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명법문 명강의

지혜 실천하는 보현행이 삶 극락으로 바꾸는 열쇠

淸潭 2013. 12. 18. 18:42

 

동국대 명예교수 법산 스님
지혜 실천하는 보현행이 삶 극락으로 바꾸는 열쇠
2013.12.17 09:49 입력 발행호수 : 1225 호 / 발행일 : 2013-12-18

물 마시면 갈증 풀리는 이치
알기만 하고 실천 안 한다면
계속 갈증으로 고통받는 법


배운 가르침 실천하는 것이
부처와 하나되는 보살의 길

 

 

▲ 법산 스님

 

 

세상은 찰나마다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의 의미를 잘 알고 그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 때 뒤처지지 않고 그 변화와 더불어 내 몸과 마음도 함께 즐거울 수 있습니다. 변화의 느낌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생각이나 물질이 항상 머물러 있다면 그것은 실패한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세상이 변화하고 있는데 어찌 한 자리에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전식득지(轉識得智)라, 인식을 바꾸면 지혜로워집니다. 불교는 지혜를 향해 가는 종교입니다. 지혜는 본래 갖고 있지만 잠시 잊어버리고 감추어져 있었습니다. 그 지혜를 계발하는 것이 바로 수행입니다. 그 수행에 가장 실천적인 보살이 바로 보현보살입니다.


오늘 ‘대방광불화엄경’ 법문은 보현보살이 삼매에 든다는 내용의 ‘보현삼매품’입니다. 보현보살이 화엄경의 세 번째 품으로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진리의 실천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많은 지식을 갖고 있지만 그 지식을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고 고통 받으며 살아갑니다. 목이 마를 때는 반드시 물을 먹어야 합니다. 생각만 갖고는 안 됩니다. 물을 마시면 해갈이 되고 기운이 생긴다는 이치를 알아도 떠다 놓기만 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것이 부처님의 진리이며 보현보살의 실천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보현보살의 실천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갑니다. 불자라면 부처님의 지식을 체험으로 살리고 실천해서 생활을 아름답게 만들고 그 아름다움으로 즐거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그 삶이 곧 극락이 됩니다. 십만 억 국토를 지나서 극락세계에 가려하지 마시고 살아생전에 만나십시오. 그러기 위해서는 기도와 수행을 많이 해야 합니다.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수행을 포기하지 마십시오.


저는 학교를 정년퇴직한 이후 하안거와 동안거를 모두 지리산 백장암 선원에서 보냈습니다. 선방에 오래 앉아있으니 허리가 아프고 무릎이 시큰거립니다. 게다가 이전에는 108배를 하는 데 10분이면 족했지만 지금은 108배를 아예 하지 못합니다. 내생에나 할까 금생에는 틀렸습니다. 그래도 참선을 하다가 무릎이 아프면 무릎을 세우고 화두를 듭니다. 금강경을 읽다가 다리가 아프면 서서라도 읽습니다. 요즘 선방에는 와선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몰린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것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행주좌와 어묵동정의 수행을 함에 있어 그 마음이 지극하다면 앉아서 해도 되고, 서서 해도 되고, 누워서 해도 된다는 것입니다.


대방광불화엄경은 비로자나법신 부처님의 진리 속에서 펼쳐집니다. 비로자나법신 부처님은 원래 모양이 없습니다. 우리 마음도 모양이 없습니다. 마치 거울과 같습니다. 거울은 누구의 얼굴이든 그대로 비추어 줍니다. 눈곱이 끼어 있으면 눈곱이 끼어 있다고 가르쳐 줍니다. 머리가 흐트러져 있으면 빗질을 하라고 가르쳐 줍니다. 그런데 거울에 비친 모습을 아는 사람도 나요, 거울에 비친 사람도 나입니다. 거울은 비칠 때는 대상인데 비치지 않을 때는 대상이 없습니다. 거울은 갖고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무소유입니다. 집착하지도 않습니다. 말도 없습니다. 거울처럼 진실한 마음이 바로 지혜의 마음입니다.


그 마음을 찾아내고 밝아지면 우리의 삶은 누가 보아도 즐겁고 기쁘며, 나쁜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나를 미워하는 사람 없이 누구든지 보고 싶어 하고 누구든지 생각하고 싶어 하는 분, 그러한 분이 바로 부처님입니다. ‘우리도 부처님같이’ 라는 원력이 바로 그것입니다.


보현삼매품에서는 보현보살의 바다가 모든 것을 다 용납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조금 전 거울을 예로 들었습니다. 거울은 어떤 대상일지라도 다 용납해 줍니다. 바로 그와 같습니다. 관세음보살님과 지장보살님도 부처님의 화현 중의 하나입니다. 관세음보살은 어머니의 마음처럼 배고프면 밥을 주고 아파서 울면 약을 주고 응가해서 울면 귀저기를 갈아줍니다.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주며 사랑을 베풀어주는 간절한 정, 그래서 관세음보살은 대자대비입니다. 그러한 관세음보살을 염하는 것은 관세음보살같이 되기 위함입니다. 지장보살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장보살님은 죄 지은 사람의 업이 감해지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지장보살을 계속 염하면 먼지 털이로 먼지를 털듯이 업장이 가벼워집니다.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이 중생의 아픔을 다 고쳐주듯이 그러한 실천의 바다가 보현의 바다입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볼 것 같으면 몸은 하나입니다. 몸은 하나인데 몸 안에는 무수한 생명들이 살아 있습니다. 우리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바로 생명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밥을 먹고 물을 먹고 음식을 먹는 것은 세포들에게 보시를 하는 것입니다. 우리 몸의 세포들을 잘 먹여 살려서 세포들이 튼튼해야 힘이 생깁니다. 그 힘으로 살아 나가는 것입니다. 몸 하나도 소중하게 여겨야 하듯이 세계에 있는 물건 하나하나도 많은 조직과 세포들이 갖춰져 있습니다. 물질 하나하나도 귀하게 여기고 잘 다듬어서 그 생명을 잘 보존하고 활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도 생명 하나하나마다 전부 본래의 자성, 깨끗하고 밝은 지혜의 힘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비로자나법신 부처님은 마음의 밝은 자체를 말하는 것입니다. 보현보살이 비로자나 법신 삼매에 들어 모든 것을 포용한다는 것은 모든 중생이 차별 없이 보현행원의 의미를 실천하게 해서 비로자나 부처님과 하나가 되도록 이끌어 낸다는 의미입니다. 보현보살이 삼매에 들어서 모든 중생과 더불어 행위를 하겠다는 원력을 세우니 곳곳에서 부처님이 몰려오셔서 보현보살의 훌륭한 원력을 찬탄하십니다. 그런 까닭에 우리도 보현보살의 원력을 함께 실천하면 보현보살의 원력을 따라 부처님 진리의 바다로 들어가게 됩니다.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행복해 집니다.


보현보살은 곳곳에 다 있습니다. 여러분 각자가 실천만 하면 보현보살이 되는 것입니다. 청정법신 비로자나불이 자기 마음의 본체이고 원만보신 노사나불은 열심히 수행에서 성취하는 것이요, 그 원만보신 노사나불의 원력을 성취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베풀고, 많은 사람들이 따라하게 하고 생각을 바꾸게 하고 깨달음을 얻게 하면 천백억화신 석가모니불입니다.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은 하지 마시고 틀림없이 기도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열심히 하시면 됩니다.


연꽃은 연뿌리에서 피어납니다. 그 연뿌리를 놓고 연꽃이라고 하면 다들 웃습니다. 그런데 연꽃은 어디에서 납니까. 연뿌리에서 납니다. 그와 같습니다. 사람들에게 “당신은 부처님”이라고 하니까 내가 무슨 부처냐고 반문을 합니다. 단순하게 예를 들면 그 말은 연뿌리를 연꽃이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연뿌리가 없으면 연꽃이 날 수 있겠습니까. 연뿌리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연꽃이 피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연꽃의 모든 성품이 이미 연뿌리 속에 다 갖춰져 있습니다. 근본의 맑고 밝은 청정한 법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깨끗한 거울에는 모든 대상이 있는 그대로 진실 되게 비칩니다. 하지만 미세한 먼지라도 끼어 있다면 그 먼지 부분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 마음에도 걱정과 근심 번뇌와 망상, 질투와 시기, 욕심과 어리석음이 끼어 있으면 대상을 제대로 비춰볼 수 없습니다. 보현보살님처럼 청정법신 비로자나불의 당체에 합일되면 우리 마음의 모든 것이 시공을 떠나 다 비치게 되고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래서 마음공부를 해서 자꾸 닦고 기도를 하자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집으로 돌아가서라도 항상 단전호흡을 하고, 오고 가면서 열심히 기도하고 염불을 하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부처님의 진리인 보현 삼매에 들어 비로자나 법신의 청정한 법계에 가까이 갈 수 있다면 여러분의 미래는 밝아지고 맑아져서 행복한 삶이 다가오리라고 확신합니다. 성불합시다.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이 내용은 12월5일 영축총림 통도사(주지 원산 스님) 화엄산림 법회에서 설해진 ‘대방광불화엄경 보현삼매품’ 법문의 일부를 요약 게재한 것입니다.

 


법산 스님
1985년 6월 중국문화대학에서 ‘보조선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86년부터 동국대 선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조계종 교육위원장, 승가고시위원장을 역임했으며 2011년 2월 정년퇴임했다. 현재 보조사상연구원 장이며 11월16일 동산반야회 제2대 법주로 추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