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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前단계’ 환자 26%가 20∼30대… 젊다고 방심은 금물

淸潭 2013. 4. 10. 12:35

당뇨병 前단계’ 환자 26%가 20∼30대… 젊다고 방심은 금물

 

기사입력 2013-04-10

 

당뇨병만큼 위험한 병 ‘당뇨병 전 단계’


 

 

《 회사원 정모 씨(46)는 5년 전 ‘당뇨병 전 단계’ 진단을 받았다. 아직 당뇨병에 걸리지는 않았지만 정상 범위를 넘어섰다는 거였다. 보통 공복 혈당이 dL당 125mg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분류한다. 정 씨의 공복 혈당은 dL당 105mg을 오르내렸다. ‘당뇨병 전 단계’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살던 정 씨는 최근 한 연구결과를 접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당뇨병 전 단계일 때 심·뇌혈관 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건강한 사람보다 높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본보 4월 1일자 A21면 ‘당뇨병 前단계’라고 방심하면 큰 코… 심-뇌혈관질환 걸릴 위험 30% 높다

‘당뇨병 전 단계’는 당뇨병만큼 위험한 병으로 인식되지 않아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당뇨병 전 단계는 관리하지 않으면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


당뇨병 못지않게 위험한 ‘전 단계’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와 김홍규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 교수 연구팀은 1996∼2004년 전국 17개 건강검진센터를 이용한 43만 명(남자 26만 명, 여자 17만 명)의 건강상태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함께 관찰했다. 국내 최대 규모, 최장 기간의 추적 관찰 연구였다. 관련 논문은 지난해 말 발행된 미국 당뇨병학회 공식 학회지에 게재됐다.

연구결과를 보니 당뇨병 전 단계일 때 심·뇌혈관 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건강한 사람보다 30% 이상 높았다. 심·뇌혈관 질환은 심장과 뇌의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발생한다. 현재 한국인 사망원인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심장 질환인 협심증 심근경색 심부전증과 뇌혈관 질환인 뇌경색이 대표적이다.

연구팀은 당뇨병 전 단계를 크게 ‘약한 단계’(공복 혈당 dL당 100∼109mg)와 ‘심한 단계’(dL당 110∼125mg)로 나눠 심·뇌혈관 질환의 진행 상황을 살펴봤다. 당뇨병 전 단계의 사람이 허혈성 심장질환에 걸릴 확률은 건강한 사람보다 각각 17%(약한 단계), 30%(심한 단계) 높았다. 당뇨병에 걸린 이후에는 이 확률이 95%까지 껑충 뛰었다.

실제로 당뇨병 전 단계는 당뇨병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2002년 진행된 국내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 전 단계일 때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40% 정도가 4년 후 당뇨병에 걸렸다.

최근에는 당뇨병 전 단계에 이르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2011년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 검진 통계에 따르면 당뇨병 전 단계로 진단을 받은 남성 네 명 중 한 명 이상(26.3%)이 20, 30대였다.


당뇨병 환자와 비슷한 노력 필요

전문가들은 당뇨병 전 단계를 개선하는 데도 당뇨병 못지않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식이요법은 혈당을 낮추기 위한 기본적인 조치다. 탄수화물 55∼60%, 지방 20∼25%, 단백질 15∼20% 등 3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서양보다 탄수화물 섭취가 많은 한국인들은 밥, 빵, 떡 등을 먹을 때 항상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라면 식사하고 난 뒤 가만히 앉아 있어선 안 된다. 산책을 하며 걷거나 최대한 몸을 움직여 음식을 소화시켜야 한다. 일주일에 3∼5일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하면 혈당을 떨어뜨릴 수 있다.

운동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면 적은 양의 인슐린으로도 많은 당을 에너지원으로 전환할 수 있다.

운동을 하면 지방세포가 줄고 혈당을 조절할 수 있다. 지방세포는 인슐린의 기능을 떨어뜨려 혈당 관리를 어렵게 하기 때문에 당뇨환자의 적으로 꼽힌다.

근력 운동도 필수다. 근육의 양이 증가하면 기초대사량이 높아져 더 많은 열량이 소모된다. 유산소 운동은 30분∼1시간 정도 하고 15분 정도는 근력 강화 운동을 하는 게 좋다.

겨울에는 실외에서 운동하다간 미끄러져 다칠 위험이 높다. 추운 날씨에도 꾸준히 운동을 하려면 집에서 가볍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익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도움말=김민선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진영수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소장)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