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비우고 에밀레종 소리를 들어보라.
에밀레종이 우리 나라 굴지의 문화재라는 사실엔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으리라.
우리 나라에서 가장 큰 종.
여음이 길기로 유명한 종.
거기다 공식명칭인 성덕대왕신종이라는 이름 대신
사람들은 에밀레종이라는 이름으로 흔히 부르는 이 종.
그러나 이 에밀레종 소리를 들으며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한다.
박혁거세가 신라를 창건하고부터
신라통일을 완성한 문무왕까지 600년.
그동안 신라는 그들보다 먼저 국가체제를 완성한
고구려와 백제에 시달리면서
절치부심,
마침내 삼국 통일을 완성하였다.
그러나 국가 승평 시기가 오래 계속되면
곪기 마련인 것이 천지의 이치가 아니던가.
에밀레종을 만든 혜공왕은 신라 36대 임금으로
통일을 완성했던 문무왕으로 부터 100년 뒤이며
경순왕으로 종언을 고하기보다 170년 정도 앞선
시기였다.
그 에밀레종을 만들었던 혜공왕 시기의
신라는 내리막을 구르는 수레였다.
혜공왕은 8살에 왕위에 올라
33살에 김지정의 난에 피살 되고마는 비운의 임금.
에밀레종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이를 시주하여
쇳물에 넣었다는 데,
그러한 전설이 곁들어진 그 에밀레종의 소리는
울음 소리 같기도 하고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 같기도 하고
귀신의 소리 같기도 하다.
생각해보라.
서기 760년대 신라의 수도 서라벌
고요한 신새벽에 에밀레종 소리가 울려 퍼지는 정경을.
만일 어느 외국인이 신라에 왔다가
듣는 그 종소리란 인간 세계의 소리가
아니었을 것이다.
당시의 신라 천지는 음산한 귀기로 덮혀 있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문둥이 시인 한하운의 시에
[人骨笛] 이란 제목의 시가 있다.
시의 내용에 의하면
이 시인이 티베트에서 비오는 밤에
누군가 부는 인골적 소리를 듣고
그 시를 썼다고 한다.
사람의 대퇴골을 가지고 만든 피리.
티베트의 비오는 밤에 듣는
인골적 소리와
에밀레종 소리를 겯걸어
얘기하는 나를 지나치다 할까.
어쨌든 에밀레종 이야기만 나오면
세계에서 가장 여음이 길고 우리 나라에서 주조된 종중에서
가장 큰 종으로부터 시작하여 천편일률적인 사설이
이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에밀레종 앞에서는 찬양만 하기로
약속이라도 한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내가 하는 정도의 이야기도 있을 수 있으리라.
도대체 종을 위하여 아이를 시주한다는 논리부터
얼마나 황당한 이야기냐.
아이 하나를 살리기 위하여 종이아니라 대 가람 하나도
간단히 불 사를 수 있는 일이거늘
훌륭한 종의 탄생을 위해 사랑하는 딸을 쇳물에
넣는다고? 이 때부터 우리 나라 불교도 미치기 시작했고
신라도 미치기 시작했다.
부디 겸허히 어떤 편견도 버리고 다시 에밀레종 소리를 들어보라.
아아 몰라 아아 몰라
아이 물러. 아이 물러. 아이물르란 말이야
에미다. 에미야. 아이는 어디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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