서 매달 1·6일로 끝나는 날 소규모 5일장이 열리는데, 갖가지 모시를 만나볼 기회다. 모시로 옷도 짓지만 음식도 한다. 한산모시관 바로 맞은편에 있는 '담쟁이넝쿨'로 간다. 식당 앞엔 웬 장독대가 200~300개가 늘어서 있는데, 모시로 담근 고추장·된장이다. 메뉴판에 모시막걸리며 모시된장찌개, 모시비빔밥 등 별별 모시 음식이 걸려 있다. 모시물냉면과 모시전, 모시막걸리를 주문한다. 모시를 온종일 삶아 우려낸 국물에 메밀면을 섞어 먹는데, 국물이 묘하게 시큼해 목 넘김이 짜릿하다. 파 대신 모시를 썰어 구운 모시전 한 점에, 미숫가루처럼 뽀얀 모시막걸리로 입을 헹군다. 이왕 취기가 돈 김에, 1500년 역사의 한산소곡주도 한 병 주문한다. 맑은 금빛의 술이 식도를 타 넘을 때마다 연한 매실처럼 달큰한 향이 난다. 도수는 16~18도 정도지만 '앉은뱅이술'이라 불리니 조심할 것.

    위치·전화 충남 서천군 한산면 지현리 182번지, (041-950-4125)
    5일장 서는 날 1·6일
    시장 정보 시장 주변에 한산소곡주 전문 소재점이 도열해 있다. 대략 용량은 750㎖나 1500㎖로 나뉘는데 2만~4만원 정도 한다. 담쟁이넝쿨 이 식당은 모시 전문점으로 TV에도 여럿 소개된 적이 있다. 식당 뒤편에 모시밭이 있어 '진짜 모시'를 구경 못 해본 도시 사람들에겐 신기한 구경이 될 수도 있겠다. 모시막걸리는 5000원. 냉면은 6000원, 모시전은 1만원. 문의 (041)951-9288

     

    그래픽 = 김충민 기자

     

    구포시장&구포국수

    바람에 말린 구포국수… 한 젓가락에 바닷바람 머금은 듯하다

    (위) 맑은 국물에 담겨 나오는 구포국수. 면발이 탱탱하고 쫄깃하다.
    (아래) 삼진어묵 '어묵고로케'

    구포시장은 재래시장이지만 규모가 크고 활기가 넘쳤다. 부산의 서쪽 끝 낙동강 어귀에 있는 구포는 조선시대부터 물자와 인물이 모이던 큰 장이었다. 1905년 경부선 구포역이 개통되면서 더욱 중요한 교통 요지가 됐다. 일제강점기에는 쌀, 밀 등 각종 곡물이 구포에서 일본으로 보내졌다. 자연 곡물 가공공장이 성황을 이뤘다. 제분소가 생기자 국수공장들이 구포에 들어섰다. 6·25가 끝나고 미국에서 구호물자로 밀가루가 들어오면서 국수공장들은 호황을 이어갔다. 구포는 소면(素麵) 즉 가는 밀국수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고, '구포국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덕천고가 '진땡'.구포국수의 명성은 시장 안 이원화구포국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디포리(밴댕이)로 뽑은 맑은 국물에 담겨 나오는 국수는 시골 색시처럼 소박하고 얌전한 인상이나, 입안에서의 존재감은 강렬했다. 면발이 탱탱하고 쫄깃했고, 구포에 부는 바닷바람을 머금기라도 한듯 짭조름했다. 디포리 육수의 진한 감칠맛에 밀리지 않고 환상적인 조화를 이뤘다.

    어릴 적 아버지의 국수공장에서 생산하던 구포국수 맛을 재현하고 있다는 이원화(53)씨는 "바람을 얼마나 통하게 하느냐의 노하우"라고 했다. "그냥 말리는 게 아닙니다. 국시를 처음에는 15㎝ 간격으로 널었다가 차츰 간격을 좁혀줘야 면발이 흩날리지 않고 차분하게 앉아 있죠."

    구포시장에는 많은 구포국수 전문점이 있다. 온국수·냉국수 3500원, 비빔국수 4000원으로 가격은 비슷하다. 냉국수는 차갑게 식힌 디포리 국물을 부어 내는데, 비린내나 쓴맛이 없고 국수가 오래 쫄깃함을 유지한다. 건면을 살 수도 있다. 500g짜리 구포국수 1다발 2500원, 3개 7500원, 6개 1만4000원, 18개 4만2000원. (051)333-9892, www.guksoo.com

    위치·전화 부산 북구 구포동 589(해운대에서 약 17㎞), (051)309-4901
    5일장 서는 날 1·6일
    시장 근처 맛집
    구포시장 건너편 덕천고가(德川古家) 명함엔 ‘뼈다구가 있는 집’이라고 새겨 있다. 부산시 공인 부산 최고(最古) 돼지국밥집이란 자부심의 표현이다. 대표 메뉴인 ‘진땡’은 돼지뼈를 24시간 고아 우려내 사용하기도 한다. 날달걀 1개가 딸려 나오는데, 단골들은 국밥이 식기 전 달걀을 풀어 먹는다. 진땡에 된장을 풀고 푸성귀를 넣어 구수하게 끓인 장국도 맛있다. 진땡·장국 5500원. 부산 북구 구포1동 609-8, (051)337-3939, www.jangguk.com

    삼진어묵 '어묵고로케'.삼진어묵 베이커리는 구포시장에서 꽤 떨어진 영도에 있지만, 이곳 ‘어묵고로케’가 워낙 인기라 굳이 소개한다. 오래된 부산어묵 제조업체인 삼진어묵에서 옛 공장을 역사·체험관으로 만들었다. 1층에 수십 가지 어묵을 빵집처럼 손님이 직접 골라 담게 했다. 이 중 최고 히트작이 어묵고로케다. 생선살 반죽 속에 새우·치즈·감자 등 각종 재료를 넣고 빵가루를 입혀 튀긴다. 1개 1000원, 6개 1상자 5500원. 부산 사하구 장림동 다대로 1066번길 51, (051)265-5468


    삼천포용궁수산시장&쥐치포

    국내산 쥐치로 만든 진짜 쥐치포를 구할 수 있다. 흔히 파는 베트남산과 달리, 두툼하고 불그스름하고 쫄깃하고 감칠맛이 배 있다. 생산공장 겸 판매처인 성일산업에서 400g 3만원에 살 수 있다. 남해 수산물이 여기만큼 풍성하고 다양한 시장도 드물다. 수산시장 맞은편 횟집들에 가서 몇천 원 정도의 '초장비'를 내면 회를 썰어주고 매운탕도 끓여준다.

    위치·전화 경남 사천 동동 485-2(남일대해수욕장에서 약 4.5㎞), (055)835-2229
    시장 근처 맛집
    오복식당(055-833-5023)과 파도한정식(055-833-4500)은 삼천포 대표 맛집이다. 해산물 정식 1인분 1만1000원. 팔포회타운 원조물횟집은 이름처럼 물회를 잘한다. (055)833-1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